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댁에 하루 더 있고 싶다는 남편에게, '대세는 당일치기'

김건호 입력 2018.09.24. 10:31 수정 2018.09.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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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2018 추석 풍경①] 당일 귀성객 2006년 27.7%→ 2016년 51.8%

“일년에 몇번 가는 시댁이라고, 하루만 더 있자는데 죽기보다 싫다고 하더라구요”

결혼 5년차, 중소기업 과장으로 근무하는 이모(35)씨는 이번 추석에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아내와 며칠이나 시댁에 가느냐는 문제 때문에 실랑이를 했기 때문이다. 처가가 서울에 있는 이씨의 경우 고향인 대구에서 좀 더 있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내에게 시댁은 여전히 불편한 공간이다. 아내는 “보통 남들도 추석 당일 치기로 새벽에 내려갔다 저녁에는 올라와서 하루 정도는 쉬고 출근을 한다”며 이씨를 설득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부모님 얼굴에 이씨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많은 부부들이 명절 마다 머리를 앓는 문제 중의 하나가 언제 집으로 돌아 가느냐다. 언제 귀성길에 나서야할지 명확한 해답은 없고, 부부는 각자 생각만 하게 된다. 2018년 추석, 우리의 귀경길과 귀성길 풍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당일치기 대세, 쉽게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

고향이 부산인 박모(32)씨는 “일년에 두차례 명절때만 내려가는 고향인데 사실 당일 새벽에 갔다 올라온다는게 속상하다”며 “집사람 눈치에 어머니도 ‘일찍 올라가라’고 말씀하시지만, 내년 구정에나 만날거라 생각하면 섭섭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23일 현대경제연구이 지난해 발표한 ‘통계로 본 10년간 추석의 경제, 사회상 변화 리포트’를 보면 우리 귀성길의 모습은 많이 바꼈음을 알수 있다.

추석 당일 귀성객 비중은 2006년 27.7%에서 2016년 51.8%로 급증했다. 추석 당일과 추석 하루 후 귀경객 비중도 2006년 60.7%에서 2016년 67%로 늘었다. 즉 전체 가정 중 50%가 넘는 가정이 추석 당일에 고향으로 내려가고, 추석 당일이나 다음날 집으로 귀가하는 가정이 전체의 67%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일 귀성과 귀경이 증가한 것은 기술 발전과 도로망 확충으로 풀이됐다. 네이게이션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도로교통 정보를 쉽게 얻고, 고속도로 주요 구간의 소요시간이 줄었다는 것이다. 또 도로망 확충과 정부의 특별교통 시행으로 인해 귀성과 귀경 시간이 단축됐다.

귀성길의 경우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 소요시간은 2006년 5시간 정도였지만, 지난해 3시간으로 크게 줄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8시간40분에서 6시간으로 단축됐다. 귀경길의 경우에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2006년 7시간에서 지난해 3시간 30분으로 절반가량으로 줄었고, 서울에서 부산은 9시간 50분에서 7시간 20분으로 줄었다.

이처럼 추석 당일 귀경하고 귀성하는 가정이 늘어났지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려가고 올라가기 위해 ‘KTX 티켓 구하기’ 전쟁

대기업 부장인 정모(48)씨네 가족은 고향인 대구에 대려가기 위해 전쟁을 치룬다. 아내와 두명의 아이들까지 KTX 예매를 하기 위해 모두 각자의 아이디로 접속해 표를 구하는 것이다. 본인은 현장 발권 당일 반차까지 써가며 서울역까지 나서서 표를 구한다.

코레일은 매년 명절 전에 귀성 열차표를 사전 예약 판매한다. 주요 시간대 표는 순식간에 매진되고 급한 마음에 역까지 나갔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승객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암표도 성행하게 된다. 열차표를 암표로 매매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벌금 등 처벌을 받게 되지만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가족과 함께하려는 심리를 이용해 불법 거래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만큼 온라인 직거래 사기 신고도 급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명절 전후 기간에 137건의 온라인 직거래 사기 신고가 접수됐다. 하루 평균 9건으로 한 해 평균인 7.6건에 비해 2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암표 등의 급증은 과거와 달리 고속열차 이용객이 증가했지만, 주요시간대에 열차표가 모자르다 보니 생겨나게 되는 현상이다. 과거 장거리 귀경, 귀성길에 자가용을 이용하던 문화에서 고속열차와 비행기를 이용하는 문화로 바뀐 것이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귀경과 귀성길 자가용과 일반열차, 시외버스의 이용은 줄었다. 반면 비행기와 고속열차의 이용은 크게 증가했다.

추석기간에 이용한 교통수단은 2006년과 비교해 고속열차가 1.6%에서 2.5%로 상승했고, 비행기는 1.3%에서 5.1%로 크게 늘었다.

반면 자가용은 85.2%에서 83.9%로 감소했다. 일반 열차는 4.2%에서 1.8%로, 시외버스는 2.3%에서 1%로 이용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