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를 어쩐다..통신업계 5G장비, 깊어지는 고민

맹하경 2018. 9. 2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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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효율 vs. 보안우려..내후년 화웨이 논란 더 뜨거울듯
게티이미지뱅크

내년 3월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화를 준비 중인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5G 핵심 장비 선정에서 화웨이 장비를 포함할지 여부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SK텔레콤은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3사를 장비 공급사로 선정했기 때문에 KT와 LG유플러스 발표만 남은 상황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례적으로 SK텔레콤의 발표가 빨랐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투자 환경, 여론 동향 등 다양한 변수 때문에 두 업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또, 화웨이의 국내 시장 진입 공세가 거세기 때문에 5G 상용 초기인 내년 상반기 이후에도 화웨이 장비 도입 논란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화웨이 장비, 투자 효율성으로 유혹

29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의 장비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는 10월 중순 이전에 이뤄질 예정이다. 5G 전국 서비스를 위해선 10월부터는 네트워크 구축에 들어가야 한다. 일정을 맞춰야 하는 KT와 LG유플러스도 이미 내부적으로는 공급사 선정 절차가 끝났고 발표 시기만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와 관련해 이번 장비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기존 LTE(4G) 장비와의 호환성 ▦보안 우려 2가지로 좁혀진다. KT는 LTE 구축 당시 권역별로 삼성전자(수도권ㆍ부산ㆍ울산) 에릭슨(강원ㆍ충북ㆍ경상) 노키아(충남ㆍ전라ㆍ제주) 장비를 들여왔다. 호환성을 위해선 SK텔레콤처럼 5G에도 삼성 에릭슨 노키아 장비를 쓰는 게 낫다.

하지만 화웨이가 KT에 5G 장비와의 연동을 위해 LTE 장비 교체가 필요하다면 무상으로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 장비는 경쟁사 대비 가격이 저렴한데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KT를 둘러싼 증권가의 비용절감 요구가 거세기 때문에 단박에 거절하긴 어려운 제안이다.

LG유플러스는 LTE를 구축할 때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눴다. 삼성전자(충청ㆍ전라) 에릭슨(충청ㆍ전라ㆍ강원) 노키아(경상ㆍ수도권 남부)에 화웨이(서울ㆍ수도권 북부ㆍ강원) 장비도 사용했다. 이미 주요 지역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5G 장비를 채택할 것은 확실시된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7월 17일 오전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서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왼쪽부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날 이통3사는 3월 5G 동시 상용화를 약속했다. 고영권 기자

◇두려운 보안우려와 부정적 여론

투자 효율성만 고려한다면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이유가 없지만, 문제는 보안 이슈다. 미국 호주 영국 등은 화웨이 장비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2012년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와 ZTE로 인해 발생한 미국 보안 이슈 조사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 장비가 미국 안보 해킹에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2016년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문자메시지, 연락처, 통화로그, 위치정보 등을 중국 내 서버로 전송하는 백도어(의도적 보안 허점)가 발견돼 파장이 일었다. 당시 화웨이 측은 백도어 탑재를 인정하면서도 “중국 정부에 전송된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중국 기업의 실수”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같은 보안 문제가 5G 장비에서도 일어날 것이라는 게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하는 국가들의 주장이다. 이에 관한 화웨이 입장은 위험 가능성만 언급할 뿐 어떤 근거와 문제가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각국 통신사와의 5G 장비 테스트에서 그 어떤 보안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화웨이 임원진 간담회에서 피터 조우 화웨이 무선 네트워크 마케팅책임자(CMO)는 “각 통신사가 원하는 보안 요구사항을 엄격히 지켜왔으며, 영국에서도 보안 전문 인증 기관의 검증을 안전하게 통과했다”며 “보안 관련 사고도 발생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캐나다는 5G 장비사 선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6월 26일 중국 상하이 쉐라톤 그랜드호텔에서 숀 멍(왼쪽) 한국화웨이 최고경영자와 조이 탄(가운데) 화웨이 글로벌 미디어ㆍ커뮤니케이션 총괄 사장, 피터 조우 화웨이 무선 네트워크 마케팅책임자(CMO)가 화웨이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화웨이 제공

◇진짜 5G는 2020년… “화웨이 논란 계속될 것”

국내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통신업계는 소비자들의 부정적 여론으로 인한 이미지 손실이 직격탄이다. 이 때문에 이미 화웨이 LTE 장비를 쓰고 있는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고 SK텔레콤과 KT의 최종 5G 장비 공급사 명단에서 화웨이 탈락은 유력하다.

그러나 5G 망 구축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5G 상용 초기 네트워크는 기존 LTE 유선 네트워크에 5G 무선 장비를 덧씌우는 식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전국망 구축에는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돼야 하기 때문에 부족한 5G 커버리지를 보완하는 LTE 망을 함께 써야 한다.

SK텔레콤 직원들이 테스트용 5G 통신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따라서 진정한 5G는 모든 유ㆍ무선 장비가 5G 전용으로 구축(5G 단독모드)되는 시점이고 이는 2020년으로 예상된다. LTE와 5G를 혼용하는 방식에서 5G 단독모드로 인프라를 교체하는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상용 초기에야 LTE와의 호환성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순 있어도, 5G 단독모드 때에는 호환성 제약이 거의 없다.

SK텔레콤도 지난 14일 장비 공급사 선정 발표 후 5G 단독모드에 맞춰 공급사를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5G 기술진화와 주파수 확대 등에 따른 추가 선정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는 결정된 바 없다”고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열어뒀다. 통신사 관계자는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약 30%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는 기업”이라며 “단독모드에서 안정적인 시스템을 빠르고 저렴하게 내놓는다면 완전 배제는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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