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책 읽기 딱 좋은 여유, 이 책 어때요? [볼만한 책]

입력 2018. 9. 22. 06:04 수정 2018. 9. 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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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해는 꼭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주말을 포함해 5일 동안 이어지는 추석 연휴를 노려보면 어떨까.

추석이 지나고 나면 이제는 영락없이 ‘4분기’, 한 해가 석 달 남짓 남게 된다. 물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은 책 읽기에도 적용된다.

소설가, 책 만드는 사람, 책방 운영하는 과학자가 각자의 ‘최애’ 도서들을 추천했다.』

◆장편 읽는 재미 느껴볼까

나의 눈부신 친구 외 3권 엘레나 페란테 지음·김지우 옮김 한길사 | 1만4500원

안나 카레니나(전 3권) 레프 톨스토이 지음·연진희 옮김 민음사 | 1만2000원

2018년 추석 연휴는 주말을 더해 4박5일이다. 이 정도면 한 호흡으로 긴 장편소설을 읽어나가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추석 연휴에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1권 <나의 눈부신 친구>,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총 네 권 분량의 이 장편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와 가독성이다. 독서 진입이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며, 뒤의 내용이 궁금해서 두근거리며 페이지를 넘기는 즐거움이 있다. 리나와 레누, 두 여자 친구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60대 노년에 이르기까지 서로 사랑하고 질투하고 증오하고,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여성 서사 또한 멋지다. 한번 페이지를 펼치면 내려놓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책이다.

다른 추천 도서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있다. 민음사에서 나온 번역본은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박5일 동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양이라고 생각한다. 등장인물들의 이름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먼저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미리 시각적 이미지를 구성하고 싶지 않다면 영화를 보지 않고 읽는 편이 낫겠지만 말이다. 러시아 고전 소설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렵고 지루할 것 같지만, 읽다 보면 이미 그 세계에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긴 장편소설을 읽을 시간이 없는 분들에게는 한 권 분량의 장편소설을 추천한다. 올여름에 출간된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이다. 이 장편에는 번역된 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한국어의 아름다움,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와 정서가 있다. 빠르게 읽는 것이 아까운 소설이므로 하루에 한 챕터씩 읽으며 주인공들의 마음에 머물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은영 소설가

◆‘문학상’받은 심리학 책

지적이고 오싹한 현대심리학 대니 오펜하이머 지음·그래디 클라인 그림·이남석 옮김 다른 | 232쪽 | 1만5000원

우선 제목부터가 남다르게 길다. 표지 한구석에 부제라 할 수 있는 문안까지 붙어 있으니 ‘이그 노벨문학상 수상 심리학자의 재기발랄 심리학 수업’(원제는 ‘만화책으로 소개하는 심리학’ 정도)이다. 이그 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하여 1991년 미국에서 제정되었는데 노벨상의 여섯 부문(물리학·화학·의학·문학·평화·경제학)에 생물학상이 추가된 7개 부문에다 필요한 부문이 추가로 시상되는 형태를 띠고 있으며 상금은 없다(아, 아름답구나)! 저자 대니 오펜하이머는 책 제목만큼이나 길고 다양한 전공과 직함을 가지고 있으니 심리학 외에도 사회학, 의사결정학 교수이자 ‘40세 이하 세계 40대 경영학 교수’로도 선정된 바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읽을 만한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최첨단 과학이자 융복합정보지식종합학문이며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모여 사는 인간세에 필수적인 도구이자 채널인 심리학을 속속들이 이해하려는 지성인이 이 땅에 ‘오싹’하게 많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사실 그들에게는 이런 소개가 필요 없을지도).

심리학 관련 저서를 가지고 이그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그만큼 책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다. 거기다 잘 익은 사과 속에 설탕이 박히듯 곳곳에 보석과 같은 유머, 재미가 들어 있다. 과학은 결국 언어로 설명되고 언어는 문학과 직결되니 멋진 과학적 저작은 훌륭한 문학적 결과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저자에 대해 조금의 ‘문학적’ 질투조차 느끼지 않는 것은 그가 이그 노벨문학상에 이어 노벨문학상을 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어서가 아니라(누가 받든 못 받든 무슨 상관!) 복잡다단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스스로에게, 인간관계에 이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이 잘 익은 아침 사과 이상의 영양과 윤택함을 공급할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 건 오랜만이다. 성석제 소설가

◆‘진짜 어른’이 그리울 때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 김경집 지음 동아시아 | 288쪽 | 1만5000원

“아비 그리울 때 보라”는 조선 시대 학자 다산이 유배지에서 자식을 위해 쓴 편지글 문장이다. 강요 없는 이 간절하고 순박한 제목만 읽어도 ‘착하게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해지는 듯하다. 내가 추석 연휴에 읽기 권하는 책은 “진짜 어른 그리울 때 보라”는 딱 이 심정에서 나왔다.

