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김성태가 요구한 김정은 육성 비핵화 나왔다"

김윤나영 기자 2018. 9. 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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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용기 갖고 저질러야"

[김윤나영 기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9월 평양 공동 선언'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이 요구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 비핵화 약속이 이번에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19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남북 정상이 발표한 '9월 평양 공동 선언'에 대해 "전반적으로 합의가 잘 됐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 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조항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영변 핵 시설을 폐쇄하면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생산하지 못하므로 핵 생산이 불능화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라는 조건이 달린 점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종전 선언 정도로 얘기했는지, 아니면 평화 협정과 관련한 진척된 미국의 대응을 요구하는지, 제재를 풀어달라는 사인이 나와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9월 말에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이 정도는 해줘라' 하고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북한이 핵 리스트를 신고하고 국제 사회의 검증을 받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을 듣고 싶다"고 말한 데 대해 "협상의 '협' 자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을 때 들어야 할 말을 왜 굳이 자기가 들으려고 하나?"라고 따져물었다.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 정세현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용기를 가지고 하면 된다"며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 틀에서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북이 '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상시적 군사 협의 기구를 복원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정세현 전 장관과 한 인터뷰 전문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상응 조치 맞바꿔야"

프레시안 : '9월 평양 공동 선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직접 언급한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와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정세현 :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쇄는 이미 시작했다. 새로운 사안은 아니지만, 미국을 포함한 외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객관적으로 폐쇄된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북한이 '아무도 안 보는 데서 폐기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미국 내 비판에 대해 답을 한 것이다. 

두 번째로 '영변 핵시설 폐기'에는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미국의 상응 조치가 무엇일지가 핵심이다. 종전 선언 정도로 얘기했는지, 아니면 평화 협정과 관련한 좀 더 진전된 미국의 대응을 요구하는지,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사인이 나와야 하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얘기한 '상응 조치'가 무엇인지 들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9월 말에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그에 관해 설명하고, '이 정도는 해줘라' 하고 중재해야 한다. 

프레시안 : 미국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 리스트를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영변 핵 시설 폐기는 어떤 의미가 있나?

정세현 : 영변 핵 시설을 폐쇄해버리면 더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생산하지 못하니 핵 생산 능력이 불능화되는 것이다. 핵 리스트 신고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해야 하는데, IAEA가 북한에 들어와서 검증과 관련한 소란을 피우느니, 차라리 비핵화 신고와 검증, 폐기 절차를 미국과 일대일로 하겠다는 신호를 북측이 보낸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요구하던 김정은의 육성 비핵화 약속"

프레시안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아침 "북한이 핵 리스트를 신고하고 국제 사회의 검증을 받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육성을 듣고 싶다"면서 북한이 핵 리스트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27 남북 정상회담 합의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를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수 야당이 요구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 비핵화 약속이 됐다. 따라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더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공세해서는 안 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북한 핵 리스트 제출을 김정은 위원장 육성으로 들어야 하겠다"는 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이다. '협상'의 '협' 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북핵 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인데, 보수 야당은 자꾸 남북 간의 문제인 것처럼 착각한다. 북한이 핵 카드를 갖고 받아내야 할 반대급부는 북미 수교이고 평화협정이다. 거기에 들어가는 입구가 종전 선언이다. 수교나 평화 협정을 해줄 수 없는 사람들이 왜 자꾸 비핵화를 얘기하나? 북미 문제인 북핵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들어야 할 말을 왜 굳이 자기들이 들으려고 하나? 진정 비핵화를 원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비핵화 의지를 보여줬으니 미국도 상응 조치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자유한국당이 먼저 미국에 해야 한다. 

프레시안 : 군사 합의 분야로 넘어가 보자.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공동 어로 구역을 시범적으로 설정한다고 한다. 또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군사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정세현 : 서해에서 공동 어로 구역을 설정한다면 큰 성과다. '공동 어로 구역'이라면 우리 구역에 북한 어선이 들어올 수 있고, 거꾸로 북한 지역에 우리 어선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에 거기에 합의하면, 자유한국당은 "바다 팔아먹었다"고 시비 걸고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점은 의미가 있다. 군사공동위원회가 출범하면 정전협정 관리를 해오던 '군사정전위원회'의 역할도 일부 넘겨받을 수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사 분야 현안에 대해 수시로 논의할 수 있는 상시적인 관리 기구가 생겼다는 의미가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 대통령, 서훈 국정원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용기 갖고 하면 된다"

프레시안 : 동해선과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 기한을 '올해 안'으로 못 박았다.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은 유엔 제재의 틀에서 봐야 하기에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아직 어렵지 않을까?

정세현 : '철도 착공식'은 현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군사적으로 전용될 물자가 가는 것도 아니라 유엔 제재 위반이 아니다. 남북 철도는 경의선이 이미 지난 2003년에, 동해선은 2005년에 연결이 완료됐다. 철도 연결을 새로 하더라도,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있는 물자가 가는 것도 아니기에 현재 유엔 제재 틀 안에서도 할 수 있다. 아니면 착공식만 하고 개보수는 비핵화 진전 사항을 봐가면서 할 수도 있다. 

우리 돈으로만 철도를 현대화하려는 생각은 짧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5월 9일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둥에서 서울까지 고속철을 놓자고 했다. 사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돈을 가지고 북한에 들어오면 미국이 막지 못한다. 그때 되면 일본도 철도 사업을 한다고 나설 것이다. 우리만 가만히 있는다? 그랬다가는 나중에 철도 사업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다. 

프레시안 :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안은 어떻게 봐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유엔 제재의 틀 안에서 보겠다'고 공언해온 바가 있지 않나?

정세현 :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도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용기를 가지고 하면 된다. 자꾸 미국에 먼저 물어봐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만약 미국에 먼저 물어봤다면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이 '저질렀'기 때문에 미국도 추인할 수밖에 없었다. 임동원 당시 외교안보수석이 "이럴 땐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결단한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용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관계 진전으로 비핵화를 견인하겠다"고 했으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통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선도할 수도 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는 것은 돈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전략 아닌가. 압박만 전략이 아니다. 상대방을 유인하는 것도 전략이다.
김윤나영 기자 (dongglmoon@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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