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전격 압수수색..심재철 "야당 탄압" Vs 靑 "황당"(종합)

최훈길 2018. 9. 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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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의원실·재정정보원 동시 수색
47만건 무단 열람·다운로드 혐의
심재철 맞불 "불법 예산집행 공개"
與 "심재철, 책임지고 사퇴하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모습. 심 의원은 “정보 관리를 실패해 놓고 의원실에 무단 유출을 했다고 헛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대변인은 “자숙해주십시오. 5선의 의원으로서 국회의 어른으로서 후배 정치인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검찰이 청와대·정부의 행정자료를 불법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자료가 유출된 한국재정정보원을 압수수색 했다. 심 의원은 “야당 탄압”이라며 청와대·정부의 불법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심 의원 주장을 일축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4부(이진수 부장검사)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심 의원실과 서울시 중구 퇴계로 재정정보원 사옥을 찾아 동시에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은 심 의원실 보좌진들이 재정정보원의 재정분석시스템(OLAP)에 접속한 로그 기록, 접속 아이피(IP) 등을 분석하고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기재부, 17일 고발..21일 압수수색

이번 압수수색은 기획재정부와 기재부 산하기관인 재정정보원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앞서 심 의원실은 지난 3일부터 디브레인(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내 재정분석시스템(OLAP)의 비인가 행정정보를 열람한 후 지난 5일부터 다운로드를 했다. 재정정보원 직원들은 지난 14일에 심 의원실을 방문해 자료 반납을 요청했지만, 심 의원은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등의 정보는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자료”라며 반납을 거부했다.

기재부와 한국재정정보원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국회 기재위 심재철 의원실 보좌진들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기재부는 고발 사유에 대해 “보좌진들이 2018년 9월 초순경부터 상당 기간 대통령 비서실, 국무총리실, 기재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 30여개 정부 기관의 47만건에 이르는 행정정보를 무단으로 열람 및 다운로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심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검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 그밖에 관련자들을 무고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심 의원은 “(행정정보를) 도둑질을 한 게 아니다. 정상적으로 접속해 다운로드 받은 자료”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산업·고용위기지역인 전북 군산을 방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년 동안 아이디를 활용해 디브레인(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을 이용하신 분이 14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며 “의도적인지는 조사해보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검찰은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며 “심 의원은 책임지고 기재위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 산업·고용위기지역인 전북 군산을 방문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인가 구역까지 들어와 방대한 양을 다운로드 받고 반납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 문제는 사법당국 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은 21일 오전 심 의원실과 재정정보원을 압수수색 했다. 재정정보원·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무고 혐의 맞고발에 대한 검찰 조사는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았다”며 “추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野 “靑·정부, 업무추진비 불법 사용”

야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10여명은 심 의원실을 찾아 검찰에 항의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가재정정보 관련해서는 쌍방 고발 건인데 고발인 수사도 제대로 했는지 답도 못하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다”며 “이런 야당 탄압에 대해 앞으로 강도 높은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어떤 자료를 가져갔는지 알기 때문에, 입을 막기 위해서 저러는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자료는)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에 따라간 이들이 사적으로 예산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방병원에서 썼다고 해서 확인해보니 그 호텔은 한방병원이 없었다. 이런 사례가 여러 건”이라며 “액수가 꽤 된다. 한방병원이 아니라 실제 어디에 썼는지 용처도 알지만 나중에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비롯해 주요 부처들이 예산 지침을 어기고 업무추진비 사용이 금지된 곳에서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를 무수히 발견했다”며 “어떤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정부의 불법적인 예산 사용 내역을 밝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재정정보원이 관리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의 재정분석시스템(OLAP)에서 청와대, 정부 관련 47만건의 비인가 자료가 심재철 의원실로 유출됐다.[사진=한국재정정보원]
◇靑 “심재철, 전혀 근거 없는 주장”

그러나 청와대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심 의원 발언 직후 보도참고 자료를 통해 “해당 건은 대통령의 인도 순방기간(2018년 7월) 중 인도 대사관 관계자들과 통상협력 강화와 관련된 한·인도 확대정상회담 사후 조치사항을 협의하기 위한 간담회 비용으로 인도 뉴델리 오베로이(Oberoi) 호텔내 중식당(Baoshuan)에서 집행한 것”이라며 “이는 정상적인 집행”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카드 승인 내역에 가맹점 업종이 ‘한방병원’으로 나온 것은 신용카드사가 해외 승인 내역을 통보 받아 입력하는 과정에서 국제업종코드(7011: 호텔)를 국내업종코드(7011: 한방병원)로 숫자 코드의 자동 입력에 따른 업종명 미전환 오류”라며 “청와대에서 허위 기재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논평에서 “심 의원은 이렇게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마음대로 뒤틀고 거짓으로 포장해서 언론에 제공하고 있다”며 “자숙해주십시오. 5선의 의원으로서 국회의 어른으로서 후배 정치인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하지 못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그런 게 있을 수가 없다”며 “황당하다”고 말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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