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예술단체들 잇단 성명 "벽 넘는 담쟁이를 노래하던 시인이.."

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2018. 9. 2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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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징계 0명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
극작가협회·한독협 등 문화·예술단체들 도종환 장관·문체부 규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해 7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첫 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문체부)가 발표한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분노가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긴커녕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문체부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준비단'(단장 기획조정실장, 이하 이행준비단)은 지난 2개월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률자문단의 법리 검토 등을 거쳐 수사의뢰 7명, 징계 0명, 주의12명을 골자로 하는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추석 연휴 전 한국출판인회의·대한출판문화협회·서울연극협회·무용희망연대오롯 등이 "셀프 면죄부"라는 규탄 성명을 각각 발표했고, 연휴 기간에는 연극인과 무용인들이 서울역·남부터미널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연휴가 끝난 뒤 첫날인 오늘(27일) 한국극작가협의회와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도 입장문을 내고 문체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5월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플렉스홀에서 ‘사람이 있는 문화’ 문화비전2030 발표에 앞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제공)
◇ 한국극작가협회 "벽을 넘어가는 담쟁이를 노래하던 시인이…"

한국극작가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권이 바뀌고 국민은 제자리로 돌아갔는데 예술가들은 다시 거리에 섰다"며 "도종환 장관이 예술가들의 자리인 예술현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의원 시절 블랙리스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 덕에 블랙리스트 청산에 적임자로 평가되어 문체부 장관 자리에 오른 도종환 장관은 이러한 촛불 시민의 열망을 저버리고 문체부 적폐 공무원들과 한 몸이 되어 버렸다"며 "우리는 벽을 향해 기어올라 벽을 넘어가는 담쟁이를 노래하던 시인이 스스로 더러운 벽과 한 몸이 되어 벽을 은폐하는 광경을 목도하고야 말았다"고 꼬집었다.

극작가협회는 "블랙리스트 문제는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등재하고 차별하고 배제하고 사찰하였던 국가 관료들의 문제이다"며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문화예술인들이 더 이상 배제를 받지 않는다고 하여서 끝난 것이 아니다. 한 번 작성된 명단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며, 유사시 학살자 명단으로까지 변한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운 바 있다"고 했다.

때문에 "블랙리스트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던 공무원들을 철저하게 처벌하는 것이다"며 "국가 조직범죄에 동원된 공무원들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부당한 명령을 받을 경우 그 명령을 실행하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극작가협회는 "당신들의 셀프 면책은 그저 문체부 공무원들의 처벌 문제가 아니라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며 문체부와 도종환 장관을 향해 ▲책임규명 이행 계획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사죄하라 ▲블랙리스트 실행 공무원들의 명단과 비위 행위 내용을 전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료사진/노컷뉴스)
◇ 한국독립영화협회 "더 이상 현장을 기만하지 말라"

한독협은 문체부가 발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 이행계획'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억압받고 배제되었던 예술인들의 열망을 조각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질적인 문제는 그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러한 결과에 어떤 원칙과 의지가 반영되었는지에 대해 설득력도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 '태도'가 가장 큰 공분을 낳은 밑바탕이다"고 지적했다.

또 한독협은 지난 4월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이 '과거사 진상규명 및 쇄신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를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공개·공식적 자리가 전무한 점을 지적하며,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영진위가 블랙리스트 피해 영화인들과 진행하는 비공식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비공식 간담회를 넘어 공개적이고 확대된 공청회를 통해 사안을 파악하고 문제를 짚어나가야 한다"며 "구호에만 그치는 적폐청산, 예술인을 우롱하는 블랙리스트 문제 해결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했다.

아울러 한독협은 정부 고시된 2019년 독립영화 예산 동결/삭감의 결과에 대해서도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독협에 따르면, 영진위는 지난해 2018년 예산의 공개적인 검토 과정에서 시기상 어려움을 이유로 독립영화 예산 증액을 2019년으로 미뤘다. 하지만 2019년 예산에서 독립영화 부문은 1원도 오르지 않았다.

독립영화 부문의 예산이 누락된 결과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6년 보조사업평가'에 적시된 독립영화 예산 감축을 근거 삼았다고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한독협은 "아연실색할 노릇이다"며 "블랙리스트가 서슬 퍼렇던 2016년의 국정 결과가 2018년 버젓이 살아서 독립영화 현장을 옥죄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 최대 국정 과제인 적폐 청산의 실상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사태 해결 과정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더 이상 현장을 외면하지 말라. 더 이상 다음을 논하지 말라. 더 이상 현장을 기만하지 말라"며 "영진위와 문체부가 스스로의 과오를 어떻게 회복하는가가 바로,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구체적인 실천과제임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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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yooy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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