지금이야 내 처지가 ‘꼰대’를 비판하기엔 어색하다지만, 아직은 덜된 어른, 진행형의 어른이라 명절에 ‘꼰대’ 유형의 잔소리를 만나면 마음이 무너진다. “왜 그러냐, 진짜”로 시작해 사생활까지 대차게 건드리는 이른바 ‘아무 말 대잔치’. 하지만 이제 알겠다. ‘꼰대’스러운 간섭이 실은 인문학적인 대화, 고상하게 발전을 도모하는 대화를 나눌 내실이 없기 때문임을. 사안의 이면을 꿰뚫지 못하고 오로지 진부한 언어로만 무장한 채 ‘감정’을 나누는 데 기를 쓰는 건 무식하다고 욕할 일이 아니라, 하나 마나 한 언어에 갇혀 사고가 굳었음을 안타까워할 일이다.

그래서 추석 추천 도서는 막 출간된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를 권한다. 가능하면 두 권 사시기를. 한 권은 나도 꼰대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을 위해서, 또 한 권은 바로 그런 ‘꼰대’를 위해서. 안 받는다고? 우리에겐 꼰대의 마음을 동요하게 만들 선의가 있다. “정말 생활에 도움이 될 거예요, 일부러 드리려고 구입한 거예요”라고 해보라. 개인의 통찰을 틔우고 가정을 환하게, 나아가 사회를 밝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인문학자 김경집의 책에는 역사, 고사, 뉴스 등을 끌어와 고정관념을 부수는 명쾌한 박식함이 페이지마다 넘친다. 잘 읽힌다. 에피소드 모음집 같다. 하나같이 역사와 세상사를 새롭게 해석하는 이야기들이다.

이 시대에는 정보를 찾는 데서 나아가 그 정보를 맥락 있게 해석해 자기화하는 인문정신이 필요하다. 이 책이 무장한 ‘왜?’ ‘정말?’ ‘그래서?’ 같은 질문들. 그러니까, <삼국지> 예화로 시작해서 육가의 <신어>로 마치는 이 책에 귀 기울이면 몸에 좋고 가족관계에 좋다. 그냥 읽자!

정은숙 책의해 집행위원장·마음산책 대표

◆달 표면은 못 디뎠지만…

플라이 미 투더 문 마이클 콜린스 지음·최상구 옮김 뜨인돌 | 240쪽 | 1만1000원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고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인류의 첫 번째 발자국을 남긴 것이 벌써 49년 전이다. 암스트롱과 함께 달 표면을 돌아다녔던 다른 우주비행사를 기억하는가? 궤도선(또는 사령선)을 지키면서 정작 달 표면에는 내려 보지도 못한 또 다른 우주비행사의 이름은?

아폴로 우주선은 세 명의 우주비행사를 싣고 달로 갔다. 궤도선과 착륙선으로 이루어졌는데 착륙선에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타고 나머지 한 명은 궤도선에 머문다. 착륙선을 타고 달 표면에 내렸던 우주비행사 두 명을 지휘하면서 다시 지구로 무사히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궤도선 선장의 중요한 임무다. 그래서 궤도선 선장은 이전에 우주비행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맡는다. 다시 말하자면 세 명 중 우주비행사로서의 능력과 경험이 더 뛰어난 사람이 맡는다는 말이다. 궤도선 선장이 되면 그 우주비행사는 정작 달 표면에는 내리지도 못하고 달만 바라보다 지구로 돌아온다. 얄궂은 숙명이다.

마이클 콜린스는 아폴로 우주비행사 중 유일하게 우주비행 경험이 있었고 궤도선 선장이 되었다. 개인적인 소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평생 태연하고 늠름한 태도를 견지했다. 그가 쓴 <플라이 투 더 문>에는 우주비행사 훈련 과정부터 달까지 가는 과정과 달 착륙 성공에 대한 뒷이야기까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우주비행사들 세계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콜린스라고 왜 아쉬움이 없었겠는가. 그는 늘 담담하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행간을 읽으면 어쩔 수 없이 배어나오는 그의 간절함과 아쉬움도 느낄 수 있다. 문장이 아름다운 책이다. 추석이 되면 평소 밤하늘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달을 한번 쳐다보게 된다. 추석에 달을 보면서 같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 <플라이 투 더 문>이다. 콜린스의 마음이 되어 달로 날아가 보자.

이명현 천문학자·과학책방 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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