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태극기 부대 입당에 쇄신 '딜레마'

장병철 기자 2018. 9. 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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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송재우 기자 jaewoo@

내년초 全大 영향력 발휘하려

책임당원 가입운동 급속 확산

親朴 지지성향 강해 우려 커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19대 대통령선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연패로 궤멸 위기에 몰렸던 자유한국당이 당 쇄신과 대국민 소통 강화 등을 통해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곳곳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이다. 환골탈태 수준의 개혁은 속도를 못 내는 반면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른바 ‘태극기 부대’와 골수 지지층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방해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극우 보수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중심으로 자유한국당 책임당원 가입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 대표 투표권을 쥔 책임당원을 최대한 확보해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으로, 한국당의 차기 당권 향배에 이들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의 당 쇄신 작업에 역행할 뿐 아니라 자칫 ‘수구 꼴통’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28일 한국당 및 보수 진영 인사들에 따르면, ‘태극기 집회’ 참가 단체들을 중심으로 인터넷과 SNS상에서 한국당 책임당원 가입을 촉구하는 글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27일 한 단체의 온라인 카페에는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2월까지”라며 “(책임당원) 당비는 1000원이며, 당비를 내야 당 대표 투표권이 있다. 적의 지휘부를 무너뜨리고 우리 집으로 탈환하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카페에는 이 글 외에도 ‘한국당 책임당원 가입하는 방법’ ‘투표권을 얻기 위해선 꼭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이 돼야 한다’ 등 책임당원 가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은 “누가 주도하거나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회원들 사이에서 한국당 책임당원으로 가입하자는 분위기가 자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거나 묵과했던 사람들이 당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한국당 책임당원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지난 7월 말과 대비해 9월 말 현재 책임당원 규모가 8000명가량 증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책임당원 요건은 ‘당비 월 1000원 이상, 3개월 이상 납부자’로 현재 전체 책임당원 규모는 32만 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나 김진태 한국당 의원 등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 이후 무엇보다 노쇠하고 극우적인 당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도로 친박당’ 이미지가 짙어질 경우 당이 정말 회생불능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층, 유튜브에 대거 몰리며

黨 차원서 홍보채널 적극 활용

가짜뉴스 생산·확산 책임 우려

자유한국당이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 결집 현상에 주목하며 뉴미디어를 활용한 소통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등 주요 SNS상에서는 ‘강(强) 보수’로 분류되는 되는 인사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는 지지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어 시류에 잘못 편승할 경우 당 이미지가 오히려 ‘극우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한국당에 따르면, 한국당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다음 달 1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기간 홍보 채널로 활용할 방침이다. 제도권 언론에 답답함을 느낀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튜브 열풍이 불자 ‘소비자 맞춤형’ 홍보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직원들과 회의할 때마다 ‘오픈 컬래버레이션’을 강조한다”며 “기존 틀을 깨고 개방형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조직 개편에서 유튜브 등 SNS 홍보 담당 인력을 늘리고, 여의도 옛 당사 건물에 ‘오픈 스튜디오’를 만들어 누구나 동영상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려는 움직임에는 최근 보수 지지층의 ‘유튜브 사랑’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당 내부 인식이 작용했다.

실제로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진행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약 26만 명,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진행하는 ‘김문수TV’가 약 5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등 유튜브 상에서 인기다.

그러나 유튜브를 통해 보수 세력 규합에 앞장서고 있는 인사들이 대체로 ‘강 보수’로 분류된다는 점은 보수 혁신을 추진하는 한국당으로서는 부담이다. 당의 지지세를 확장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SNS는 그 특성상 ‘가짜 뉴스’ 생산과 전파의 온상이 되기 쉬운데, 자칫 그 불똥이 한국당으로 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과 무관하게 만들어진 ‘가짜 뉴스’나 유언비어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을 경우 한국당이 덤터기를 쓰고 이미지만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보수층이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에선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이 여과 없이 유통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런 우려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와 지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디어 홍보의 순기능에 더 주목해야 할 것 같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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