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임금 무상으로라도 개성공단 재가동하자 제안"

2018. 9. 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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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전망]

신한용 개성공단기협 회장 밝혀
"북, 폐쇄 뒤에도 시설 철저 관리
현금 아닌 생필품 지급 등 대안을"
금강산관광도 몰수 해제 합의 따라
대북제재 해소 땐 우선 재개될 듯
방북 4대그룹 "경제제재 아직 존재
서둘러 경협 적극 나서긴 어렵다"

[한겨레]

그래픽_김지야,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18~20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과 관련해, 북한 쪽은 “기존에 해오던 것부터 먼저 하자”며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 (임금 지급 없이) 무상으로라도 빨리 재가동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 이후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이전에 해오다가 중단된 경협 사업 재개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다만 이번에 특별수행단으로 평양에 다녀온 4대 그룹 총수들은 귀환 이튿날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채 그룹별로 장고에 들어간 표정이다.

신한용 개성공단기협 회장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특별수행단으로 참가하고 돌아온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적어도 남북 정상 간에는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일치했다”며 이번 방북 기간에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열망을 북쪽 관계자들로부터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북쪽에서는 (노동의 대가 지급 없이) 무상으로라도 재가동을 빨리 하자는 의견도 내고 있다.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더라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든가 아니면 생활용품 지급으로 대체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착공 당시에도 유엔 제재 대상이었으나 우리 정부가 유엔과의 협상에서 ‘민족교류사업’으로 예외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신 회장은 “개성공단 폐쇄(2016년 2월10일) 뒤에도 북쪽은 시설 유지 관리를 철저히 하며 나름대로 정상화 준비를 잘해온 것으로 이번에 파악했다”고 말했다. 평양 방문 첫날 경제인 특별수행단과 만난 리룡남 북한 내각 부총리는 “해오던 것, 쉬운 것부터 먼저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단된 지 10년째를 맞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소 상설 면회소의 전면 가동을 위해 북쪽의 몰수 조처 해제를 요청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의했다”고 20일 대국민 보고에서 밝혔다. 금강산 관광 정상화를 위한 남북 간 정치적 갈등은 거의 해소된 셈으로, 이제 유엔의 대북 조처 해제 여부만 관건으로 남은 상태다. 2010년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 소방서, 문화회관, 온천장 등 남한 정부 자산을 몰수하고 현대아산 등 민간의 각종 관광시설을 동결했다. 이번에 남북 두 정상이 해제를 구두 합의한 대상은 과거 정부가 관리했던 이산가족면회소다. 이 면회소를 ‘상설 면회소’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에서 몰수 조처 해제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상호 필요’에 따라 과거 취했던 몰수 조처를 해제하기로 한 만큼, 향후 북한이 동결해놓은 금강산 관광 관련 시설들도 차례로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유엔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어야 그동안 미사용 상태로 방치돼 녹슬거나 고장난 각종 시설에 대한 개·보수 작업을 진행할 수 있고, 민간 사업자인 현대아산도 관광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향후 북한이 이산가족면회소뿐 아니라 관광시설 동결 해제 조처도 해줘야 사업자로 해당 시설을 출입하면서 사업 재개를 위한 구상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며 “다만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적힌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의 그 조건이 실제로 갖춰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분야의 이런 ‘기대’와는 사뭇 달리,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북한에 다녀온 4대 그룹 총수들은 남북 경제협력 구상과 가능성에 대해 일제히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은 평양에서 돌아온 20일 밤에 이어 21일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전날 최태원 회장이 “(북한에)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정도가 눈에 띄는 반응이다. 구광모 회장은 이날 지주사 임원들과 방북 경험을 일부 공유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별다른 일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 그룹의 실무 임원들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아직 존재하고,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경협에 적극 나서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최하얀 최현준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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