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설사 27곳 '아파트 선분양' 못한다

2018. 10. 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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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시공사 등 벌점 대상 16곳, 영업정지 11곳 제재 확정
- 소급적용 논란에 벌점 50% 낮춰…원래는 127개 건설사 해당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어휴,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진짜 큰일 나는 줄 알았다니까요.”

지난 9월 초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만난 국내 건설사의 한 대관 담당 A임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지난 2년(최근 4개 반기) 동안 있었던 공공 공사 벌점 내역을 공개하며 누적 벌점이 일정 수준 이상인 건설사에 대해 향후 2년간 선분양 및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제한하기로 했었는데, 다행히 제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A임원이 다니는 건설사의 경우 당초 누적 벌점 기준대로라면 제한 기준에 걸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처음 시행되는 제도라는 점과 규제 사항 발표 이전의 벌점 누적이라는 점이 참작된 부칙 특례로 ‘50% 경감’ 적용을 받아 제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A임원은 “주택 사업과 공공 물량 수주가 대부분인 우리 건설사에 선분양 및 기금 지원 제한은 앞으로 2년 동안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며 “만약 제재를 받게 된다면, 대관 담당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써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 주택도시기금 지원도 못 받아

지난 9월 1일 국내 건설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공공 공사 벌점 내역이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을 통해 공개됐다. 이를 통해 선분양 및 주택도시기금 지원 제한 대상에 포함되는 누적 벌점 2.0 이상인 건설사 16곳이 드러났다.
이들 건설사들은 현재 영업정지를 받은 11개 건설사들과 함께 지난 6월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라 9월 14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 분부터 향후 2년간 선분양 및 기금 지원에 제한을 받게 된다.

당초 입법 예고를 통해 규제 적용 기준을 벌점 1.0 이상으로 정했는데 개정안 시행 2년 전에 벌어진 부실시공으로 현재의 주택 사업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업계의 목소리가 일면서 한시적 부칙 특례를 마련해 50%를 경감했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인 1.0 이상 누적 벌점 건설사 127곳 중 111곳이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곳이 서해종합건설이다. 이 업체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100대 건설사 중에 유일하게 누적 벌점이 1.0을 넘는 1.42를 기록하고 있지만 다행히 2.0을 넘지 않아 이번 제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권호정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사무관은 “누적 벌점 1.0을 기준으로 정한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개정안 적용 이전 벌점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건설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 이번에 한해 부칙 특례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외됐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벌점은 원칙적으로 2년간 유효하고 누계 평균 벌점이 6개월마다 업데이트된다는 점을 고려해 제재 수준도 6개월 단위로 변경된다. 지금까지는 50% 경감 조치가 소급 적용되지만, 현시점부터 받는 벌점은 그대로 100% 적용된다.

또 이를 토대로 내년 3월 1일 제재 대상을 업데이트할 때 적용되는 기준은 누적 벌점 1.0이다. 이 때문에 현재 누적 벌점 1.0을 넘긴 111곳은 내년 3월까지 새로 벌점을 부과 받을 경우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중대형 건설사 중에는 부영건설도 위험한 상황이다. 현재 부영건설은 누적 벌점 0.99를 기록하고 있다.

권 사무관은 “이번에 처음 시행되는 개정안이라 특례를 적용했지만, 부실시공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며 “지난 9월 1일 발표된 벌점을 기점으로 앞으로는 누적 벌점이 100% 적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은 건설공사 벌점 제도를 활용해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정부가 오는 2023년까지로 잡고 있는 후분양제 정착을 위한 포석의 성격도 갖고 있다.

건설공사 벌점 제도란 건설 현장의 경미한 부실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건설 관련 법령에 의해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과실 외에 경미한 부실공사와 부실 용역에 대해서도 해당 업체와 관련 기술자에게 벌점을 부과하는 것이다.

국토부(지방국토관리청 포함)와 산하 공공기관·발주청 등이 직접 발주한 50억원 이상 토목·건축(바닥 면적 합계 1만㎡ 이상) 공사를 시공하거나 1억5000만원 이상의 건설기술 용역을 진행한 건설사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해 문제가 있을 경우 벌점을 부과한다.

주요 점검 대상은 △토공사 부실, 콘크리트 균열이나 재료 분리 발생 △철근의 배근·조립 및 강구조의 조립·용접·시공 상태 불량 △배수 상태와 방수 불량 △시공 상세도면 소홀 △가설시설물 설치 상태 불량 △현장 안전관리 대책 소홀 등이다.



◆ 시스템 못 갖춘 중소형 건설사 ‘비상’

그동안에도 일정 점수 이상 벌점이 누적된 건설사는 공공발주 건설공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에서 감점을 받거나 입찰참가자격에 제한을 둬 왔지만,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제재가 대폭 강화됐다.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주체나 시공자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거나 최근 2년 내 1.0 이상의 누적 벌점을 받은 경우 선분양 및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제한한다.

선분양 제한은 공통적으로 적용되며 영업정지 6개월 이상 처분을 받은 건설사의 경우 영업정지 처분 때부터 처분 종료 후 2년간 새로 출자나 융자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6개월 미만~3개월 이상은 1년간, 3개월 미만~1개월 초과는 6개월간 신규 출·융자를 받지 못한다.

벌점에 따른 신규 출·융자 제한은 10점 이상, 10점 미만~5점 이상, 5점 미만~3점 이상, 3점 미만~1점 이상, 1점 미만 등의 구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이뤄진다. 벌점 1점 이상은 벌점 공개일부터 점당 1개월간 기존에 약정이 완료된 융자금에 대한 추가 융자를 받지 못한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는 벌점 관리를 잘하기도 하고 자금 여력도 있어 큰 문제는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견·중소 건설사는 대부분이 사업을 진행할 때 기금 지원을 받아 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제재 기간 동안 주택 사업을 추진하기가 매우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실제로 이번에 1.0 이상의 누적 벌점을 가지고 있는 127곳의 건설사 대부분이 중견·중소 건설사다.

중견 건설 업체의 한 임원은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강력한 규제책을 펼치는 것은 지지하지만,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안 갖춰진 중견·중소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일단 최대한 시공에 공을 들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2호(2018.10.01 ~ 2018.10.0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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