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이해찬의 '타이밍 정치'
[경향신문] ㆍ이재용 방북·부동산 문제… 주요 현안 관련 해법 ‘툭툭’
ㆍ“아동수당 행정비용 과다” 청 대신 민감 사안 발언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66)의 ‘타이밍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현시점에서’ 민감한 정치·경제·사회 현안에 거침없이 해법을 툭툭 내놓으며 정치권 전반의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언급하기 어려운 민감한 이슈를 이 대표가 대신 발언하고 입장을 정리하는 등 여권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포함을 두고 “언론에서나 여론에서 ‘이번에 꼭 방북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잘 새겨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중요한 경제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남북 경제교류 협력을 할 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같이 가게 된 것”이라며 “국제사회 제재하고는 관계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보수진영의 ‘대북 퍼주기’ 비판에는 “퍼주기가 아니라 퍼오기가 맞는 것”이라며 “무상원조가 아니라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교류협력을 활발히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를 두고는 “부동산 시장이 교란될 경우 더 강력한 대책이 있어야 된다고 했는데, 몇 가지 구상은 있다”면서 “함부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고 시장 상황에 걸맞은 정도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문제에도 “이미 속도 조절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당정 간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은) 2021년이냐, 2022년이냐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제기했던 출산주도성장을 두고는 “토론의 가치가 없다”면서 “말장난하는 것이지, 토론도 어느 정도 격이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첫 지급을 앞둔 아동수당을 두고 “행정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법 개정을 통해서 개선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소득 상위 10%를 추려내는 데 드는 비용이 아동수당 100% 지급 시 필요한 추가 예산보다 더 커지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종부세 강화’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내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반걸음 빠르게’ 아동수당과 보편복지 확대에 정책 포커스를 맞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여권에선 이 대표 언행을 두고,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부 정책을 둘러싼 우클릭 논란, 보수야당의 정치공세 등 청와대가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사안을 이 대표가 대신 발언하거나 대응하는 식으로 정국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이재용 부회장 방북을 두고 “저희도 잘 새겨들어야 되겠다”고 한 것은 ‘재벌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 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저임금 문제를 두고도 “속도 조절은 시작됐다”고 정리했는데, 이 문제도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요즘은 청와대도 이 대표에게 필요한 발언을 대신 해달라는 ‘민원’을 자주 한다고 들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이 대표에게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정치 감각만큼은 알아줘야 한다”고 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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