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 이색 문집서 '천부경' 언급.. 고려말에 이미 존재한 정황"

2018. 9.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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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1328∼1396)이 단군조선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다는 '천부경'을 공부한 정황을 그의 시편에서 밝힌 연구가 나왔다.

하지만 고려 말 '모종의 천부경'이 실존했다는 해석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신라 최치원 사상 연구의 권위자인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발표 예정인 논문 '목은 이색의 역사의식과 민족사상'에서 "간단한 언급이지만 이 시구에서 이색이 천부경을 공부했다는 것과 당대 천부경의 존재를 알 수 있다"고 2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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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성 교수 논문서 주장

[동아일보]

목은 이색의 저술을 모은 ‘목은집’ 가운데 시 ‘백악산에 호종하여 짓다’ 부분(굵은 선 안). ‘독단여천부계합(獨斷與天符契合)’이천부경이언급된 구절이다. 사진 출처 한국고전종합DB
고려 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1328∼1396)이 단군조선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다는 ‘천부경’을 공부한 정황을 그의 시편에서 밝힌 연구가 나왔다. 천부경은 환인(桓因)이 환웅(桓雄)에게 전해 백성에게 가르쳤다는 대종교의 경전이다. 학계에서는 오늘날의 천부경이 20세기 초에 위조됐다고 본다. 하지만 고려 말 ‘모종의 천부경’이 실존했다는 해석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비밀스러운 책 처음 나왔을 땐 귀신도 놀랐겠지(秘書初出鬼神驚)/…/‘독단’, ‘천부경’ 내용과도 부합하니(獨斷與天符契合)”(이색, ‘백악산·白嶽山에 호종·扈從하여 짓다’에서)

신라 최치원 사상 연구의 권위자인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발표 예정인 논문 ‘목은 이색의 역사의식과 민족사상’에서 “간단한 언급이지만 이 시구에서 이색이 천부경을 공부했다는 것과 당대 천부경의 존재를 알 수 있다”고 26일 밝혔다.

‘목은집’의 기존 번역에는 이 부분이 “내 독단은 하늘과 부계가 서로 합하고”라고 번역돼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최 교수는 ‘독단’은 중국 후한 때 인물 채옹(蔡邕·133∼192)이 지은 책 이름이기에 ‘천부’도 천부경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풀어야 옳다고 봤다. ‘독단’에는 하늘을 아버지로, 땅을 어머니로 하는 ‘부천모지(父天母地)’의 사상이 본디 동이족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나온다. 이색은 동이족의 천손(天孫)의식이 서술된 책과 함께 천부경을 거론한 것이다.

최 교수는 “이색은 천부경이 진짜 경전이라고 의도적으로 높이려던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본디 천자(天子)의 나라라는 점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에 언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 말의 대학자인 목은 이색 영정. 이색은 조선 성리학의 선구자이면서 선도(仙道)의 맥을 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사진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최 교수에 따르면 천부경 등의 내용과 부합한다는 ‘비밀스러운 책’(秘書)은 도선국사(道詵國師·827∼898)의 비기도참(秘記圖讖)이고 이색이 천도(遷都)와 관련해 공민왕을 호종해 백악산에 갔다는 건 ‘고려사절요’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이색은 해동 고려 땅이 천하의 정기가 한군데 뭉친 곳이고, 도읍을 어디에 정하느냐에 따라 고려가 ‘천자국(天子國)’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전해지는 천부경은 위조된 것이라는 게 학계 정설이다. 계연수(?∼1920)라는 이가 1916년 묘향산의 석벽에 새겨진 것을 발견해 단군교(대종교가 만주로 기반을 옮긴 뒤 조선에 남은 분파)에 전했다고 하지만 앞뒤가 안 맞는 요소가 적지 않다. 일제강점기 민족사학자인 단재 신채호(1880∼1936)도 이 천부경을 “후인의 위조”라고 단정했다. 계연수는 때로 실존 인물인지조차 의심을 받는다.

흥미로운 건 “이색이 천부경을 주해(註解)했다”는 서술이, 역시 위서(僞書)라는 게 정설인 계연수의 ‘환단고기’ 가운데 이맥(조선 중기 문신·1455∼1528)이 썼다는 ‘태백일사’에 나온다는 점이다. 환단고기에는 이맥의 고조부인 행촌 이암(1297∼1364)이 단군의 치세 2000여 년을 1363년에 기록했다는 ‘단군세기’도 실려 있다. 이암은 이색의 스승 격이다.

최 교수는 “오늘날 전하는 천부경과 이색이 본 천부경의 내용이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이색은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는 고유사상을 바탕으로 성리학을 주체적으로 이해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의 논문은 목은연구회와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가 10월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개최하는 ‘목은 사상의 재조명’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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