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뇌에서 '좀비 세포' 없애 알츠하이머 완화"
쥐의 뇌에서 죽은 세포를 제거해 알츠하이머 치매 증세인 신경세포 손상과 기억력 저하를 늦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화를 일으키는 ‘좀비 세포’와 알츠하이머병의 상관관계를 증명한 첫 연구로 평가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달 19일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있는 종합병원 메이오 클리닉 연구진이 발표한 이런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에 따르면 쥐의 뇌에 자연적으로 쌓이는 죽은 세포, 즉 좀비 세포를 없애면 알츠하이머 증세를 완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 쥐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치매의 60~70%를 차지하는 병이다.
연구진은 실험 쥐에 유전자 조작을 가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신경세포에서 나타나는 엉킨 거미줄 형태의 ‘타우’ 단백질 덩어리가 쥐의 뇌에서도 만들어지게 했다. 이후 연구진은 신경세포가 손상된 쥐의 뇌에서 노화 세포를 제거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에 걸린 쥐는 기억 형성 능력을 유지했다. 알츠하이머 염증을 일으키는 징후도 사라졌으며 뇌질량도 정상을 유지했다. 알츠하이머의 뇌에서 발견되는 ‘뒤엉킨 단백질’도 더는 형성되지 않았다.
좀비 세포는 다른 건강한 세포에 해를 끼친다. 모든 포유동물은 좀비 세포가 쌓이면서 노화를 겪는다. 연구진이 제거한 노화 세포는 뇌세포의 85%를 구성하는 ‘글리아’ 세포군(群)에 속한다. 건강한 글리아 세포는 신경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신경세포 간 혼합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수명을 다하면 뇌에 죽은 세포로 쌓이게 된다.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제이 페니 박사는 네이처에 "노화된 글리아 세포를 뇌에서 없애면, 인지 능력 쇠퇴와 신경 퇴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쥐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이라고 평했다.
영국 런던의 알츠하이머학회 연구책임자 제임스 피켓은 "15년 동안 새로운 치매 치료 약물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쥐 실험에서 희망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 흥분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쥐에서 입증된 결과를 의약품에 적용하면 약품으로 치매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이용한 치료법이 나오려면 몇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의 뇌에는 노화 세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무해한 뇌세포가 노화 세포와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약물 분자가 이 두 세포를 구별해 노화 세포만 없애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숙제다.
현재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의 약 7%가 치매 환자다. 고령일수록 치매를 앓을 확률이 급증해 8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환자가 40%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50년이면 현재의 세 배에 달하는 1억5200만명이 치매 질환을 앓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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