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송이버섯' 받아든 94세 할머니의 눈물
[경향신문]
김기창씨(69)는 21일 오전 우체국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 김지성씨(94)에게 택배가 올 것이니 주소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할머니한테 누가 택배를 보내겠어요. 속으로 ‘아, 이게 그것인가….’ 했더니 9시쯤 문자가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보낸 택배가 오전 중에 배달된다는 내용이었다.
전날 밤 뉴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송이버섯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는 뉴스를 본 그는 오전 11시30분쯤 바로 그 송이버섯이 든 상자를 받아들었다. 안에는 편지도 들어 있었다.
김지성 할머니는 송이버섯 상자를 받아 들고 아들의 설명을 알아듣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가 없어 거의 유동식으로만 버티고 계신데도 이 버섯은 꼭 맛을 보려고 하셨습니다. 고마운 마음, 동생들 보고싶은 감정이 다 북받쳐 올라 눈물을 보이신 것 같아요.”
김 할머니는 고향이 개성이다. 해방 직후 결혼해 서울 종로구 서촌에 살림을 차렸는데,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개성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끊겼다.
약 20년 전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한 이래 상봉이 추진될 때 마다 기대했지만 김 할머니에게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거의 추진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연세가 많이 드셔서 저희도 ‘이제는 틀렸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4월에 다시 상봉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소가 변경됐다는 걸 알리려고 다시 적십자사를 찾게 되었어요.”
아흔을 훌쩍 넘은 김씨는 경도 인지장애가 있어 생이별한 북녘의 여동생들 이름과 딸들의 이름을 헷갈려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적십자사에 낸 신청서에 김 할머니는 ‘대성·장성·옥순·희명’ 네 여동생 이름을 또박 또박 적어 냈다고 한다.
“제일 곤혹스러울 때가 이산가족 상봉 때여요. 어르신들은 집에서 텔레비전을 많이 보시잖아요.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안 보실 수가 없는데…. 보시면 꼭 우십니다. ‘왜 나는 보내주지 않느냐’ 하고….” 김기창씨는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이산가족이 서로 소식만이라도 주고 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송이버섯 2t을 선물했으며 문 대통령이 이를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 추석 선물로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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