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언주 "휘발유 값 인하하자"..기재부 난색

최훈길 입력 2018.09.24. 14:10 수정 2018.09.2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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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값 12주 연속 오름세..野 법안 발의
휘발유 값 2008년 유류세 인하 당시 수준
휘발유 10만원에 유류세 5만5000원 부담
기재부 "고유가 아냐..대기오염 고려해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모습. 이 의원은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1400원 이상이면 단계적으로 유류세율을 조정해 가격을 인하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리터당 2000원에 달하는 고유가 상황이 아니다”며 유류세 인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유류세를 인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유가가 잇따라 오르자 가계·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고유가 상황이 아닌 데다 대기오염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유류세 인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휘발유·경유 12주 연속 오름세

2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640.9원, 경유 평균 가격은 1442.5원으로 나타났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12주 연속 오름세다. SK에너지가 휘발유 1657.9원, 경유 1459.5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휘발유 가격이 전주 대비 8.7원 상승한 1730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가격 대비 89.1원 높은 수준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광명갑)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휘발유 판매가는 2012년 1983.5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1495.5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유가도 오름세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제 여파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며 상승 가능성을 열어놨다.

유가가 이렇게 오르자 물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작년 8월보다 1.4%(이하 전년동월 대비) 상승했다. 반면 공업제품 중 석유류 물가가 작년 8월보다 12%나 올랐다. 경유가 13.4%, 휘발유가 11% 오른 결과다. 경유는 지난 6월부터 두자릿수 증가세다. 전반적인 물가 지표는 안정세인데 유독 휘발유·경유 값이 들썩이는 셈이다.

휘발유 평균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다. 올해는 9월 셋째 주 기준. 단위=원/ℓ.[출처=한국석유공사 오피넷]
◇휘발유 10만원에 유류세 5만5000원

휘발유·경유 값에는 유류세 비중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경유·휘발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세 등을 통칭하는 이른바 유류세가 종량제 방식으로 일정하게 붙는다. 9월 셋째 주 기준으로 리터당 휘발유 가격의 55%, 경유의 46%가 유류세다. 휘발유 10만원을 주유하면 5만5000원이 세금인 셈이다.

특히 현재 유가는 유류세를 인하했던 2008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백 의원에 따르면 2008년 당시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691.3원이었다. 2008년 당시 가격이 현재보다 리터당 50.4원 높았다. 1주당 10원 가량 오르는 현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하반기에는 2008년 당시 휘발유 가격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대선 후보 당시 “서민들의 유류비 부담이 너무 커서 유류세를 절반으로 내리려고 한다”며 유류세 인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파격적인 제안이었지만 현실성은 떨어졌다. 세수가 확 줄어드는 등 여당이 난색을 표해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

이에 국회 산자중기위 야당 간사인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광명을)은 휘발유에 한정해 유가에 따라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이는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1400원 미만이면 기본세율보다 최대 15% 세율을 올리고, 1400원 이상이면 단계적으로 세율을 조정해 가격을 낮추는 방안이다. 휘발유 가격이 1750원 이상 시 최대 15%까지 세율을 낮추게 된다.

현행 법에도 이 같은 탄력 세율 개념이 존재한다. 현행법(교통·에너지·환경세법 2조)에 따르면 국민경제 등에 필요한 경우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유류세율을 ±30% 범위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유가가 올라도 현재 마이너스 유류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법으로 구체적인 구간을 정해 마이너스 유류세율을 의무적으로 적용하자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요즘처럼 유가가 오를 땐 인상 폭을 줄여 서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유가가 확 떨어질 때는 세율을 일부 올려 세수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 일종의 연료비 연동제와 비슷한 개념이 적용될 수 있는 셈이다.

휘발유, 경유 평균 소비자가격의 절반 가량이 유류세다. 9월 셋째 주 기준. 단위=원/ℓ.[출처=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재부 “고유가 상황 아냐..대기오염 봐야”

그러나 정부는 유류세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은 2008년 때처럼 글로벌 위기나 리터당 2000원에 달하는 고유가 상황이 아니다. 환경부 등이 대기오염 감축에 나서는 상황인데 유류세를 낮춰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는 게 맞는 방향인가”라며 “이 의원의 법안대로 적용해 당장 내리더라도 유류세를 올릴 때가 문제다.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유가가 낮을 때 탄력세율을 올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류세를 낮추더라도 유가가 다시 오르면 ‘찔끔 인하’ 논란만 불거질 것”이라며 “전반적 세수 감소 상황, 유류세 인하 실효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중 소득세(76조8000억원), 부가가치세(67조1000억원), 법인세(59조2000억원) 다음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15조6000억원) 세수가 많았다.

그러나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유가가 이렇게 계속 오르면 기업 부담이 커지고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 소비를 줄이게 된다”며 “정부는 경기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선제적인 탄력세율 인하 조치를 취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일(현지 시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2.7%, 내년에 2.8%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밝혔던 올해·내년 성장률 전망치(각각 3.0%)를 낮춘 것이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