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핵·장사정포 그대론데.. 우리는 스스로 눈 가리고 손 묶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18. 9. 2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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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南北정상회담] 공중·지상 적대행위 중단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지상·해상·공중 모두에서 남북 간 적대 행위 중단 구역을 설정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사실상 남북 간 불가침 선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조치들이 우리 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군 스스로 무장해제한 것이란 비판도 적잖다.

◇北, 우리 킬 체인 문제 삼을 수도

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육·해·공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 증강, 다양한 형태의 봉쇄·차단 및 항행 방해, 상대방에 대한 정찰 행위 중지 문제 등을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전력 증강 계획까지 북한이 군사공동위에서 제동을 거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종전 행태에 비춰 볼 때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전력, 북한 지도부와 핵심 시설을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DMZ(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10~40㎞의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공중 정찰 활동을 중단키로 한 것은 문제가 크다고 했다. 전투기·정찰기의 경우 동부전선은 군사분계선에서 40㎞, 서부전선은 20㎞를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이 구역에선 항공기의 공대지미사일 사격 등 실탄 사격을 동반한 전술 훈련, 공중 정찰 활동이 금지된다. 현재 비행 금지 구역은 유엔사에 의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9㎞로 설정돼 있다.

DMZ 일대를 감시하는 전술 정찰기와 중·대형 무인기 전력에선 한·미 양국이 북한군에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우리 쪽 정찰 감시 능력만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평양-원산선 이남에 육해공 전력의 70%가량을 전진 배치해 놓고 있어 우리로선 DMZ 인근 정찰 감시 활동이 중요하다.

◇북 장사정포 감시 어려워질 듯

정찰 활동이 중단되면 수도권을 위협하는 340여 문의 북 장사정포 감시에 큰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갱도 진지 안에 들어 있는 북 장사정포 감시는 무인정찰기에 많이 의존하는데 앞으로 제대로 정찰 활동을 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남북은 또 오는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도 중지하기로 했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 내에서 포병 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 훈련을 중지한다. 군 소식통은 "앞으로 최전방 철책선 인접 전방부대의 전술훈련은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은 또 비무장지대 내 모든 GP(감시소초)를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군사분계선(MDL) 1㎞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GP 각각 11곳도 시범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북한은 GP가 160여 곳으로 우리(60여 곳)보다 2.5배가량 많다. 똑같은 수만큼 철수하면 우리 군 전력에 미치는 여파가 더 큰 것이다.

이날 합의서는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서명했다. 일각에선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한 뒤 며칠 후면 물러날 송 장관이 이번 군사적 합의와 같은 중대한 사안에 서명하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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