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순안공항에 첫 등장 '한반도기·인공기' 물결에 담긴 뜻은..

2018. 9. 18. 12:06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0년 김대중,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방문 땐 꽃만 흔들어
두 개의 주권국가의 병립과 공존, 화해협력 지향 메시지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공식환영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8.9.18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한 북쪽 인민들의 양손에는 꽃, 인민공화국기(인공기), 한반도기(조선반도기)가 들렸다. 누군 꽃을, 누군 한반도기와 인공기를 뜨겁게 흔들었다. 인공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기이고, 한반도기는 1990년대 초반 이후 국제 스포츠무대에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상징하는 깃발이다. 올해 평창겨울올림픽과 인도네시아 아시아경기대회 때 남북 단일팀 유니폼 심장부에 새겨졌던.

2000년 6월13일 순안공항에서,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하려고 평양에 온 김대중 대통령을 환영한 평양 시민의 손에는 꽃이 들려 있었다. 2007년 10월2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두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하려고 평양에 온 노무현 대통령을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환영한 평양 시민의 손에도 2000년 6월과 같은 꽃이 들렸다.

그런데 이번엔 꽃만 든 게 아니다. 한반도기와 인공기가 새로 등장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차 평양 정상회담 때 북쪽 환영 인파는 꽃을 들었다”며 “한반도기와 인공기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평양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반도기와 인공기의 새로운 등장, 어떤 뜻이 담겼을까?

국기는 주권의 상징이다. 인공기는 주권국가로서 북한의 존재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순안공항 환영 인파의 손에 들린 인공기는 한반도에 두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함을 상기시킨다. 남과 북은 국제법상 별개의 주권국가이다. 1991년 9월17일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유엔 회원국이 됐다. 영문 표기 순서에 따라 북이 160번째, 남이 161번째 유엔 회원국이 됐다.

다만, 남북은 1991년 12월13일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전문에서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했다. 국제법적으로는 두개의 주권국가이되 서로를 외국이나 별개의 국가로 간주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5차례에 이르는 남북정상회담장에 국제관례와 달리 태극기와 인공기가 내걸리지 않은 이유다. 그러므로 순안공항 환영 인파의 손에 들린 인공기는 중요한 변화를 담고있는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기에는 무슨 뜻이? 서로 차원이 다른 두 갈래 해석이 가능하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양자 정상회담과 관련한 표준 의전은 양쪽 국기의 병립이다. 그러므로 국제 기준대로라면, 환영 인파의 양손엔 인공기와 함께 태극기가 들려 있어야 했다. 그러나 ‘조국통일’을 국시로 삼는 북녘에서 그런 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무리 실용주의자라고 해도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북한 읽기와 남북관계사에 밝은 전직 고위 관계자는 “순안공항의 한반도기는 태극기의 대체물”이라고 짚었다. 태극기를 흔들 수는 없으니, 대신 한반도기를 들었으리라는 분석이다. 언젠가 김정은 위원장이 남녘에 와서 정상회담을 할 때, 남쪽 환영인파가 태극기와 함께 인공기를 흔드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을 떠올리면 되겠다.

다만 한반도기는 태극기의 대체물만은 아니다. 한반도기는 각종 국제 스포츠 행사 때 남북 단일팀의 단기로 쓰려고 1989년 남북체육회담에서 합의·제정했으며,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때 처음 쓰였다. 1991년 가슴에 한반도기를 단 현정화·리분희가 이끈 여자 탁구 단일팀의 지바세계탁구선수권 대회 우승은 한반도인의 기억에 깊이 각인돼 있다.(현정화 탁구대표팀 감독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18일 평양에 갔다) 한반도기는 화해와 협력,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8천만 한반도인의 마음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18일 순안공항 환영 인파 손에 들린 한반도기와 인공기는 ‘병립 공존’과 ‘화해협력’의 지향을 담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에 두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화해협력과 공존을 도모하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실용주의적 태도가 담긴 장면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화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