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과 곧 만날 것..엄청난 서한 전달 받았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2018. 9. 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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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최종적 완전한 검증 조치’ 부합하는 ‘물밑 카드’ 가능성
ㆍ폼페이오 “평양선언 환영…2021년 1월까지 비핵화 완료”
ㆍ북 리용호에 내주 뉴욕 회동 요청, 빈 ‘실무 채널’ 가동도

도보다리 처럼…‘삼지연 다리 대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삼지연 초대소를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산책하며 대화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 하루 만에 이를 환영하며 북한에 북·미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을 제안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석 달 넘게 정체됐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이르면 다음주부터 재개되고, 속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대화의 모멘텀이 조속한 시일 내 2차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평양에서의 성공적 회담 결과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우리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향한 조치 차원에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미국과 국제 사찰단의 참관 속에서 영구 폐기하는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결정을 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미국의 ‘상응 조치’를 내걸긴 했지만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의사를 밝힌 것이 미국이 요구해온 비핵화 방향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엄청난 진전”이라고 표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같은 중요한 약속들에 기반해 미국은 북·미관계를 전환하기 위한 협상에 즉각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오늘 아침 카운터파트인 리용호 외무상을 다음주 뉴욕에서 만나자고 초청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우리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가능한 한 빨리 만날 것을 북한 대표자들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석 달 넘게 제자리걸음을 해온 북·미 협상도 본궤도에 오른다. 장관급과 실무급에서 ‘투트랙 협상’이 동시에 진행된다. 비건 특별대표와 만날 북한 카운터파트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은 재개되는 북·미 협상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까지 완성될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과정을 통해 북·미관계를 변화시키는 한편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만 강조하지 않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평양공동선언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의 조건으로 요구한 상응조치에 해당하는 카드를 내놓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2021년 1월’은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남한의 대북특사단에 밝힌 비핵화 시간표로, 미국도 이에 동의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핵 신고서 제출 같은 핵심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북한의 카드에 환영 일색의 반응을 보인 데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공개되지 않은 북한의 ‘플러스알파’ 메시지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하에 영변 핵시설 폐기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양공동선언에 없는 IAEA 사찰을 언급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공동선언 발표 직후 “김 위원장이 핵사찰 허용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검증된 비핵화를 가능하게 할 IAEA 사찰 등의 카드를 물밑으로 제시했을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엄청난 서한을 받았다. 사흘 전에 배달됐다”고 소개했다. 지난 10일 공개했던 2차 북·미 정상회담 요청 친서를 혼동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친서가 전달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북·미대화가 다시 시작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론도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 한국에서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고 환영했다. 김 위원장과 곧 다시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미 김 위원장 요청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 성과를 내기 위해 이르면 10월 2차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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