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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이겼다..불량급식 준 원장에 민사소송 제기해 승소

임명수 입력 2018.09.24. 00:05 수정 2018.09.24. 07:46
경기도 부천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썩은 사과 등 불량급식을 제공했다가 엄마들로부터 소송을 당해 손해배상을 물게 됐다. 사진은 아이들에게 제공된 썩은 사과. [사진 M어린이집 학부모]
“섭취 권고량에 미달한 음식을 제공한 것은 영유아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다.”


정량화 안 된 증거물, 법원서 인정받기는 드문 일

썩은 사과 등 불량급식을 제공했다가 학부모와 어린이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경기도 부천의 한 어린이집 원장에게 내려진 판결문 내용 중 일부다.

이번 판결이 시선을 끄는 이유는 ‘물러나면 그만’이라는 한 어린이집 원장에게 엄마들이 끝까지 책임을 물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썩은 사과’ ‘섭취 권고량 미달’ 등 정량화되지 않은 기준이 재판부에서 인정받은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제공된 썩은 참외. [사진 M어린이집 학부모]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3단독 배예선 판사는 지난 19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경기도 부천시 소재 M어린이집 원장과 원감 등 3명에 대해 불량급식 등의 피해를 본 원생들에게 각 70만원, 학부모에겐 4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본사 이름을 도용해 사용했는데도 이를 묵인하고, 원생들에게 불량급식을 제공한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M어린이집 본사도 원생들에게 40만원을 각각 지급하도록 했다.

이 어린이집에 다니던 원생 62명과 학부모 39명은 지난해 3월 불량급식을 제공했다가 문제가 되자 퇴사한 원장 A씨와 본사 등을 상대로 8000만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했었다.
대한민국 법원.


영유아 인격적 이익권 침해 인정

배 판사는 판결문에서 “영유아의 경우 사물의 변별능력과 표현능력이 부족해 자신에게 부당한 행위가 행해진다 해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거나 적절하게 표현할 수 없다”며 “어린이집 종사자 등은 사회 통념상 합리적인 수준의 범위 내에서 식재료를 위생적인 방법으로 조리한 음식물을 제공, 영유아의 신체발육과 건강을 도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영유아들의 신체에 이상이 없고, 건강상 침해를 받지 않았더라도 비위생적이고 섭취 권고량에 미달해 음식을 제공한 것은 영유아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라며 “보육을 위탁한 보호자와의 신뢰를 깨뜨리고 영유아에 대한 보호 및 배려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또 M어린이집 본사 책임과 관련 “본사의 명의를 불법 도용한 것은 맞지만 (불량급식 제공 등) 공동불법행위 또는 최소한의 방조까지 한 것으로 추론된다”고 했다.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본사가 묵인해줘서 가능했다는 취지다.
어린이 급식 모습. 사진은 기사와 전혀 상관 없음. [연합뉴스]

1심 판결 승소는 ‘원장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엄마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6년 3월 불량급식 문제가 불거지자 A원장과 어린이집 본사는 ‘폐원시키면 누구 피해가 크겠느냐’며 으름장을 놓았다. 오히려 A원장을 퇴사시키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 하자 엄마들이 손해배상청구 소송(민사)을 제기한 것이다. M어린이집은 소송이 제기되고 원생들이 모두 떠나자 지난해 2월 자진 폐원했다.


식재료, 썩은 사과와 참외에 색이 변한 쌀까지

두 아이를 M어린이집에 보냈다는 B씨(36)는 “썩은 사과와 참외·귤에서부터 싹이 튼 감자, 변색한 쌀 등 불량 식재료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구매하자 조리사분들이 엄마들에게 제보해 알게 됐다”며 “썩은 부분을 잘라내 사용하다 보니 아이 주먹만 한 작은 귤 하나로 3명에게 나눠 준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장에서 물러나면 어떠한 처벌도 안 받는다는 말을 듣고 엄마들끼리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소송까지 하게 됐다”며 “피해보상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법적으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법원 이미지

소송대리인 김학무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인 아동들에 대한 학대, 부실급식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폐원 등의 일방적 조치로 그 법적 책임을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번 판결은 굉장히 드문 경우로,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어린이집 문제에 가늠자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들과 끝까지 법적 다툼에 나선 정재현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은 “어린이집의 폭행이나 급식 비리 등은 끊이지 않는 단골 메뉴"라며 "부천지역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시의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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