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땡큐 솔져' ②] 지금은 영공 방위 '요주의 시기'..연휴도 잊은 24시간 출격 대기

이근평 2018. 9.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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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 다들 가족과 지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 국군이다.

이들은 지금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단 한순간이라도 정신을 팔 순 없다.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을 지키려면 말이다.

땅과 하늘, 바다에서 조국을 지키는 그들과 만나보자.

대한민국 하늘을 비행 중인 FA-50 전투기의 모습. 뉴스1
올해에만 5차례(1·2·4·7·8월)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다. 이 때마다 공군 전투기가 출격했다. KADIZ는 영공은 아니지만 외국 항공기가 영공을 침입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설정한 구역이다. 공군은 추적·감시 비행과 경고방송으로 영공 침입을 막아야 한다.
.지난 8월 29일 중국 군용기의 KADIZ 무단 진입 경로. 연합뉴스

KADIZ 무단 진입은 주로 한반도 서남부에서 시작되곤 했다. 대한민국 서남부 영공방위의 핵심전력인 제38전투비행전대(38전대)는 그래서 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특히 올해 상황 발생은 5번 모두 평창올림픽 직전·직후,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 이튿날,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일, 미국의 한·미 연합훈련 재개 시사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를 전후로 벌어졌다. 군 안팎에선 중국이 적당한 시기를 골라 존재감을 보이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 맞는 추석 연휴가 요주의 시기일 수밖에 없다.

연휴에도 24시간 출격 대기
공군 38전대 조종사들이 비상출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공군 제공]

38전대 장병들은 짧은 명절 행사로 기분을 내고 부모·형제·친구들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한시도 전투대비태세를 놓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23일부터 비상출격대기에 들어간 38전대 111비행대대 한승훈 대위는 비상 출격할 전투기를 정비하고, 출격을 점검하는 데 연휴를 즐길 겨를이 없다. 그는 비상대기실에서 전투장구를 착용한 채 24시간을 보내야 한다. 상황 발생 시 최단시간 내 출격하기 위한 조치다. 한 대위는 “공중 도발이나 국적 불명 항공기의 KADIZ 무단 진입 등 돌발 상황은 절대 예고가 없다”며 “비상출격대기 근무가 육체적·정신적으로 고되지만 작은 희생으로 국민의 행복한 연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 부대 기지작전계 소속 정규봉(24) 병장은 상황근무를 하며 입대 후 세 번째 명절을 맞는다. 이번 추석과 다음 설만 지나면 제대다. 23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업무에서 생활관 내 환자, 부대 내 교통사고, 화재 발생 등을 대비한다. 자칫 긴장이 풀어지기 쉬운 때일수록 더욱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24시간 업무다. 근무 전날 전화로 나눈 부모님과의 대화가 보약 같았다. 정 병장은 “어머니가 나라 지키는 아들을 대견해 하셨다”며 “집에 계신 부모님을 떠올리면 명절 근무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합동차례도 임무 중 하나

공군 38전대 장병들이 미군과 합동차례를 지내고 있다. [사진 공군 제공]
추석 당일인 24일에는 합동차례가 열린다. 한반도 유일 한미 연합 공군작전 기지에 주둔한 38전대는 이 행사를 미 8전투비행단과 함께 한다. 미군과 활주로, 항법장비 등 작전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연합훈련을 하는 38전대로서는 이런 날 이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도 임무다. 일종의 비공식 훈련인 셈이다.

계획과 소속 어학병인 김재호(22) 일병은 언어 장벽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미군이 없도록 이날 분주하게 뛰어다닐 것이다. 김 일병은 “양측 군인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게 나의 임무”라며 “명절 날 바깥 사회에서는 하지 못하는 일 모든 게 자기 계발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8전대장 전재균 대령은 “국민의 안전하고 평안한 명절 연휴를 위해 조종사와 정비사, 지원요원들이 주야를 불문하고 24시간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가장 높은 곳에서 소명을 다 하는 공군을 믿고 즐거운 추석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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