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투스타 장군이.." 카톡 '카더라 통신' 달고 사는 노인들

입력 2018.09.30. 16:56 수정 2018.10.01. 11:46

"북한군 땅굴이 새로 신설되는 지하철 공사 구간과 곧 연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의 바지사장일 뿐이다." "민주당이 연금개혁하는 이유는 국민연금 200조를 북한에 퍼주기 위해서다."

아파트 기술관리직으로 일하는 김아무개(73)씨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단체방엔 오늘도 가짜뉴스가 쉴 새 없이 올라온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③ 카카오톡 가짜뉴스
종편 애청자, 카톡 가짜정보 열독자로
"언론이 다 썩어서 뉴스 안 나오는 거지"
정확성보다 내 기준에 편한 정보 선호
자식들과 말싸움 잦아지고 불화로 번져

[한겨레]

30일 오전 서울 한 공원에서 노인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북한군 땅굴이 새로 신설되는 지하철 공사 구간과 곧 연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의 바지사장일 뿐이다.” “민주당이 연금개혁하는 이유는 국민연금 200조를 북한에 퍼주기 위해서다.”

아파트 기술관리직으로 일하는 김아무개(73)씨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단체방엔 오늘도 가짜뉴스가 쉴 새 없이 올라온다. 50여명이 참여하는 이 방은 김씨에게 세상 돌아가는 ‘알짜배기 정보’를 알려주는 창이다. 그가 보기에 단톡방에 올라오는 ‘카더라 통신’은 “뉴스에는 안 나오지만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이다. 김씨는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다 보내줘서 알잖아. 투스타였던 장군이 보내주는 군 정보야, 이건. 뉴스에는 안 나오는 거”라고 말했다. 자부심이 대단했다.

서울 잠원동에 사는 주부 이아무개(64)씨의 카카오톡도 하루 종일 가짜뉴스 알람으로 분주하다. 대구가 고향인 그는 동창생들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주로 정보를 접한다. 그는 “자식들은 일주일에 한번 연락이 올까 말까 한데 단톡방에는 매번 놀라운 얘기들이 올라와 적적하지 않고 좋다”며 “이런 얘기를 보도하지 않는 건 언론이 다 썩어 빠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의 사례는 2018년 현재, 한국 사회 노인들의 삶에서 가짜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하게 해준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 이후 정치 뉴스에 익숙해진 노인세대는 어느새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통되는 ‘가짜뉴스’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집단이 됐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자신들이 접한 뉴스와 정보들을 지인들이 있는 카카오톡 방에 퍼 나르고, 또 다른 방을 통해 정보를 얻는 일은 노인들에게도 흔한 일상이 됐다. 김씨는 “주변 친구들도 다 그렇다. 뉴스에 안 나오는 것들은 카카오톡으로 받아 보고, 낮에 종일 종편 뉴스를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게 훤하다”고 했다. 가짜뉴스는 가족간의 불화를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카카오톡에서 읽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할 때마다 자식들이 “어디서 이상한 얘길 듣고 다니시냐”고 무시하는 통에 말싸움이 벌어지기 일쑤다.

노인들이 100%의 진실이 아닌, 99%가 거짓말이라도 1% ‘내가 아는 진실’이 있는 뉴스를 찾아 떠돌고 있다는 것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보고서>(2018년 8월)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는 60대 이상 노인이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른 세대와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노인들은 뉴스의 사실 여부보다 ‘자신의 의견하고 다른 것’을 가짜뉴스라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60대 이상 노인 61.8%가 ‘내용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에 부합하느냐’를 꼽았다.

가짜뉴스에 빠진 노인들은 새로운 사실을 아예 거부하려는 것일까.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스 과잉 시대에 노인들은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날 편하게 하는 정보를 원한다”며 “진실을 알고자 뉴스를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달랠 방편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