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섬마을엔 흰머리 선생님이 없다..중고교 교사 절반이 1~2년차

이종일 2018. 9. 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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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지역 중·고교 교사 절반이 1~2년차 초임
가산점 영향 큰 초등학교는 신규교사 0.8% 불과
초임교사에게 행정업무까지 집중 '교육질'↓
"교육차별 극복할 대책 마련해야"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중·고등교사들의 섬마을 학교 기피현상이 심화하면서 학생들의 교육권마저 침해당하고 있다. 경력교사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초임교사들을 주로 투입하고 있어서다. 학부모들은 “섬지역 아이들이 도심지 학생과 동등한 조건으로 교사를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수업 등이 미숙한 신규교사를 섬지역으로 대거 배치하는 것은 교육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교육청은 교사의 섬지역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도서벽지 가산점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10여년 전에 생긴 학교 유공 가산점 때문에 무용지물이 됐다. 도서벽지 기피현상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 섬지역 중·고교 교사 절반이 1~2년차 초임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섬지역인 강화도·서해 5도(백령·연평·대청·덕적·영흥) 중학교 14곳과 고교 13곳 등 27개 학교 교사 365명 가운데 1~2년차 교사가 180명으로 49.3%나 됐다. 이중 올해 처음 발령받은 초임 교사는 134명으로 36.7%를 차지했다. 섬마을 교사 3명 중 한명은 올해 처음 교단에 서는 새내기 교사라는 얘기다.

섬마을간에도 격차가 컸다.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 강화도는 1~2년차 교사 비율이 41.6%였으나 배를 타야 갈 수 있는 서해 5도(영흥도만 다리가 있음)는 66.3%에 달했다.

이처럼 섬마을 학교에 초임교사들만 넘쳐나는 이유는 경력교사들의 기피현상 때문이다. 인기지역인 도심내 학교는 1~2년차 초임교사 비율은 5%에 불과하다.

교육당국은 교사의 섬마을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도서벽지 가산점’제도를 운영해왔다. 교감 승진을 위해 가산점을 확보하려는 중등교사들로 인해 한때는 섬지역 근무를 두고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교육당국이 2007년 학교 유공 경력교사 가산점 제도를 도입하면서 벌어졌다. 도시지역 가산점 없이도 교감 승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유공 가산점 문제가 크고 과거에 비해 교장이나 교감 승진에 목매는 교사들도 줄었다”며 “도서지역은 오래된 관사 등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편의시설이 부족해 기피대상”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전경.
교사의 내신서를 받아 전보인사를 내는 교육청은 섬지역 근무 희망자가 없을 경우 억지로 경력교사를 보내지 않는다. 생활 여건이 좋지 않은 섬지역에 경력교사를 강제로 보낼 경우 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경력교사의 기피로 섬지역 중·고교의 교사 정원을 맞추지 못하자 매년 신규교사 발령으로 빈 자리를 채웠다.

반면 섬지역 초등학교 27곳에서는 올해 교사 정원 252명 가운데 신규교사가 단 2명(0.8%) 뿐이었다. 초등 경력교사는 중등과 달리 도심지에서 승진 가산점을 받을 기회가 적고 승진 의지가 높아 섬지역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

초등교사 A씨는 “초등교사는 승진을 못하면 정년 때까지 계속 담임을 맡아야 해서 경력이 쌓이면 교감이 되려고 한다”며 “섬지역은 근무환경이 열악하지만 도서벽지 가산점을 받기 위한 지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수업 미숙한 신규교사에 과도한 업무까지

섬지역 중·고교의 신규교사 비율이 높다보니 수업 질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력교사 부족으로 인해 교육과정 편성, 학교폭력 업무,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관리 등 경험과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업무까지 초임교사들이 떠맡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교사 B씨는 “섬지역 학교는 학급 수가 적어 학교별로 교사가 10명 안팎이다. 이중 절반이 신규교사여서 행정업무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며 “수업 연구, 학생과의 관계 맺기에 시간을 보내야 할 신규교사들이 행정업무에 파묻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신규교사들이 섬지역 학교에 배치되면 부장급 교사가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까지 떠맡는다”며 “수업 질 하락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학력 향상 등을 위해 중등 경력교사를 섬지역에 배치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다음 달 현장 교사, 교육단체 관계자, 교육청 직원 등 20여명으로 인사TF팀을 꾸려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도서벽지 승진가산점제도 등을 개선해 내년부터 중등교사들이 섬지역 학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일 (apple2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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