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20년 가스쇼크 온다..韓 직도입 규제 풀어야"

바르셀로나=박준식 기자 2018. 10. 2. 10:00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3대 가스 컨퍼런스 '가스텍 2018'.."세계 가스시장 판매자 우위로 변화 조짐..중일 등 신재생 교두보로 천연가스 확보 전쟁"
세계 3대 가스 컨퍼런스인 '가스텍 2018'이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전세계 각국의 700여개 에너지기업 주요 관계자 3만명이 참석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스페인 렙솔, 미국 엡손모빌, 영국-네덜란드 로열더치셸, 미국 텔루리안, 카타르 페트롤리엄 등. / = 박준식 기자

세계 3대 오일메이저인 미국 엑손모빌(ExxonMobil). 올해 초 가스 부문 대표이사(President)에 취임한 피터 클라크(Peter Clarke) 사장이 지난 17일 바르셀로나 '가스텍(GASTECH) 2018' 글로벌 리더스 패널 토론에 심중한 모습으로 나섰다.

클라크 사장은 "2020년 초중반부터 세계에선 본격적으로 천연가스 수급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며 "급증하는 천연가스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해 2030년을 전후해 상당기간 생산국들에 유리한 계약이 이루어지는 공급자시장(Seller’s Market)이 펼쳐진다"고 단언했다.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에서 이날 열린 패널 토론의 주제는 '가스산업의 새 에너지 지평에 미치는 과도기적 효과에 대한 검증'이었다. 이날 토론은 요약하면 "가스라는 천연자원이 석탄과 석유 중심에서 태양광 풍력 수소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아주 중요한 다리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가스텍 2018에는 개최지인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6세 (Felipe VI, 사진 가운데 악수하는 키 큰 남자)가 개회식 첫날인 17일에 참석해 행사의 중요성과 열기를 반영했다. / = 박준식 기자

토론에는 클라크 사장 뿐만 아니라 샤드 쉐리다 카타르 페트롤리엄 CEO(최고경영자)와 리 루광 페트로차이나 부사장, 알렉산더 메드베데프 러시아 가즈프롬 부회장, 마르텐 웨셀라 로열더치셀 가스 부문 대표가 함께 했다.

글로벌 대표 에너지 기업들의 수장들은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 체제로 달려가고 있지만 본격적인 전환은 2030~2050년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각국의 규제와 정책, 자연환경 여건에 전환 속도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로 인해 신재생에너지원의 불안정성을 보완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가스가 일조량 풍량 변화의 간헐성 보완…세계는 중국 비상경계령

태양광과 풍력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만큼 일조량과 풍량의 변동 영향을 받는다. 이때에 대비해 상시보완(back up) 전원이 필요한데 원자력과 석탄발전은 신속한 가동 및 출력이 불가능하지만 가스발전은 1시간 이내로 공급이 가능하다.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 등 화석연료의 환경 유해물질 측면에서도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훨씬 청정한 자원이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EIA)은 지난해 국제 에너지 전망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신재생에너지과 가스 발전이 크게 증가해 2040년이면 석탄과 원전을 물리치고 세계 발전량의 과반인 5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전 세계의 에너지 믹스 변화 추이다. 2040년까지 신재생이 연간 2.8%씩 성장하는데 화석계열 연료 중에서 가스 역시 이에 못지않은 연간 2.1%가 예상된 것이다. 원전이 1.5%, 석탄발전이 0.4%씩 증가할 것으로 본 것과 대비된다.

2040년 에너지 믹스는 신재생 31.4%, 천연가스 30.5%, 석탄 25.8%, 원전 10.7%, 석유 1.6%로 예상됐다. 2017년 기준 40.2%를 차지하던 석탄이 줄어드는 만큼을 신재생(23%→31.4%)과 가스(22.2%→25.8%)가 나눠 가질 거란 예상이다.

하지만 이런 세계 전망과 달리 한국은 시대에 역행할 것으로 보인다. EIA는 2040년 한국의 석탄과 원전 비중이 66%에 달해 전 세계 평균(41.2%)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봤다. 문재인 정부가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기로 했지만 남은 계획만으로도 여전히 연평균 증가율이 원전(2.4%) 석탄(0.5%)로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원전 -0.2%, 석탄 -0.8%)를 압도해서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우리보다 환경오염이 심한 중국의 친환경 체제 전환 노력이 엿보인다. 대기오염 문제를 심각히 받아들인 중국은 최근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 국가들과 '일대일로(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 경제벨트 사업)'을 통해 파이프라인 방식(PNG)의 대규모 천연가스 공급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여기에 해상 운송을 통한 LNG 확보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중국은 지난해 LNG 수입량이 3789만톤을 기록해 전년보다 50% 늘면서 우리나라(3651만톤)를 넘어섰다. 올해 중국은 지난해 수입량 1위인 일본(8300만톤)도 넘어설 기세다. 중국이 이렇게 LNG 수입을 늘리는 이유는 구매력을 내세워 물량을 확보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과 격차를 벌려 아시아의 LNG 허브가 되려는 심산이다.

