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사람들 '대한민국' 적힌 농협카드로 결제..돈되는 손님은 아냐"

홍성용,이윤식 2018. 9. 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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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폭로'서 지목된 식당 직접 가보니
삼청동·수송동 요리점 등
모두 청와대 반경 1km 내
"주로 3만원대 점심식사해
김영란법 이후 靑출입 줄어"
문제의 기타미용업 사용내역
알고보니 평창 리조트 스파
카드사 "IT기업 등 신생기업
업종 분류 오류 종종 있어"
최근 정치권은 이른바 '심재철 폭로' 공방으로 가파른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세부 내역 등 재정정보시스템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공개하면, 청와대가 세부 내역을 내놓고, 관련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폭로와 이에 대한 해명만 반복될 뿐 업무추진비 사용처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심 의원은 재정정보시스템을 통해 확보한 자료 중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심 의원은 '고급 스시집' '와인바' '미용업' 등을 강조하며 청와대가 부적절하게 사용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저녁 기본 메뉴는 1인당 10만원 내외 고급 음식점에서 사용된 건수가 총 70건 1197만3800원(평균 17만1054원)에 달했으며, 고급 스시점에서 사용된 것도 473건 6887만7960원(평균 14만5619원)이었다는 게 심 의원 주장이다. 각종 주점의 상호와 함께 세부 금액이 천원 단위까지 공개되자 여론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에 매일경제는 지난 28~29일 해당 '고급 음식점'으로 지목된 곳을 직접 방문해 분위기를 살펴봤다. 고급 음식점으로 지목된 '르○○'(삼청동), '더○○○○'(소격동), '스시○'(수송동) 등이었다. 일단 이들 업소는 거리상 모두 청와대에서 반경 1㎞ 내에 위치해 청와대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들이다. 청와대 근무자들이 외부인과 업무상 약속 장소로 활용하기 좋은 곳이라는 얘기다.

삼청동에 위치한 '르○○'은 지하 1층~지상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한 레스토랑이다. 5개 룸과 1개의 홀로 이뤄져 있다. 현재 이곳 메뉴는 크게 3개 코스다.

점심에만 먹을 수 있는 '쁘띠 따블르'는 4만9000원으로 5개 음식으로 구성돼 있다. 저녁에는 11개 음식으로 구성된 9만8000원짜리 '가을 소리'와 고객 요구에 맞게 제철음식으로 만드는 10여 개 요리의 '오트쿠뛰르'(21만9000원)를 먹을 수 있다. 샐러드, 스테이크, 커피로 단출하게 구성된 3만원짜리 '런치코스'도 있었다. 이전에는 보다 다양한 가격대의 코스가 있었지만, 이달 들어 코스 개수를 3개로 줄였다.

이 식당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주로 평일 점심에 찾아 비교적 저렴한 런치메뉴를 먹었다"면서 "'돈 되는 손님'은 아니다"고 했다. 특히 21만원이 넘는 '오트쿠뛰르' 코스는 청와대 관계자들은 거의 먹지 않는다고 전했다. 해당 메뉴가 단가가 꽤 되기 때문에 대사관 직원들이나 청와대 손님을 모셨을 경우에만 한정돼 대접했다는 것이다. 이 식당 관계자는 "청와대 사람들은 '대한민국' 표시가 찍힌 농협 카드로 결제한다"고 전했다.

소격동에 위치한 프랑스 음식점 '더○○○○'은 현재는 리노베이션 공사로 2~3층 레스토랑은 영업이 중지됐고 1층 카페만 운영 중이다. 이 식당은 총 3개동으로 이뤄진 한 갤러리 운영자가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해왔다.

갤러리 관계자에 따르면 레스토랑은 점심은 4만4000원과 6만6000원 메뉴가 있었고, 저녁에는 9만9000~13만2000원 메뉴가 나갔다. 1층 카페에서는 1만원대 단품 메뉴를 판다.

식당 관계자에 따르면 "레스토랑은 3만원 이하 메뉴가 없기 때문에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청와대 분들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갤러리 관계자 등 예술계 종사자, 대사관, 금융계, 광화문 법무법인 종사자 등이 주 손님"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급 스시집'이라고 지칭된 광화문 수송동의 '스시○'도 둘러봤다. 이곳은 점심 일반 스시코스는 6만8000원, 저녁에는 12만원이 기본이었다. '오마카세'는 점심에 8만원, 저녁은 13만원이었다. 다만 이곳 셰프도 "'김영란법' 이후 정부 관계자나 청와대 관계자 등의 예약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했다. 전임 정부 시절에만 해도 '청와대' 이름으로 예약하는 건수가 많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기타 미용 관련 서비스업 3건(18만7000원)'도 공개했다. 청와대는 경찰 10명을 위로하기 위해 목욕시설을 이용했고, 1인당 비용 5500원을 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평창 소재 리조트 내 한 스파에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스파는 지난 4월 이후로는 업체와 계약이 완료돼 운영되지 않고 있다. 심 의원실은 이곳이 평창 리조트 안에 있는 목욕시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미용업체'라고만 공개했다.

청와대는 미용업종 사용 내역 2건의 경우 정보기술(IT) 기업이 '기타 미용서비스업'으로 분류된 것은 카드사 오류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한·국민·현대 등 3대 카드사 등에 확인해본 결과 카드사에 따라 개별적으로 업종을 입력하면서 오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IT기업 등 분류가 애매한 신생 기업들의 업종 분류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었다. 신한·국민카드는 IT기업을 화물운송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기타서비스업으로 분류해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업종 분류 서비스는 직원이 직접 대분류를 나누는 서비스고, 추후에 업체 요청으로 쉽게 업종 분류를 바꿀 수도 있어 오류가 있는 경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홍성용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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