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거침없는 이해찬의 '타이밍 정치'

정환보 기자 2018. 9. 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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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이재용 방북·부동산 문제… 주요 현안 관련 해법 ‘툭툭’
ㆍ“아동수당 행정비용 과다” 청 대신 민감 사안 발언도

민주당 ‘창당 63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에서 네번째)와 홍영표 원내대표(다섯번째) 등 지도부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창당 63주년 기념식에서 축하떡을 자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66)의 ‘타이밍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현시점에서’ 민감한 정치·경제·사회 현안에 거침없이 해법을 툭툭 내놓으며 정치권 전반의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언급하기 어려운 민감한 이슈를 이 대표가 대신 발언하고 입장을 정리하는 등 여권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포함을 두고 “언론에서나 여론에서 ‘이번에 꼭 방북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잘 새겨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중요한 경제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남북 경제교류 협력을 할 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같이 가게 된 것”이라며 “국제사회 제재하고는 관계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보수진영의 ‘대북 퍼주기’ 비판에는 “퍼주기가 아니라 퍼오기가 맞는 것”이라며 “무상원조가 아니라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교류협력을 활발히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를 두고는 “부동산 시장이 교란될 경우 더 강력한 대책이 있어야 된다고 했는데, 몇 가지 구상은 있다”면서 “함부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고 시장 상황에 걸맞은 정도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문제에도 “이미 속도 조절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당정 간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은) 2021년이냐, 2022년이냐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제기했던 출산주도성장을 두고는 “토론의 가치가 없다”면서 “말장난하는 것이지, 토론도 어느 정도 격이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첫 지급을 앞둔 아동수당을 두고 “행정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법 개정을 통해서 개선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소득 상위 10%를 추려내는 데 드는 비용이 아동수당 100% 지급 시 필요한 추가 예산보다 더 커지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종부세 강화’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메시지를 선제적으로 내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반걸음 빠르게’ 아동수당과 보편복지 확대에 정책 포커스를 맞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여권에선 이 대표 언행을 두고,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부 정책을 둘러싼 우클릭 논란, 보수야당의 정치공세 등 청와대가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사안을 이 대표가 대신 발언하거나 대응하는 식으로 정국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이재용 부회장 방북을 두고 “저희도 잘 새겨들어야 되겠다”고 한 것은 ‘재벌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 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저임금 문제를 두고도 “속도 조절은 시작됐다”고 정리했는데, 이 문제도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요즘은 청와대도 이 대표에게 필요한 발언을 대신 해달라는 ‘민원’을 자주 한다고 들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이 대표에게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정치 감각만큼은 알아줘야 한다”고 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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