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해군 "제주관함식에 욱일기 말고 일본 국기 달아라" 요청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2018. 9. 2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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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관함식 14개 참가국에 “국기 게양” 서한 · ‘독도함을 사열함으로’ 국민청원도

일본 자위대 함선에 걸린 욱일기/연합뉴스

해군이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각국 해군에 “관함식 함정에 공식 국기만을 게양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다음달 10~14일 제주 민군복합항관광미항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 참가 함정은 해당 국가의 국기 외에 다른 상징 깃발을 게양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해군의 이같은 서한 발송은 일본 해상자위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군함은 통상 소속 나라의 해군기를 달지만, 일본 자위대 함정은 과거 제국주의 해군기에서 유래한 욱일기도 게양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외교부 차원에서도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각국 정부에 (군함이 국기만 게양하도록) 협조요청을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군함은 국제법적으로 치외법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일본 자위대 함정이 우리 영해에서 어떤 깃발을 달지는 전적으로 일본의 권리”라며 “그렇다고 해서 욱일기에 대한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나 해상자위대 입장은 아직 한국측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주 국제관함식에 군국주의 일본의 상징인 욱일기를 단 일본 군함이 참가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를 거부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잇따랐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청원이 37건이나 올라와 있다.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 상징이며 한국민에겐 아픔과 치욕의 역사를 떠오르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청원자는 “일본은 위안부나 독도 문제에 대해 아직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면서 “전 세계에서도 욱일기를 반대하는데, 그런 욱일기가 제주도에 입항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함께 일본이 욱일기를 단 함정을 보낸다면 우리 해군은 ‘독도’를 함명으로 하는 독도함을 문재인 대통령과 군의 주요인사들이 타고 해상사열을 받는 좌승함으로 선정해 일본 스스로 독도가 한국땅임을 인정하게 하자는 국민청원도 나왔다.

2015년 10월 18일 열린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에서는 태극기를 단 한국 해군 대조영함이 좌승함(사열함)인 ‘구라마’ 앞을 지나가며 예를 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탄 구라마함에는 욱일기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아베 총리는 관함식 전날에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의 가을제사에 공물을 바쳤던 터였다.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는 일본 국기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욱광(旭光·아침 햇살)이 퍼져나가는 것을 형상화했다. 일본은 1945년 패전과 함께 욱일기 사용을 일시 중단됐으나, 1954년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를 창설하면서 욱일기를 자위대기로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14개국 21척의 외국 군함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국제관함식에는 미국이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등 4척, 러시아가 순양함 바랴그 등 3척을 보낼 예정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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