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규식 "고용전망 틀린 점 인정하지만..한은·KDI도 낙관적이었다"

이성택 2018. 10. 2.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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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친정부 통계 논란' 노동연구원장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자리 논란과 관련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안 가는 것이 아니라 평생 직장으로 삼기에 너무 열악해 안 가는 것”이라며 “일자리의 양보다는 질을 높이는 정책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로 1988년 개원한 한국노동연구원(노동연)이 올해로 설립 30주년이란 의미 있는 한 해를 맞았다. 노동연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그간 같은 국책연구기관으로 주류 경제학을 다루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그늘에 가려진 면이 없지 않았지만 ‘노동 존중’을 표방한 현 정부에서는 명실상부한 청와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노동연 내부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다. 연구기관으로서 치명적인 ‘통계 왜곡’ ‘코드 통계’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야당 등 보수진영은 노동연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축소하고 취업자수 증가폭 전망을 부풀려 청와대 입맛에 맞는 통계를 생산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노동연의 배규식 원장과 성재민 동향분석실장은 지난달 27일 한국일보와 만나 “고용 전망이 틀린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우리뿐 아니라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이 전부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며 코드 통계 논란을 강하게 반박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앞으로 부정적 영향이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노동연은 지난해 말 내놓은 올해 고용전망에서 월 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이 상반기 28만7,000명, 하반기 30만5,000명(연 평균 29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 상반기 실적은 전망의 절반인 14만2,000명에 그쳤다. 8월 하향 조정한 수정 전망에서도 하반기 20만8,000명을 예상했지만 7, 8월 증가폭이 각각 5,000명, 3,000명에 그쳤다.

-전망이 크게 어긋났는데.

(배규식 원장ㆍ이하 ‘배’)“전망이란 게 전환기나 변화가 있으면 이를 (사후적으로)따라가는 측면이 있다. 과거 통계를 가지고 미래 전망을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전환기에는 정확한 전망이 쉽지 않다. 작년 하반기에는 호경기가 지속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어느 연구기관이나 다 비슷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8월 수정 전망도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나.

(성재민 실장ㆍ이하 ‘성’)“한국은행, KDI 등 다른 기관의 성장률 전망을 참고했다. 특별히 경기가 둔화될 신호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엔 경기가 둔화 국면으로 들어간 걸로 보인다. 앞서 예측하지 못했던 점이다. 9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 하반기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은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

-취업자 수 증가 둔화의 원인이 뭔가.

(성)“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있고, 이미 우리가 경제구조 성숙으로 저성장 시대에 접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30만명대 취업자 수 증가폭은 고성장 시대의 흔적이며 앞으로는 10만~15만명 정도가 ‘뉴 노멀’일 것이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취업자 수 증가가 많은 기저 효과로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유독 낮아 보이기도 했다. 재정을 풀어 건설업 활황을 일으켜 전후방 산업까지 함께 살리는 박근혜 정부의 방식을 더는 활용하지 않는 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예측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배)“우리 전망이 틀린 건 사실이지만 다른 주요 연구기관들도 다들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연 평균 월 취업자수 증가폭을 한국은행ㆍKDIㆍ한국경제연구원 등은 18만~22만명으로 예측해 17만5,000명으로 전망한 노동연은 오히려 보수적이었다고 배 원장은 강조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올 연말에는 고용 상황이 개선 될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 취업자 수 증가폭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면, 장 실장 판단도 달라져야 한다고 보나.

(성)“답변하기 부적절하다. 장하성 실장에게 직접 물어보라.”

-전년 대비 16.4% 인상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숙박ㆍ음식업과 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8월에만 전년 동월 대비 20만2,000명 감소했다. 정말 최저임금 영향이 없나.

(성)“해당 업종의 일시ㆍ일용직은 과거부터 추세적으로 계속 감소해 왔다. 분석 결과 최저임금 때문에 특별히 더 줄었다고 볼 근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배)“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업종 중 기타 개인 서비스업 등은 오히려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상식적으로 고용주 입장에선 사람을 쓰는 데 부담이 커질 것 같은데 ‘영향이 없다’고만 하니 논란이 커진다.

(성)“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일자리 안정자금 등 보완 대책이 동시에 나가기 때문에 지금 나타나는 결과는 두 가지 효과가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배)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올해 인상과 내년도 10.9% 인상과 맞물려 하반기에 어떤 효과가 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지만 6월 이후로 조금씩 부정적인 효과가 커지고 있다.”

-‘코드 통계’ 논란이 계속 나온다. 청와대가 입맛에 맞는 노동연 통계를 자주 활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배) “어느 정부에서든 상관 없이 꾸준히 주기적으로 통계를 내왔다. 그걸 활용하는 건 정부에서 알아서 하는 거다. 우리가 만든 통계를 활용해 달라 부탁한 것도 아니지 않나.”

-개원 30주년을 맞았다.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은.

(배)“개원 초반에는 고속경제성장의 과실을 나눠 갖도록 하는 노사 관계의 제도화,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노사관계법 제도 등 개선에 앞장섰다. 2000년대 들어서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남용 규제를 막기 위해 비정규직 입법에 적극 참여했다. 앞으로는 저성장 시대, 고령화, 그리고 일ㆍ생활 균형 등 시대 변화에 맞는 고용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을 하고 싶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mailto:highnoon@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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