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盧와 맞짱 검사 김영종 "어휴 그게 언제적 일인데"

유성운 입력 2018. 9. 17. 18:39 수정 2018. 9. 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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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이쯤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주인공 검사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2003년 3월 9일 평검사들과의 대화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혹스러워하는 발언이 생중계로 전국에 방영됐다. 한 검사가 “대통령 취임하시기 전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한 적이 있다. 뇌물사건과 관련해 잘 좀 처리해달라는 얘기였다. 그때 왜 검찰에 전화하셨나?”라며 거침없이 따져 물으면서다. 여론은 엇갈렸다. 30대 검사의 패기를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통령에게 너무 당돌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3월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평검사 대표들과 함께 검찰 인사문제와 개혁방안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전례가 없었던 이날 토론회는 TV로 전국에 생중계돼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앙포토]

당시 노 전 대통령을 거침없이 추궁하던 주인공이 자유한국당의 윤리감사위원장으로 발탁됐다. 김영종 전 안양지청장이다. 한국당은 17일 김 전 지청장을 윤리감사위원장에 임명한다고 밝혔다.
2003년 당시 '검사들과의 대화'에 참석한 김영종 수원지검 안양지청장(당시 수원지검 검사) [사진 KBS 캡처]
김 전 지청장은 사법연수원 23기로 수원지검, 법무부 검찰국, 서울 남부지검, 의정부지검 등을 거쳐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지난해 8월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됐고, “검찰의 진정한 봄날을 만드는 데 제대로 기여하지 못한 것이 죄송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검찰을 떠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과의 일화가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그 자리에 동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훗날 회고록에 “이건 목불인견이었다. 인사 불만 외에, 검찰 개혁을 준비해 와 말한 검사는 없었다…선배 법조인으로서, 젊은 검사들이 그렇게 바보스러울 수 없었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김 신임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과는 다르다”라고 부인했다. 다음은 김 신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2003년 3월 9일 문재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中)이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에 앞서 회의 진행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Q :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검사장 승진에서 제외되고 한국당 윤리감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불편한 일화가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가
A : 어휴, 그게 언제적 일인데… 검찰 조직에 대해 서운하거나 불편한 감정은 전혀 없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사유다. 또, 정부가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국가에게도 좋은 일 아닌가.

Q : 한국당에서 중책을 맡으니 그런 시각이 더 강해지는 것 같다.
A : 이제 공직에 있지 않으니 내가 가진 법률적 지식이나 전문성을 보다 다양하게 활용해보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윤리감사위원장이라는 자리를 제안받았다. 알아보니 법조인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응했을 뿐이다. 한국당이 아니라 바른미래당이나 다른 정당에서도 요청했어도 참여했을 것이다.
2003년 3월 9일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 모습 [연합뉴스]

Q : 어떤 인연으로 한국당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나.
A : 나를 콕 찍어서 요청이 온 건 아니었다. 들어보니 한국당에서 윤리감사위원장 후보군을 물색하기 위해 로펌 등에 수소문해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 출신 중 되도록 젊고 정치와 연관이 없는 인물을 원했다고 한다. 나는 인근의 다른 로펌에서 추천했다고 들었다.

Q : 한국당에서 잘 알고 지내는 인사가 있나.
A : 검찰 출신 선배 의원들을 알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잘 안다고 하기는 어렵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르나?)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Q : 당 윤리감사위원장은 때에 따라 인적청산 등을 진행할 때 ‘칼자루’를 쥐게 된다. 정치인들과 마찰도 적지 않을 수 있는데 각오는 되어 있나.
A : 그런 정치적 배경은 잘 모른다. 나는 정파성이랄까,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호·불호가 전혀 없다. 그러니까 나를 추천도 하고 임명한 것 아니겠나. 내가 가진 능력을 잘 발휘해 우리나라 정치에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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