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속보] 문 대통령, 미국이 북한에 취할 '상응조치' 작심 공개

뉴욕|손제민 기자 입력 2018.09.26. 07:01 수정 2018.09.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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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美 폭스뉴스 인터뷰서 종전선언, 인도적 지원, 연락사무소 설치, 경제시찰단 방문 등 예시 · “평화협정 또는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은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 인도적 지원, 예술·공연단 교류,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경제시찰단 교환 방문 등을 꼽았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케이블뉴스채널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상응 조치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그 동안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종전선언 이 외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함구해왔다.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비핵화의 중간 단계에서 북한에 줄 수 있는 ‘보상’ 조치가 무엇인지 고심한 산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북한 관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이 긍정적으로 나온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뉴욕 숙소인 파커 뉴욕 호텔 진행된 폭스뉴스 앵커 브렛 베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상응 조치라는 것이 반드시 제재 완화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우선은 종전선언을 할 수도 있고, 또는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또는 예술단의 교류와 같은 이런 비정치적인 교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영변 핵 기지를 폐기하게 되면 미국 측의 장기간 참관이 필요할 텐데, 그 참관을 위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미국의 의지도 보여주면서 참관단들이 머무르면서 활동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비핵화 조치가 완료되고 나면 북한의 어떤 밝은 미래, 그런 것을 미리 보여주기 위해서 예를 들면 경제시찰단을 서로 교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반드시 제재를 완화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새롭게 수립한다는 것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상응 조치를 얼마나 속도감 있게 해주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에 비핵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행동과 미국의 상응 조치가 병행되어 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문제는 북한이 어느 정도 진지한 핵 폐기 조치를 취할 경우 그 이후에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어느 정도 속도 있게 해 주느냐에 달려있다”며 “미국이 속도 있는 상응 조치를 취해 준다면 북한의 비핵화 조치도 보다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가 싱가포르 선언에서 합의한 비핵화와 적대관계 청산, 체제 안전 보장의 교환에 대해 “일일이 ‘동시 이행’ 이렇게까지 따질 수는 없지만 크게는 병행되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면 할수록 미국 측에서는 북한이 핵을 내려놓더라도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 줄 것이며 북·미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다면 북한은 보다 빠르게 비핵화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1차 임기 내에 비핵화를 마치겠다라는 북한의 타임테이블도 결코 무리하지 않다”고 했다.

종전선언에 대해 문 대통령은 “어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때 충분한 논의를 했고,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예정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논의가 될 것”이라며 “그 회담의 결과로 종전선언이 이루어질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종전선언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이제는 미국과 북한 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빠른 시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대체로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뉴욕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남·북·미 사이에 종전선언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협상의 종착점인 평화협정 또는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은 주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남북관계에서 평화를 만들어내는 대북 억지력으로서도 큰 역할을 하지만 나아가서는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내는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것은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동시에 미국의 세계전략하고도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나는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이후에도, 심지어는 남북이 통일을 이루고 난 이후에도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통일이 언제 올 것인지에 대해 문 대통령은 “통일은 정말 예상할 수 없다. 통일은 계획대로 오지 않는다”며 “통일은 평화가 완전해지면 어느 순간 정말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 시기가 제 생애 내에 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뉴스채널인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미국 국민들의 안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거론하며 “말하자면 이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하는 일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은 사라졌다”고 선언했다가 주류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의 덕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말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다” 등의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추어올리는가 하면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기대를 표명하고 있다”고도 했다.

뉴욕|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