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복귀 길 찾아 독일 간 안철수..부활할까 잊혀질까
안효성 2018. 9. 23. 06:01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은 부활할 수 있을까.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안 전 의원은 이달 1일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며 독일로 떠났다. 그는 현재 막스 플랑크 재단의 ‘혁신과 경쟁 연구소’에서 혁신과 기업가정신 분야의 방문 연구자로 있다. 안 전 의원은 일단 독일 등 유럽에서 1년 가량을 체류할 계획이다. 안 전 의원은 출국 전 언론 인터뷰에서 “성찰하고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각국 지도자, 석학들과 만날 약속들이 이미 잡혀 있다. 순식간에 변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 구상을 가다듬고 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안 전 의원은 지난해 대선과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3위로 밀리며 정치적 자산을 많이 상실했다. 게다가 서울시장 선거 막판에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한 것 때문에 ‘중도 노선’이란 정치적 명분에도 금이 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 관계자는 “통합과정에서 지역 기반도 잃었고,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며 진보와 보수 등 양쪽 진영에서 외면 당하며 지지기반을 상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도 자신의 정치 재개에 대해 “아직 어떤 생각도 없다. 기대를 걸었던 많은 분들께 실망을 안겨 드린 상황이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때 안 전 의원을 도왔던 박성민 민정치컨설팅 대표는 최근 언론기고에서 경영전략가인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인용해 “안 전 대표가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에서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도 “안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은 이제 끝났다”며 “그는 대선, 당 통합과정,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중과 주변에 실망만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전 의원의 정치적 재기를 낙관하는 시선도 있다. 안 전 의원이 가진 정치적 자산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이유다. 현 정치권이 다당 체제인데다 그가 4차 산업혁명 전문가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복귀가 용이하단 것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당 대표도 언론인터뷰에서 “안 전 의원이 지금은 잠시 물러나 있지만 정치적 소양과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른미래당과 한국 정치의 중심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 주변에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이 심각해질 경우, 대체재로 안 전 의원이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측근이었던 김철근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현재는 집권세력을 대체할 대안세력이 잘 보이지 않는 형국이지만 언젠가 국민들이 믿고 맡길만한 대안세력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전국 유권자 250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31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안 전 의원은 보수진영 대선주자 중에 7.8%의 지지를 받아 유승민 의원(13.5%), 황교안 전 총리(11.9%)에 이어 세번째였다(95%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활의 일차 변수는 복귀 기반이 될 바른미래당의 향배이다. 안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 전당대회 때 ‘안심(安心)’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안 전 의원측은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당내에선 “안 전 의원이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당을 관리해줄 사람으로 손학규를 점 찍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계속 나왔다. 현 손학규 체제는 안 전 의원에게 우호적 세력으로 평가받지만, 손 대표 주변에서도 “안 전 의원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계개편도 변수다.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 등 좌우 양쪽에서 정계개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선 보수대통합의 대상으로, 민주평화당에선 안철수를 뺀 호남 재결합론이 나오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정치학) 교수는 “안 전 의원은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진 건 맞지만, 대선주자로서의 가치는 아직 살아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그가 어떤 사회개혁적 메시지로 중도보수층에 호소할지와 정계개편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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