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기지, 일베에서 유튜브로..20대가 가장 많이 본다

2018. 9. 2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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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② 유튜브 독버섯, 가짜뉴스 실태

청년·노년층 파고드는 가짜뉴스
유튜브 이용 34% "가짜뉴스 봤다"
20대 40%로 '최고' 60대 37% 2위
"극우, 극단 언어로 유튜브 장악"

[한겨레]

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 <한겨레>는 <한겨레21>과 함께 두달 남짓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다. 가짜뉴스의 뿌리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현주소를 해부하는 탐사기획은 4회에 걸쳐 이어진다.

유튜브는 국내 이용자 1위 플랫폼(정보 유통 매체)이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 집계를 보면, 지난 2년 동안 유튜브 이용 시간은 3배가량 늘어났다. 이용 시간 기준으로 4개 주요 플랫폼(유튜브·카카오톡·네이버·페이스북)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며 1위에 올랐다.

유튜브 ‘유사 언론’의 성장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쇠락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일베는 전성기 시절(2013~2014년) 동시접속자 수가 3만~4만명에 이르렀지만 박근혜 탄핵 국면을 지나며 몰락해 2018년 현재 동시접속자 수는 3천~4천명 수준이다. 하지만 일베 몰락 이후 되레 한국 사회는 인권조례, 페미니즘, 난민 등 소수자 관련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혐오 표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짜뉴스와 혐오담론의 기지가 일베에서 더 큰 놀이터인 유튜브로 이전된 까닭이다.

2018년 8월에 나온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이슈>를 보면, 유튜브 이용자의 34%가 ‘허위·가짜뉴스로 판단되는 동영상’을 봤거나 전달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해야 할 점은 다른 연령대보다 20대와 60대가 ‘가짜뉴스로 판단되는 동영상’을 보거나 전달받은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20대가 39.7%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36.9%로 뒤를 이었다. 반면 40대는 28.7%로 가장 낮았다.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들이 청년과 노년층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짜뉴스는 얼핏 언론 현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에스엔에스에서 발생하는 정치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라는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진단을 인용하면, 결국 20대와 60대가 유튜브를 통해 다른 세대보다 더 활발히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튜브에서 가짜뉴스를 유통하는 채널들이 노년층과 청년층을 공략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노년층을 주로 겨냥하는 유튜브 채널들은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에서 활약하던 보수논객 등 노년층이 신뢰할 만한 인물을 내세워 신념에 호소한다. 정치적으로는 ‘듣고 싶은 얘기’를 해서 동질성을 확보한다. 사실을 믿지 않고,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집단의 ‘확증편향’(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행위)에 기반하는 가짜뉴스의 특성이 작동한다.

반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청년을 겨냥한 채널들은 ‘주목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더 극단적인 음모론을 다룬다. 의미보다는 ‘카더라’의 재미를 추구한다. 30, 40대에 견줘 유튜브에 익숙한 20대가 유튜브 정치채널을 장악한 극우세력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문제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가짜뉴스의 확산을 돕는다는 점에 있다. ‘정규재티브이’를 보면 추천 영상으로 ‘신의 한수’를 권하고, ‘태블릿피시 조작설’을 보면 ‘노회찬 타살설’ 동영상을 관련 영상으로 제시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 알고리즘이 ‘가짜뉴스’의 확장성에 보탬이 된다고 지적한다. 문화평론가 최태섭씨는 “유튜브는 세상의 모든 정보가 아닌 유저가 이미 봤던 영상과 유사한 영상을 계속 추천한다. 보다 보면 보던 것 위주의 협소한 이용 경험이 누적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내 미디어 역사를 보면 뉴미디어 영역은 전통적으로 진보세력이 주도해왔다. 인터넷과 팟캐스트가 그랬다. 하지만 유튜브는 보수세력, 그 가운데서도 극우세력이 득세해 가짜뉴스를 자양분으로 성장하는 기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역사전쟁>의 저자인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보수는 ‘노사모’를 보고 ‘뉴라이트’ 운동을 시작했고 ‘나꼼수’를 보고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정권교체 이후 극단적인 언어를 쓰는 극단적인 사람들이 유튜브를 먼저 장악했다”고 진단했다. 사회비평가 박권일씨는 “유튜브 가짜뉴스들이 종북 등 전통적인 우파의 이슈뿐만 아니라 반무슬림, 반동성애, 반페미니즘 같은 인화성 강한 문제들에 집중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현재의 상황은 반공·냉전적 사고의 이념 공세를 넘어서 유럽의 극우정당 같은 새로운 극우세력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긴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완 기자, 변지민 <한겨레21>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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