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 이색 문집서 '천부경' 언급.. 고려말에 이미 존재한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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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1328∼1396)이 단군조선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다는 '천부경'을 공부한 정황을 그의 시편에서 밝힌 연구가 나왔다.
하지만 고려 말 '모종의 천부경'이 실존했다는 해석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신라 최치원 사상 연구의 권위자인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발표 예정인 논문 '목은 이색의 역사의식과 민족사상'에서 "간단한 언급이지만 이 시구에서 이색이 천부경을 공부했다는 것과 당대 천부경의 존재를 알 수 있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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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비밀스러운 책 처음 나왔을 땐 귀신도 놀랐겠지(秘書初出鬼神驚)/…/‘독단’, ‘천부경’ 내용과도 부합하니(獨斷與天符契合)”(이색, ‘백악산·白嶽山에 호종·扈從하여 짓다’에서)
신라 최치원 사상 연구의 권위자인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발표 예정인 논문 ‘목은 이색의 역사의식과 민족사상’에서 “간단한 언급이지만 이 시구에서 이색이 천부경을 공부했다는 것과 당대 천부경의 존재를 알 수 있다”고 26일 밝혔다.
‘목은집’의 기존 번역에는 이 부분이 “내 독단은 하늘과 부계가 서로 합하고”라고 번역돼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최 교수는 ‘독단’은 중국 후한 때 인물 채옹(蔡邕·133∼192)이 지은 책 이름이기에 ‘천부’도 천부경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풀어야 옳다고 봤다. ‘독단’에는 하늘을 아버지로, 땅을 어머니로 하는 ‘부천모지(父天母地)’의 사상이 본디 동이족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나온다. 이색은 동이족의 천손(天孫)의식이 서술된 책과 함께 천부경을 거론한 것이다.
최 교수는 “이색은 천부경이 진짜 경전이라고 의도적으로 높이려던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본디 천자(天子)의 나라라는 점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에 언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전해지는 천부경은 위조된 것이라는 게 학계 정설이다. 계연수(?∼1920)라는 이가 1916년 묘향산의 석벽에 새겨진 것을 발견해 단군교(대종교가 만주로 기반을 옮긴 뒤 조선에 남은 분파)에 전했다고 하지만 앞뒤가 안 맞는 요소가 적지 않다. 일제강점기 민족사학자인 단재 신채호(1880∼1936)도 이 천부경을 “후인의 위조”라고 단정했다. 계연수는 때로 실존 인물인지조차 의심을 받는다.
흥미로운 건 “이색이 천부경을 주해(註解)했다”는 서술이, 역시 위서(僞書)라는 게 정설인 계연수의 ‘환단고기’ 가운데 이맥(조선 중기 문신·1455∼1528)이 썼다는 ‘태백일사’에 나온다는 점이다. 환단고기에는 이맥의 고조부인 행촌 이암(1297∼1364)이 단군의 치세 2000여 년을 1363년에 기록했다는 ‘단군세기’도 실려 있다. 이암은 이색의 스승 격이다.
최 교수는 “오늘날 전하는 천부경과 이색이 본 천부경의 내용이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이색은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는 고유사상을 바탕으로 성리학을 주체적으로 이해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의 논문은 목은연구회와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가 10월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개최하는 ‘목은 사상의 재조명’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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