셰일가스 2.0 LNG 시장 바꾼다…韓 수입규제 없애고 세제 지원해야

가스 시장에서 중국의 부상은 2020년부터 중일 가스 에너지 패권 다툼에 따른 '쇼크' 수준의 시장판도 변화를 예감하게 한다. 일본은 중국의 부상을 미리 전망하고 LNG 수입 다변화를 위해 수년 전부터 장기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파나마운하 확장을 통한 미국산 셰일가스의 대대적인 도입이다.

국제에너지전망기구(IEA)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 각국의 발전원 시계열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석탄(맨 위쪽 갈색 그래프) 비중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천연가스(중간 청색 그래프) 비준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을 볼 수 있다.


아시아 국가가 미국산 셰일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중동 및 아시아 수급에 비해 불리한 운송료 절감이다. 일본은 이를 위해 파나마운하 확장 공사비를 직간접으로 지원해 혁신을 이뤄냈다.

두 번째는 미국산 셰일의 가격 경쟁력이다. 세계 셰일가스의 91%를 생산하는 미국은 생산비 혁신을 이뤄내고 있는데 업체들의 손익분기 유가는 2000년대 중후반 배럴당 70~80달러에서 최근 40달러 이하로 낮아졌다. 유가가 최근 꾸준한 상승해 80달러에 육박하면서 '셰일 2.0'으로 불리는 중흥기가 다시 도래한 셈이다.

미국산 셰일의 강점은 구매자 측면에서 중동산 등에 비해 도착지 제한규정(DC)과 의무인수 규정(TOP)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가스 수출국들은 우리나라가 가스를 살 경우 물량이 남아도 재판매를 못하게 했고, 또 일본 등으로부터 여유분을 살 수도 없게 했다.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강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산 셰일은 이런 점에서 훨씬 자유롭다는 게 구매자 측면의 이득이다.

문제는 이런 판도 변화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내부 규제로 꽁꽁 묶여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스수입은 사실상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사실상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발전용과 산업용 등 자가소비용에 한해 수입규제가 일부 풀렸지만 이 역시 까다로운 전제조건 하에서 이뤄져 전체 물량의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중부발전과 GS, 포스코, SK 등 직도입 사업자들은 일단 천연가스 인입 열량 기준부터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가 마련한 이 규제는 과거 중동산 등이 주류일 때 마련된 것으로 고열량 가스 수입을 위한 지침이지만 결과적으로 가스공사만을 위한 진입 장벽성 규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다소 저열량이지만 아직까지 구매자 우위인 현재 가스 시장에서 에너지 안보를 지켜내려면 민간 사업자들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중동 호주산 등을 벗어나 값이 싼 미국산 셰일가스나 러시아산 PNG를 각계에서 도입하려면 이 규제가 풀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인입 기준이 2%이고, 미국은 7%, 가스시장 허브인 싱가포르는 18%에 달하는데 한국은 1% 수준으로 사실상 민간의 시장참여와 가스선 다변화 가능성을 정부가 막고 있다"며 "현물시장에서 민간이 시세의 80% 값에 장기공급선을 마련할 수 있고, 열량 측면에서는 가스를 들여온 후에 후처리로 기준을 맞출 수 있는데 철 지난 규제가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외에 세제개편도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석탄(유연탄) 발전의 환경피해 비용이 LNG 발전에 비해 황산화물은 50배, 질소산화물은 3.6배, 초미세먼지는 2.5배, 이산화탄소는 2.3배 높은데도 비슷한 수준의 세금 부담을 지우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7월 말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발전용 석탄의 개별소비세를 kg당 36원에서 46원으로 인상하고, LNG는 60원에서 12원으로 인하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믹스를 개선하려면 저공해 자원에 대한 세제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파 포듀발 블랙앤비치 전무는 19일 가스텍 2018 둘째날 컨퍼런스에서 "중장기적으로 천연가스가 가격적 측면에서 석유를, 편의성과 환경오염물질 저감 측면에서 석탄의 효용을 대체할 것"이라며 "발전∙난방∙운송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점이 천연가스의 부흥을 지속할 비결"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자기야, 얼른 씻어"…아내에게 온 낯선 남자의 메시지"외도로 낳은 딸과 살고 싶은데, 이혼할 수 있을까요?"남의 땅에 조상묘, 20년 지나면 내땅?…분묘기지권 논란"어떤 놈이 신고했어"…범죄자에 신고자 전화번호 알려준 경찰'음주사고' 황민 구속영장 신청…경찰 "도주 우려"

바르셀로나=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