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미대 교수를 죽음으로 몰고간 대자보의 진실은?

거짓 대자보로 징역산 작성자 퇴학 무효 소송서 또 다른 교수가 종용했다 주장

[박호경 기자(=부산)]

2년 전 동아대학교 내에 거짓 대자보를 붙여 손현욱 교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혐의로 징역을 살았던 20대 학생이 뒤늦게 다른 교수에게서도 대자보 작성을 종용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부산 동아대는 오는 21일 열릴 이사회에서 미술학과 A 교수에 대한 징계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아대 측은 A 교수에 대한 징계안 논의는 지난 2016년 손 교수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성추행 대자보를 붙인 B모(27) 씨가 법원에 퇴학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A 교수 역시 대자보를 작성하게 종용했다는 주장에 대한 대처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16년 3월 동아대학교 미술학과 손 교수가 야외 스케치 수업 이후 술자리에서 여학생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후 벌어진 성추행 의혹으로 결백을 주장하며 괴로워하던 손 교수는 결국 지난 2016년 6월 자택인 부산 서구의 한 아파트 9층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억울한 누명에 자살까지 선택한 손 교수의 유족과 동아대 측은 이후 자체조사를 벌인 끝에 학내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가 실제로는 미술학과 내의 다른 교수와 시간강사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손 교수의 누명을 벗겨냈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성추행 가해자가 다른 사람으로 밝혀지고 대자보가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작성자 B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서 B 씨는 "혼자 벌인 일이다"며 대자보를 붙인 배후가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동아대 측은 당시 A 교수가 대자보 작성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있어 자체조사를 진행했으나 물증이 부족해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명예훼손으로 재판을 받게 된 B 씨에게 재판부는 "A 씨가 학내에 부착한 대자보는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목격자와 증거사진까지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진실로 인식되도록 했다"며 "소문 내용과 성추행 피해자를 알고 있었음에도 소문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대자보를 붙인 것은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그러나 지난 7월 출소한 B 씨가 법원에 퇴학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찰에 진술한 것과 달리 또 다른 A 교수 역시 대자보를 작성하라는 취지의 말로 대자보를 붙이게 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A 교수가 해당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나타났다.

동아대 관계자는 "2016년 당시 학교 내에서 A 교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사를 실시했으나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어 그 당시에는 징계안을 논의할 수도 없었다"며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 측에서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최근까지도 조사를 해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B 씨가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A 교수의 내용이 적시되어 있고 의혹에 대한 윤곽이 뚜렷해졌기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에 이사회에 징계안을 올리고 A 교수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A 교수는 이같은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박호경 기자(=부산) (bsnews3@pressian.co)

▶독자가 프레시안을 지킵니다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하기]

[프레시안 페이스북][프레시안 모바일 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