경제

고향 가는 길 '휴게소 맛집' 빼먹으면 섭섭 지역별미 앞세운 '맛집 다크호스' 수두룩

류지민 2018. 9. 1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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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 고속도로 휴게소는 화장실에 가거나 주유를 하기 위해 잠시 들르는 장소였다. 음식을 팔기는 해도 허기를 달래는 정도에 그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를 갖추고 여행자의 발길을 유혹한다.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휴게소가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가 되는 일도 적잖다.

특히 추석 연휴 귀경·귀성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의 인기는 더욱 높아진다. 꽉 막힌 도로에서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고속도로 휴게소는 안성맞춤이다. 연휴 전에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명절 선물을 구입하거나 세차 등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갑자기 몸이 불편하다면 병원 진료를 받거나 약국에서 의약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애견 놀이터나 9홀 미니 골프장을 갖춘 럭셔리 휴게소도 인기 만점이다. 그야말로 도로 위의 오아시스라 할 만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고속도로 휴게소의 가장 큰 매력은 음식이다. 호두과자, 감자구이, 떡볶이 등의 간식으로 요기를 하거나 기껏해야 라면, 우동 정도에 불과했던 먹거리가 거침없이 진화 중이다. 요즘 휴게소는 지역 특색을 살린 별미를 앞세워 맛집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휴게소에서 먹은 음식을 잊지 못해 일부러 다시 들른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금강휴게소와 섬진강휴게소처럼 맛있는 식사 후에 산책 코스까지 겸비한 휴게소도 눈길을 끈다.

그냥 지나치면 아쉬울 휴게소 맛집에는 어디가 있을까. 한국도로공사가 5만2000여명의 휴게소 이용자 설문을 바탕으로 선정한 ‘고속도로 휴게소 대표 음식 Top 20’을 중심으로 꼭 들러볼 만한 휴게소 맛집을 뽑아봤다. 명절 고향 가는 길, 가족과 함께 이색 휴게소 탐방을 곁들인다면 또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애견 놀이터, 미니 골프장, 문화체험, 쇼핑몰 등 이색 테마로 무장한 고속도로 휴게소가 여행객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사진은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 <덕평자연휴게소 제공>

▶맛과 건강 모두 잡은 ‘웰빙 음식’

▷각양각색 비빔밥, 소고기국밥 일품

고향 가는 길의 시작인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먹거리가 있다. 도로공사 선정 우수 대표 메뉴에 3년 연속 선정된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이다. 국밥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출발하면 긴 귀성길도 힘들지 않다. 특수 가마솥에서 사골을 48시간 동안 우려내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담백하고 고소한 풍미의 소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는 것도 인기 비결이다.

천안휴게소에서는 호두과자 못지않게 ‘해물볶음돈가스’가 유명하다. 두툼한 돈가스 위에 새우, 오징어 등 각종 해물이 푸짐하게 올라가 있는데 바삭한 돈가스와 쫄깃한 해물, 그리고 매콤한 소스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무엇보다 육질이 뛰어나 돈가스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는 평을 받는다. 천안휴게소 가기 전 망향휴게소에서는 ‘명품 닭개장’이 명물이다. 닭발, 월계수잎, 각종 한약재로 육수를 내 깊은 맛이 돋보인다.

경주를 지날 때는 건천휴게소를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고속도로 최고의 음식 중 하나로 꼽히는 ‘누구나 돌솥비빔밥’을 맛볼 기회다. 평범한 비빔밥 같지만 따로 고추장을 내지 않을 만큼 재료 본연의 맛이 살도록 각각의 재료를 따로 양념해 고명을 올린 것이 특징이다. 후식으로 나오는 수정과는 깔끔한 입가심으로 제격이다.

