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땡큐 솔져' ②] 지금은 영공 방위 '요주의 시기'..연휴도 잊은 24시간 출격 대기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 다들 가족과 지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 국군이다.
이들은 지금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단 한순간이라도 정신을 팔 순 없다.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을 지키려면 말이다.
땅과 하늘, 바다에서 조국을 지키는 그들과 만나보자.
KADIZ 무단 진입은 주로 한반도 서남부에서 시작되곤 했다. 대한민국 서남부 영공방위의 핵심전력인 제38전투비행전대(38전대)는 그래서 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특히 올해 상황 발생은 5번 모두 평창올림픽 직전·직후,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 이튿날,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일, 미국의 한·미 연합훈련 재개 시사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를 전후로 벌어졌다. 군 안팎에선 중국이 적당한 시기를 골라 존재감을 보이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 맞는 추석 연휴가 요주의 시기일 수밖에 없다.
연휴에도 24시간 출격 대기
38전대 장병들은 짧은 명절 행사로 기분을 내고 부모·형제·친구들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한시도 전투대비태세를 놓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23일부터 비상출격대기에 들어간 38전대 111비행대대 한승훈 대위는 비상 출격할 전투기를 정비하고, 출격을 점검하는 데 연휴를 즐길 겨를이 없다. 그는 비상대기실에서 전투장구를 착용한 채 24시간을 보내야 한다. 상황 발생 시 최단시간 내 출격하기 위한 조치다. 한 대위는 “공중 도발이나 국적 불명 항공기의 KADIZ 무단 진입 등 돌발 상황은 절대 예고가 없다”며 “비상출격대기 근무가 육체적·정신적으로 고되지만 작은 희생으로 국민의 행복한 연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 부대 기지작전계 소속 정규봉(24) 병장은 상황근무를 하며 입대 후 세 번째 명절을 맞는다. 이번 추석과 다음 설만 지나면 제대다. 23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업무에서 생활관 내 환자, 부대 내 교통사고, 화재 발생 등을 대비한다. 자칫 긴장이 풀어지기 쉬운 때일수록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24시간 업무다. 근무 전날 전화로 나눈 부모님과의 대화가 보약 같았다. 정 병장은 “어머니가 나라 지키는 아들을 대견해 하셨다”며 “집에 계신 부모님을 떠올리면 명절 근무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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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차례도 임무 중 하나
계획과 소속 어학병인 김재호(22) 일병은 언어 장벽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미군이 없도록 이날 분주하게 뛰어다닐 것이다. 김 일병은 “양측 군인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게 나의 임무”라며 “명절 날 바깥 사회에서는 하지 못하는 일 모든 게 자기 계발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8전대장 전재균 대령은 “국민의 안전하고 평안한 명절 연휴를 위해 조종사와 정비사, 지원요원들이 주야를 불문하고 24시간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가장 높은 곳에서 소명을 다 하는 공군을 믿고 즐거운 추석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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