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송이버섯' 받아든 94세 할머니의 눈물

최미랑 기자 2018. 9. 2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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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개성 출신 김지성 할머니는 2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보낸 송이버섯을 받아 들고 눈물을 보였다. 이산가족 상봉 때 마다 기대했지만 차례는 김 할머니에게 돌아오지 않았다.|김기창씨 제공

김기창씨(69)는 21일 오전 우체국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 김지성씨(94)에게 택배가 올 것이니 주소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할머니한테 누가 택배를 보내겠어요. 속으로 ‘아, 이게 그것인가….’ 했더니 9시쯤 문자가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보낸 택배가 오전 중에 배달된다는 내용이었다.

전날 밤 뉴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송이버섯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는 뉴스를 본 그는 오전 11시30분쯤 바로 그 송이버섯이 든 상자를 받아들었다. 안에는 편지도 들어 있었다.

김기창씨 제공

김지성 할머니는 송이버섯 상자를 받아 들고 아들의 설명을 알아듣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가 없어 거의 유동식으로만 버티고 계신데도 이 버섯은 꼭 맛을 보려고 하셨습니다. 고마운 마음, 동생들 보고싶은 감정이 다 북받쳐 올라 눈물을 보이신 것 같아요.”

김 할머니는 고향이 개성이다. 해방 직후 결혼해 서울 종로구 서촌에 살림을 차렸는데,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개성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끊겼다.

약 20년 전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한 이래 상봉이 추진될 때 마다 기대했지만 김 할머니에게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거의 추진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연세가 많이 드셔서 저희도 ‘이제는 틀렸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4월에 다시 상봉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소가 변경됐다는 걸 알리려고 다시 적십자사를 찾게 되었어요.”

판문점 선언에서 8.15 전후로 이산가족상봉을 갖기로 남북이 잠정합의한 직후인 4월30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를 찾은 김지성 할머니(94)가 북에 남은 여동생들을 만나게 해달라며 두 손을 모으고 있다. 강윤중 기자
4월30일 김지성 할머니(94)가 본인의 이름과 북한에 두고 온 네 여동생의 이름을 한자로 또박또박 써내려가고 있다. 이 사진을 촬영할 당시 노모를 모시고 적십자사를 찾은 아들 김기창씨는 “남북정상회담으로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지만 김 할머니는 결국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대신 9월21일,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송이버섯을 문 대통령 내외로부터 선물받았다. 강윤중 기자

아흔을 훌쩍 넘은 김씨는 경도 인지장애가 있어 생이별한 북녘의 여동생들 이름과 딸들의 이름을 헷갈려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적십자사에 낸 신청서에 김 할머니는 ‘대성·장성·옥순·희명’ 네 여동생 이름을 또박 또박 적어 냈다고 한다.

“제일 곤혹스러울 때가 이산가족 상봉 때여요. 어르신들은 집에서 텔레비전을 많이 보시잖아요.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안 보실 수가 없는데…. 보시면 꼭 우십니다. ‘왜 나는 보내주지 않느냐’ 하고….” 김기창씨는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이산가족이 서로 소식만이라도 주고 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송이버섯 2t을 선물했으며 문 대통령이 이를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 추석 선물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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