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전유성 "모욕감 느껴" 10년 머문 청도 떠났다
'웃음을 배달한다'는 발상으로 경북 청도군에 전국 최초의 개그 전용 극장 '철가방 극장'을 만들었던 원로 개그맨 전유성(69)씨. 그가 최근 10여 년간 살았던 청도군을 떠났다. 그는 2007년 청도군으로 이사해 2009년 복날 희생된 견공들을 위로하기 위한 콘서트인 '개나 소나 콘서트'를 열고 2011년 '철가방 극장', 2015년 '청도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 등을 기획해 한적한 시골 마을을 웃음으로 들썩이게 했다. 그런 전씨가 청도군을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2015년 시작한 청도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코아페)는 군이 주최하고 전씨가 축제조직위원장을 맡아 공연을 기획했다. 전씨의 도움으로 SBS '웃찾사'팀 등 국내외 유명 개그맨들이 출연했다. 개그맨 김현철씨가 크레인에 매달려 등장하고 소싸움에 지친 황소가 나오는 등 이색적인 연출로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에는 우천에도 32만명이 청도군을 찾아 야외공연을 관람했다.
전씨는 "속상한 수준을 넘어 모욕감을 느꼈다"며 "지난해 후배 개그맨 심형래씨와 이영자씨가 와서 출연료도 거의 받지 않고 비를 맞으며 2시간 동안 행사에 참여했는데, 선배의 부름에 달려왔던 후배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청도군 관계자는 "행사에 연출 외에도 보안, 홍보 등 다양한 예산이 들어가다 보니 올해부터 예산을 좀 더 수월하게 집행하기 위해 다른 기획사에 맡겼는데 이를 전씨에게 알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그동안 위원장인 전씨가 축제 예산을 도맡아 준비했지만, 돈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잘해보자고 하는 과정에서 전씨가 마음이 상한 것 같다"고 했다.
전씨는 "SBS, MBC 등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지면서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개그 프로그램이 줄어드니 개그맨 지망생도 줄었다. 단원 수를 유지하며 공연을 해서 최저 임금이라도 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는데 어렵게 됐다. 철가방 극장에는 언제든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청도군 관계자는 "전씨가 만든 철가방 극장의 경우 인기가 많아지자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시켰다"며 "특히 잠정 중단된 철가방 극장의 경우 올해 2000만원의 용역비를 줘서 회생할 방도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청도=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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