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식중독 케이크, 발단은 '해썹' 계란유통업체
[경향신문] ㆍ식약처 “흰자 분리 공정서 위생 문제”…인증 취지 무색
ㆍ일각 “닭 감염 조사를”…대기업 위주 급식 구조도 문제
최근 전국을 뒤흔든 ‘케이크 식중독’ 사건은 난백액(달걀을 가공해 흰자만 분리한 것) 제조 과정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건당국이 잠정 결론을 내렸다. 문제가 된 난백액 납품업체도 케이크 업체와 마찬가지로 ‘안전관리통합인증’(HACCP·해썹)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이 제도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0일 “식중독 케이크 사건을 조사한 결과 (케이크 재료인) 난백액을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며 “일단 난백액을 납품한 ㄱ업체에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던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식품제조업체 ‘더블유원에프엔비’가 만든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을 배식한 전국의 학교와 유치원 등에서 식중독 의심환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확인된 의심환자만 2207명이었다. 식약처 조사 결과 케이크와 케이크에 사용된 난백액에서 식중독 원인균인 살모넬라균이 검출됐으며, 보건당국은 살모넬라균이 난백액에 어떻게 유입됐는지 조사해왔다.
경향신문 확인 결과 식약처 조사를 받고 있는 ㄱ납품업체는 국내의 대형 계란유통업체로 해썹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
해썹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이 업체가 취급하는 닭이나 계란이 살모넬라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증 취지가 무색해졌다. 해썹 제도는 최근 인증 업체가 우후죽순 난립하며 식품안전 기준으로 믿기 힘들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식중독을 일으킨 케이크를 만든 더블유원에프엔비도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였다.
일각에선 해썹 인증을 믿기 힘든 만큼 ㄱ업체에 공급된 계란을 낳은 닭들에 대해 살모넬라 감염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보건당국 관계자는 “살모넬라에 감염된 닭이 문제라면 향후에도 이런 문제가 반복될 수 있기에 축산농가의 문제까지 확실히 살피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농가 조사는 농림축산식품부에 요청해야 하는데, 농식품부에선 농가 입장을 주로 살피는 편이라 면밀한 조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식약처 측은 “식중독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 살모넬라균이 어느 닭에서 나왔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식중독 사건을 계기로 급식시장의 구조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급식시장이 일부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 있고, 이들이 유통하는 제품을 많은 학교에서 사용하다보니 식중독이 생기면 대량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현직 영양사는 “학교 학부모들도 급식 현장을 모니터링 오면 대기업 제품을 좋아하고, 대기업들도 제품을 할인해 공급하니 같은 제품을 많이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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