서울에서 통영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라면 금산에 위치한 인삼랜드휴게소에 들러 ‘인삼 가마솥비빔밥’을 먹어보자. 인삼과 각종 고단백 영양소가 골고루 첨가된 웰빙 음식이다. 입안에 은은하게 맴도는 인삼향에 기운이 절로 솟아나는 기분이 든다. 1층 푸드코트 옆에는 작은 수변공원이 있어 좋은 경치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서울로 올라올 때는 하남 방향 인삼랜드휴게소에 들러 ‘인삼 갈비탕’ 한 그릇 시켜보면 좋을 듯하다. 금산 비단뫼인삼과 소갈비가 넉넉히 들어 있는 국물 맛이 일품이다.

영호남 다리 역할을 하는 남해고속도로를 지난다면 3년 연속 휴게소 대표 음식으로 선정된 사천휴게소(순천 방향)의 ‘새싹삼힐링비빔밥’이 필수 코스다. 인삼 못지않은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새싹삼’을 넣은 비빔밥으로 적근대, 루콜라, 시소, 청경채, 바질, 공심채, 신선초, 고수, 식용꽃 새싹 채소 등 건강에 좋은 갖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대구 방향)에 있는 ‘춘향남원추어탕’도 별미다. 추어탕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메뉴. 남도 지역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추어탕에 추어튀김, 우렁초무침 등을 추가했다. 선보인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매일 아침 싱싱한 국내산 미꾸라지를 직접 삶아 무청과 우거지, 된장을 풀고 팔팔 끓여내는데, 오랜 운전으로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춘천에서 대구를 잇는 중앙고속도로에는 단양과 안동휴게소가 ‘포인트’다. 단양휴게소의 ‘새뱅이해물순두부’는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음식이다. 새뱅이는 청정수에서만 자생하는 민물새우를 가리킨다. 자연산 새뱅이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맛과 10가지 한방 재료로 만든 특제양념이 어우러져 기가 막힌 국물을 만들어낸다. 안동휴게소의 ‘이동삼 안동간고등어정식’은 고등어 ‘간잽이(생선에 간을 치는 사람)’로 유명한 이동삼 명인이 직접 만든 안동간고등어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온다. 다시마 진액과 죽염으로 간을 하고 숙성시킨 안동간고등어는 바삭하고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다.

▶지역 특산물 활용한 먹거리

▷횡성 한우·인제 황태·곡성 돼지 별미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보석 같은 먹거리를 내는 고속도로 휴게소도 곳곳에 숨어 있다. 한우의 고장 횡성휴게소는 ‘한우떡더덕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휴게소 스테이크라고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횡성 한우로 만든 두툼한 고기살에 횡성의 또 다른 특산물 더덕이 들어가는데, 1만5000원에 누리는 스테이크 맛은 일류 레스토랑 저리 가라다. 한우와 더덕의 고유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주문할 때 소스를 뿌리지 말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횡성휴게소에는 메타세쿼이아 쉼터가 조성돼 있어 식사 후 가볍게 삼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강릉휴게소(서창 방향)는 ‘초당두부 황태해장국’이 유명하다. 대관령 인근과 설악산 기슭 인제의 특산물인 황태를 이용한 건강식으로, 바닷물로 간을 한 초당순두부와 어우러져 맛이 깔끔하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휴게소의 ‘어리굴젓 백반’은 상큼한 바다향과 짭조름한 감칠맛을 내는 어리굴젓을 맛볼 수 있는 정식이다. 따끈한 밥 위에 어리굴젓을 올리고 김에 싸 먹으면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진다. 불맛이 살아 있는 푸짐한 고기와 아삭한 야채의 조화가 돋보이는 ‘불향 제육볶음덮밥’도 인기만점이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한다면 곡성휴게소의 ‘흑돼지 김치찌개’를 빼놓지 말자. 호남고속도로 석곡IC를 끼고 있는 곡성군 석곡면 석곡리는 예로부터 돼지고기로 유명한 마을이다. 청정한 들판에서 방목한 재래종 돼지를 잘 익은 묵은지와 함께 끓여낸 김치찌개는 얼큰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돼지의 누린내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육질이 쫄깃하고 담백해 시골집에서 직접 끓여 먹는 듯한 맛을 담고 있다.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는 ‘쌀의 고장’답게 밥맛을 극대화하는 ‘갈치 세트’가 인기다. 700℃ 고온의 화덕에서 구워내 육질이 연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 이천쌀로 지은 밥맛은 두말할 필요 없이 최고다. 충북 청주시 북쪽, 미호천을 끼고 있는 오창휴게소는 ‘등심돈가스’가 유명한데, 식사 후 잠시 짬을 내 수려한 주변 환경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충청남도 당진에서 경상북도 영덕까지 이어지는 당진영덕고속도로에는 청송휴게소(영덕 방향) ‘청송사과돈가스’를 먹어볼 만하다. 청송은 사과로 유명한 고장이다. 대부분이 산지에 일교차가 심한 덕분에 청송 사과는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청송 사과로 만든 소스는 식감이 좋고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평범한 돈가스를 전혀 다른 음식으로 만드는 마법의 소스다.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경기도 양평군을 잇는 중부내륙고속도로에는 영산휴게소(마산 방향) ‘창녕양파제육덮밥’이 유명하다. 창녕 특산물인 양파를 익히지 않고 얇게 채를 썰어 제육덮밥에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도로 위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산책·문화체험·애견놀이터 등 인기

