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아동 성학대 논란 촉발한 가해 신부, 성직 박탈당해

2018. 9. 2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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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성명 통해 밝혀..피해자 "이런 날 올 줄 몰랐다" 환영
교황 사퇴 요구한 비가노 대주교, 교황 재차 비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최근 칠레 가톨릭 교회를 강타한 아동 성 학대 논란의 중심에 선 노(老)신부가 결국 사제복을 벗게 됐다.

교황청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거에 아동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 지탄을 받아온 페르난도 카라디마(87) 신부로부터 성직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성명에서 "교황의 이런 결정은 교회의 안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로이터=연합뉴스]

피해자들은 교황청의 조치에 즉각 환영을 표명했다.

카라디마 신부가 저지른 악행의 피해자 중 한 명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의 삶을 망가뜨렸다"며 "그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오늘 조금이나마 안도감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라디마 신부는 2011년 교황청 조사에서 아동 성 학대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면직된 뒤 평생 참회와 기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피해자 단체 등은 이 같은 교황청의 처분은 너무 관대한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칠레 아동성학대 파문을 촉발한 중심 인물인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가운데) [EPA=연합뉴스]

칠레 교회는 카라디마 신부에 대한 교황청의 2011년 처분 이후에도 그의 범죄를 은폐하는 데 있어 고위 성직자를 비롯한 사제들 여러 명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며 아동 성 학대 파문으로 계속 홍역을 치러왔다.

칠레 교회를 뒤흔든 성 학대 파문은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로 직접 불똥이 튀었다.

교황은 지난 1월 칠레 방문 때 카라디마 신부의 범행을 은폐한 의혹을 받아 온 후안 바로스 주교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현지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교황은 이에 앞서 피해자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카라디마 신부의 애제자인 그를 2015년 칠레 오소르노 교구 주교로 임명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교황은 바로스 주교를 두둔하는 발언으로 비판받자 칠레, 페루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피해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며 사과하고, 이후 교황청 특사단을 칠레에 파견해 성추행 은폐 의혹을 재조사하도록 했다.

교황은 이후 칠레 주교단 전체를 지난 5월 바티칸으로 소환해 칠레 교회의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요구했고, 이에 칠레 주교단은 교황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가톨릭 역사상 한 나라의 주교 전체가 사표를 낸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교황은 이들 가운데 바로스 주교를 비롯해 5명의 사표를 지난 6월 수리했다.

한편, 올 초 칠레 순방 때부터 아동 성 학대 파문으로 곤욕을 치른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미국, 호주, 독일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성직자들에 의한 아동 성 학대 의혹이 속속 불거지며 2013년 즉위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검찰은 주내 6개 가톨릭 교구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 의혹을 2년간 조사한 끝에 지난 1940년대부터 70년에 걸쳐 301명의 성직자가 1천 명이 넘는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했고, 가톨릭 교회는 이런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가톨릭 교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이어,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를 지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의 지난 달 26일 폭로는 교황을 직접 겨냥해 큰 파장을 낳았다.

진보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맹렬히 비판해온 보수파의 일원인 비가노 대주교는 가톨릭 보수 매체들에 보낸 편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직후부터 시어도어 매캐릭 전 워싱턴 대주교(추기경)의 성 학대 의혹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는 데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교황의 퇴위를 촉구했다.

교황에 대한 비가노 대주교의 공격이 가톨릭 보혁 갈등의 산물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교황은 비가노 대주교와 보수파의 해명 요구에 일절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비가노 대주교는 이날 자신의 폭로에 공식적인 침묵을 지키고 있는 교황과 교황을 다시 한 번 비판하는 새로운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이 편지에서 "교황이 최근 설교 등에서 나를 간접적으로 사탄에 비유함으로써 은근히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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