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원자력연구원, 부적합 방폐물 보관 '깜깜'

구교형 기자 2018. 10.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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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당초 “없다”던 제한치 초과 폐기물 8개 드럼 뒤늦게 들통
ㆍ6월엔 ‘무단 폐기’도…부실관리 반복 “특별점검” 목소리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발생지 예비검사’에서 방폐장 처분 부적합 판정을 받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중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담긴 8개 드럼 중 일부의 모습.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 농도 때문에 각별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방사성폐기물의 자체 보유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연구원은 2015년 8월 경주에 설립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방폐장)’에서 처분이 불가능해 스스로 보관해야 할 ‘부적합 방폐물’은 없었다고 했지만, 국회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 결과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최근 방폐물 무단 폐기를 포함한 잇단 관리 부실에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특별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5년 8월~2018년 9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발생지 예비검사’ 결과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방폐물 드럼 내역 제출을 요청받은 원자력연구원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방폐물 드럼은 없다”고 답했다. 발생지 예비검사란 원자력환경공단이 경북 경주시에 운영 중인 방폐장에서 처분 가능한 폐기물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절차다. 국내에 아직 처분시설이 없는 ‘고준위 폐기물’뿐 아니라 ‘중저준위 폐기물’도 이 검사에서 방사능 농도 측정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향후 별도 시설을 만들 때까지 발생지(연구원)에서 자체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원자력환경공단은 2016년 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성 핵종 ‘Nb-94(나이오븀)’와 ‘Tc-99(테크네튬)’의 농도가 제한치를 초과한 ‘중준위 폐기물’ 드럼(200ℓ들이)을 8개 발견해 부적합 판정을 내린 적 있다고 반박했다. 나이오븀과 테크네튬은 반감기가 각각 2만년과 21만년이나 된다. 이들이 포함된 폐기물의 방사능 농도가 기준치를 넘어선 경우 300년이 지나도 방사선량이 연간 피폭선량(1m㏜)을 초과하기 때문에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보유 현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후 김 의원 의뢰로 지난달 18일 실시된 원안위의 현장검사에서 공단 지적대로 부적합 판정을 받고 보관 중인 연구원의 드럼 8개가 확인됐다. 방폐장 설립 이후 드럼 2600개 상당의 방폐물을 전부 방폐장으로 이송해서 따로 보관 중인 부적합 폐기물은 없다고 밝힌 연구원의 답변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원안위 조사 결과 연구원이 방폐물을 무단 폐기한 사실도 밝혀졌다. 서울시 공릉동 소재 ‘서울연구로’ 해체 과정에서 나온 44t가량 납 벽돌과 용기, 6t가량의 구리전선 등이 없어진 것이다. 대전시 소재 연구원 내 우라늄변환시설 해체 과정에서는 금 부품이 사라지기도 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연구원 스스로 방폐물 관리규정 위반이 의심되는 28건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연구원이 방폐물을 경주 방폐장으로 옮길 때 방사성 핵종과 방사능 농도를 잘못 분석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원자력연구원의 사고 반복을 놓고 일부에서는 ‘전문가의 함정’을 지적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연구원 스스로 ‘최고 원자력 전문가’라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안전 문제에도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판단이 깔린 것 같다”며 “엄밀한 기준과 잣대로 기존의 관리 시스템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연이은 방폐물 관리 부실로 원자력연구원이 자체 조사를 실시하는 와중에 부적합 방폐물의 행방을 모르거나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라며 “원안위는 연구원이 보관 중인 방폐물 전반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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