충분히 배를 채웠다면 휴게소의 이색 테마를 즐기며 잠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에서는 천혜의 자연환경인 금강을 조망하며 산책이 가능하다. 남해고속도로 섬진강휴게소(부산 방향)에서는 천장이 무지개색 우산으로 수놓인 전망대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섬진강 줄기를 내려다볼 수 있다. 해질 무렵이라면 전망대로 가는 피아노 계단을 오를 때마다 음계가 차례로 울려퍼지며 주변 조명이 켜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강릉 방향)는 LED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조형물과 밤하늘 별자리가 있는 ‘별빛 소공원’이자 강원도 첫 관문 휴게소로서 인기가 많다.

애견 놀이터가 있는 휴게소도 있다.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는 이미 애견인 사이에서는 유명한 장소로 애견체험학습장, 천연 잔디 운동장, 다양한 애견 레포츠 장비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역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주제로 한 체험활동도 인기다. 중앙고속도로 안동휴게소(부산 방향)의 안동문화체험관은 하회탈 제작체험장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전주광양고속도로 오수휴게소(광양 방향)의 임실N치즈 체험관에서는 크림치즈, 치즈피자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 많이 찾는다. 서해안고속도로 고창고인돌휴게소(서울 방향)에는 9홀 미니 골프장이 있다. 나무 채로 나무 공을 치는 방식의 파크골프장으로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이용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휴게소(대구 방향)는 지역 명물 ‘현풍 백년도깨비 시장’을 벤치마킹한 도깨비 소굴, 도깨비 자판기 부스, 근심 먹는 분수대 등 도깨비를 활용한 다양한 시설을 갖춘 이색 휴게소다. 광주대구고속도로 강천산휴게소(광주 방향)에서는 연결로를 통해 순창 장류 체험관, 발효소스 토굴, 순창 특산물 판매점을 갖춘 순창 고추장 민속마을을 방문할 수 있다.

갑자기 몸이 아플 때도 휴게소가 정답이다.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서울 방향)에는 전국 최초로 휴게소 병원이 문을 열었다. 내과, 외과, 피부과, 정형외과, 소아청소년 등을 진료 과목으로 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만성피로클리닉 혹은 여행자클리닉 등 고속도로 이용 관련 특화된 진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약국은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부산 방향)를 포함한 10개 휴게소에서 찾을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천안(서울)·청주(서울)·기흥(부산)·안성(서울),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 영동고속도로 덕평·여주(강릉)·문막(강릉), 중부고속도로 마장휴게소 등이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6호·추석합본호 (2018.09.19~10.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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