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은 왜 블랙리스트 예술인들을 울렸나
"법률 검토 핑계로 관료들 편 들어줬다" 비판 거세져
18일 오전 문화예술계 긴급 기자회견
◇ 블랙리스트 공무원 징계 '0'명에 큰 충격, "11개월 간 뭐하러 진상조사했나"
문체부가 지난 13일 블랙리스트 징계 및 수사의뢰 이행계획을 발표하자 문화예술계는 직후부터 큰 충격에 빠졌다.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징계를 권고한 공무원과 직원 104명 중 과장급 이상의 공무원 10명에 대해서만 '주의'를 내렸다. '주의'는 공무원법에 의한 정식 징계가 아니다. 사실상 아무도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이다.
수사의뢰도 소극적이었다. 진상조사위는 2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라고 실명 권고를 내렸지만 이중 문체부 5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명, 영화진흥위원회 1명 등 7명에 대해서만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예산을 들여 민관 합동으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켜 11개월간 불철주야로 활동해왔던 인사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 장관 스스로 공동 위원장직을 맡았지만, 진상조사위의 권고를 무시하는 꼴이 됐다.
문체부는 자체적 법률자문단의 법리 검토를 거친 결과라고 해명하고 있다. 문체부 황성운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위는 순수한 자문위원회였기 때문에 의견을 듣는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보면 된다"며 "문체부가 결국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에서도 법률 자문을 거쳐 내린 권고 사항을 문체부가 무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 진상조사위 때부터 문체부 반발 감지, 도 장관 관료들 손 들었나?
사실 진상조사위 활동 막판에도 문체부 내 이상 기류는 감지됐다.
지난 6월 진상조사위에 참여하는 문체부 공무원들이 대규모 징계 및 수사의뢰 권고를 반대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진상조사위 안에서도 민간위원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상당한 의견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격론 끝에 진상조사위는 130명의 처분 명단을 통보하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따라서 진상조사위원회 과정에서 불만을 품었던 문체부가 자체 법률 자문을 핑계삼아 소극적인 처분을 내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진상조사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대통령과 장관이 구속된 엄중한 사안에 대해서 문체부가 이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할 줄은 몰랐다"며 "수사의뢰는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하지만 왜 징계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공무원들은 도 장관이 블랙리스트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나름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한 문체부 공무원은 "도 장관이 조직을 위해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우리도 어느 정도 비판은 각오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도 장관이 블랙리스트 사태에 앞장을 서왔던 상징적인 인물이기에 문화예술계의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문체부를 향한 실망과 분노는 청와대로 향하고 있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대변인을 맡았던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이번 문체부의 결정은 지난 11개월간 파헤쳤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를 처참히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정과제 1호로 적폐청산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 장관이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18일 오전 평양으로 향하는 시각에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어서 후폭풍이 쉽사리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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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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