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프리카에 1200억불 던진 중국, 감당할순 있을까?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입력 2018.09.2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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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대중국 아프리카 원조 둘러싼 논란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지난 3일 아프리카 각국 대표 53인이 중국 베이징에 모였다. 아프리카 전체 54개국 중에 타이완과 수교한 에스와티니 왕국(Kingdom of eSwatini, 옛 스와질란드 왕국)을 제외한 전체가 집결한 것이다. 그 중 대통령만 41명이었고, 10여명의 부통령과 총리는 직급이 낮은 축에 속했다고 한다. 국내의 한 매체가 중국 국영방송이 중계한 개막식에 ‘시진핑(习进平) 중국 국가 주석은 아프리카 조공국을 맞이하는 황제와 같았다’ 말한 것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이다.

중국이 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의 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재력이다. 시진핑 주석은 개막 연설을 통해 앞으로 3년간 아프리카에 150억 달러의 무상원조, 무이자 및 우대 차관, 200억 달러의 신용 차관 등을 포함하는 총 600억 달러(한화 약 68조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지원을 약속한 600억 달러를 합하면 약 12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아프리카 대륙에 풀겠다는 이야기다. 이는 세계 그 어느 국가도 겨룰 수 없는 규모이다.

아프리카 원조는 신(新) 식민주의?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퍼주기'?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외 반응이 뜨거웠다. 외부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과거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중국의 신(新) 식민주의 전략인 채무 함정 외교의 늪에 빠져 벼랑 끝에 몰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이 부채 상환 능력이 없는 국가에 차관을 제공한 뒤에 이를 이용해 정치, 경제적 요구를 관철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나왔던 이른바 '차이나 머니'를 이용한 신 식민주의, 부패 패권주의, 신중화주의(신 조공외교) 등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 국내 논란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중국은 아직 개발도상국이고 국내 경제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은데 대외 원조가 지나친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이다.

칭화대(清华大) 쉬장룬(许章润) 교수는 "현재 우리들의 두려움과 기대"라는 기고를, 산둥대(山东大) 쑨원광(孙文广) 전 교수는 공개서한을 통해 중국 실정(實情)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대외 원조나 투자를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우리가 이제 아프리카 형제들까지 먹여 살려야 하는 것이냐며 항의 댓글을 달았다.

이러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최근 중국 매체 <환구시보>(环球时报)에 "중국 대외 원조의 논리와 사명(中国对外援助的逻辑与使命)"이라는 칼럼이 게재됐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대외 원조는 역사적 전통이자 책임이다. 동시에 상호의존 시대에 필요하고 필연적인 행동이다. 현재 중국의 국익은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대외 원조는 다른 국가의 발전뿐 아니라 중국 자신에 또한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국도 얻는 것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세계적인 대국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环球社评: 大国心态将带中国社会走的更远). 신중국은 약하고 가난했던 과거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아직은 가난하기 때문에 대외 원조가 옳지 않다는 식의 사고는 소농경제(小農經濟) 논리라고 주장한다. 대국은 대국으로서의 의무가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없다고 나아가 더욱 발전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중국, 미국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나?

그런데 '중국이 미국과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나' 혹은 '중국의 이러한 대외 전략이 과연 자국에 이로운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이견이 분분하다. 최근 미국의 중국 전문가 민신 페이(裴敏欣, Minxin Pei) 교수는 홍콩의 <남화조보>(南华早报, SCMP) 사설을 통해서 중국은 미국과 지나친 경쟁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그간 소련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 주장해왔지만, 최근에 미국과 신(新) 냉전을 벌이며 소련과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르면 주요 문제는 경제적 과오와 지나친 제국주의적 팽창이다. 중국은 경제 효율이 미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매년 국방 예산을 늘려가고 있으며, 비효율적인 국유기업은 중국내 은행 대출의 절반을 가져간다. 나아가 제국주의적 야심에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지에 막대한 자금을 쏟지만, 이 시점에 그 대가는 너무 작다고 덧붙인다.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 신(新)냉전을 시작했지만 소련이 걸었던 실패의 길로 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자의반 타의반 미국과 주도권을 다투는 나라로 회자됐다. 2009년 이후 경제 규모가 일본을 앞지르며 중국 내부에도 언제쯤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것인지 점치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다. 한동안 미국이 주춤하며 그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무역 갈등을 겪으며 이에 대한 반성이 내부에서 등장한다. 미국과 사이에 존재하는 현실적인 국력차를 간과했고, 아직 미국과 전면적 경쟁을 벌일 시기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한 중국이 미국과 경쟁할 만큼 성장했고 미국의 뒤를 이을 대국으로 거듭났다 할지라도 현재 중국의 대외 전략이 과연 장기적인 국익에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그들에 따르면 중국은 강대국 자리나 패권적 경쟁을 위해서 터무니없이 많은 국가의 자원을 쓰고 있는데, 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국고와 국력의 낭비를 지적하며 비판하는 목소리만 높아졌다. 역사상 지나친 욕심과 팽창이 강대국 쇠퇴를 불러온 사례가 흔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숨 고를 때 되었나

지금 세계의 이목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연이어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굽히지 않으며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대외적 파트너십 확보에 막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이 쓸 실탄이 떨어졌다는 언론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지만, 이유야 어쨌든 중국은 미국과 경쟁을 포기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오히려 미국에 대한 보복과 패권 경쟁을 포함, 미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중국이 패권을 차지하는 미래도 예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렇게 무모한 방식은 아니다. 중국이 이를 계기로 숨을 고르며 방향을 조정, 섣부르게 샴페인을 터뜨리고 사라졌던 나라들의 전철을 밟지 않길 기대한다. 중국이 하드웨어 확보에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대국을 구성하는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부에 문제가 산적해 있으며 강대국이라면 갖춰야 할 소프트웨어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