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실은..] 금속 숟가락에 유산균 죽는다? 엉터리 식품상식 3가지

최진주 입력 2018.09.25. 14:04 수정 2018.09.2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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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면 죽을 수 있다.’

세간에서 이른바 ‘도시전설’이라 불리는 잘못된 상식 중 대표적인 예입니다. 무려 일제시대 때부터 신문에 이 같은 기사가 실렸다고 하니 정말로 오래된 믿음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지요. 저 역시 어렸을 때(1980년대) “선풍기를 켜 놓아 죽었다”는 식의 신문 기사를 실제로 읽은 적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괴담은 언론이 만들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라 부끄럽기도 합니다.

‘선풍기 사망설’처럼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도시전설은 식품과 관련해서도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먹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이 같은 괴담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TV와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이 같은 불안감을 오히려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어 안타깝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추석 연휴를 맞아 엉터리 식품상식 3가지를 짚어봤습니다.

1. 금속 숟가락으로 요구르트를 먹으면 유산균이 죽는다?

애초에 어떤 과정을 통해 유포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널리 퍼져 있는 믿음이었습니다.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이 믿음 때문에 모 업체의 아이스크림을 사와 집에서 먹을 때 함께 들어있는 분홍색 플라스틱 숟가락을 집에 모셔두고 요구르트를 먹을 때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도시전설 역시 언론이 한몫 했습니다. 인터넷 검색 결과 모 신문의 생활 속 지혜 코너인 ‘OO포인트’에서 과거 2006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이 같은 내용을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과거 방송사 등에서는 실제로 금속 숟가락과 플라스틱 숟가락을 사용해 유산균 수를 검증하고 두 경우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실증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실험까지 하지 않아도 이 도시전설은 말이 안 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금속 숟가락은 산화되는 일반 철이 아니라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요구르트 제조, 발효 시설도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른 음식도 그렇지만 우유나 요구르트는 유통기한이 짧고 부패하기 쉬운 음식이라 더욱 더 그렇습니다. 일반 철 등 산화되기 쉬운 금속에 오랜 시간 접촉하면 파괴될 수도 있겠지만 일반 철로 숟가락을 만든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습니다.

한 그리스 낙농전문 식품제조 설비업체의 그릭요거트 제조설비. 출처 http://www.synelco.com

2. 현미는 사람을 죽이는 독약이다?

한 2년 전쯤 인터넷과 메신저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던 이야기입니다. 대부분 괴담의 시작이 불분명한 것과 달리 이 경우는 최초 출처가 한 블로그에 올라온 글(바로가기(https://blog.naver.com/wun12342005/220563827827))로 비교적 확실해 보입니다. 글쓴이는 “현미는 10년, 20년에 걸쳐서 천천히 나타나는 만성 독”이라며 “오래 먹으면 골다공증 빈혈, 악성 피부병, 아토피 피부염, 간염 같은 것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 글이 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실제로 현미 등 통곡물의 껍질 부분에 들어있는 ‘피틴산’(phytic acid) 때문입니다. 피틴산은 실제로 철, 아연, 칼슘 등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하고 몸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미뿐 아니라 아몬드 같은 견과류나 콩류 깨류 등 다양한 식품에 들어있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한 빈곤 국가에서라면 모를까, 너무 많이 먹어 영양과잉 상태인 현대인이 피틴산 때문에 다른 좋은 영양소도 많고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가 덜 되므로) 같은 양을 먹는다면 백미에 비해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통곡물을 일부러 먹지 않는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덕희 경북대 의대 교수는 “최소한 먹을 것의 부족을 염려할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곡류에 든 피틴산 때문에 필수 미네랄의 결핍이 올 것이 염려되어 통곡물을 먹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소탐대실, 교각살우의 예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글 보기(https://www.huffingtonpost.kr/dukhee-lee/story_b_9434820.html)) 피틴산이 정 걱정된다면 발아시키거나 찌거나 발효시켜 먹으면 됩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오래 전 문제가 된 글이 올라왔던 블로그에 다시 한번 들어가 보시길 권합니다. 요즘은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담배를 피워야 면역력이 강해진다” “씨 없는 과일을 먹으면 자식을 낳지 못한다” “자작나무 껍질로 간과 기관지 질병을 고친다” “금전초로 몸속에 있는 모든 돌을 녹인다” 등등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빼곡합니다. 블로그 주인이 써 놓은 대로 “판단은 독자 몫”인데 과연 어떻게 판단하는 게 좋을까요.

3. 전자레인지에 요리하면 영양소가 파괴되고 발암물질이 생긴다?

전자레인지 괴담 역시 선풍기 괴담처럼 꽤 뿌리가 깊은 괴담입니다. 뭐든지 간단히 데우거나 익혀 먹을 수 있는 마법의 요리도구 전자레인지는 그 강력한 능력 때문인지 오히려 불안의 근원이 되기도 했는데요. 선풍기 사망설은 주로 우리나라나 과거 일본에서 퍼진 반면 전자레인지 괴담은 서양에서도 존재했습니다. 스위스의 식품화학자 한스 허텔과 미국인 윌리엄 코프 등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인데요, 과학적으로 근거가 확실한 논문이나 실험으로 입증된 적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 지인은 “과학 교사였던 어머니가 아직도 전자레인지 괴담을 신봉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이니, 한번 형성된 잘못된 믿음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자레인지의 악영향’에 대한 괴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영양소가 다 파괴되고 발암물질 등 나쁜 성분으로 변한다’ ‘전자파 때문에 성호르몬 등 내분비계 이상이 생긴다’ ‘전자레인지로 끓인 물을 식물에게 주면 며칠 안에 죽는다’ 같은 아주 무서운 이야기들입니다.

이 같은 괴담은 전자레인지가 사용하는 ‘마이크로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크로파의 진동수는 2.45㎓로, 초당 24억5,000만번 진동합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파에 대한 불안감이 생긴 것인데, 이 진동수는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은 물론이고 적외선보다도 적은 것으로 매우 안전한 전자기파에 속합니다.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의 양은 기기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다 합쳐도 5mW(밀리와트) 정도로 이마저도 전자레인지 반경 5㎝ 이상을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물론 전자레인지의 문에 막혀 이 전자기파는 기기 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마이크로파는 물과 공명하여 식품 안에 들어있는 수분을 진동하게 합니다. 이에 따라 분자 운동이 활발해지면 수분의 온도가 올라가고, 이렇게 가열된 수분에 의해 식품도 익는 것입니다.

물의 끓는점인 100도로 안에서 쪄지듯 가열되기 때문에,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는 것은 굽거나 튀기거나 볶는 방식의 요리에 비해 낮은 온도로 가열됩니다. 18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굽거나 튀길 경우 성분이 변형되고 벤조피렌이나 아크릴아미드 같은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지만 전자레인지 가열은 삶거나 찌는 것과 비슷한 조리법이라 그런 변형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신 굽거나 살짝 태운 요리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나 맛이 나지 않기 때문에 전자레인지로 맛있는 요리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 식품에 대한 괴담의 상당수는 ‘무엇을 먹으면 몸에 좋다’ ‘무엇을 먹으면 몸에 나쁘다’ 식으로 특정 식품을 건강과 연결하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어떤 식품이든 오랫동안 인간이 섭취해 온 식품이라면 안전에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둘 다 없다고 보면 됩니다. 신선한 식품을 골고루 과식하지 말고 섭취한다면 굳이 불안감에 시달릴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식품의 종류보다는 식품의 유통이나 보관, 조리 상태 등에 주의해 식중독 등을 예방하는 것이 내 몸의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