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DJ도 '평양 특수' 오래 못가..치솟은 文지지율 운명은

하준호 2018. 10.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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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달 18~20일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답변은 61%(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로 조사됐다.

각종 경제 지표 악화와 집값 상승 등의 여파로 49%를 기록했던 9월 첫 주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정 답변도 42%에서 30%로 똑같이 12%포인트 하락했다.

여론조사 업체인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3%를 기록했다. 2주 동안 12.2%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리얼미터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외교가 이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역대 다섯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은 모두 대통령 지지율에 호재로 작용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14일 밤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간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 뒤엔 10% 안팎 지지율 급등
한국갤럽에 따르면 2000년 6월 첫 남북 정상회담을 한 김대중 대통령(DJ)의 경우, 같은 해 2월 48.5%였던 지지율이 회담 이후인 같은 해 8월에 54.4%로 올랐다. 분기별 지지율 역시 2000년 2분기 38%에서 같은 해 3분기 54%로 16%포인트 상승했다.

2007년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도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노 대통령이 방북 길에 오른 10월 2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30.7%였다. 같은 해 7월 ‘신정아 사건’으로 20% 아래까지 곤두박질쳤던 것을 고려하면 급격한 반등이었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도 문 대통령은 ‘판문점 효과’를 누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회담(지난 4월 27일) 직전 문 대통령 지지율은 70%였는데, 회담 이후인 5월 첫째 주에는 83%를 찍었다. 취임 초 역대 대통령 최고치(84%)를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비공개로 열린 판문각 남북 정상회담(5월 26일) 이후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75%(5월 5주)에서 79%(6월 2주)로 소폭 상승했다.

남북 평화 이슈가 대통령 지지율과 항상 정비례 함수로 작동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 임기 말에는 레임덕 현상과 겹치면서 남북 평화 이슈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7년 10월 2일 평양 4·25 문화회관 광장에 도착한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 1991년 12월 남북 총리가 상호 체제 인정과 화해·불가침 등을 약속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끌어냈다. 그러나 한국갤럽 조사에서 91년 10월 15.2%였던 노 대통령 지지율은 92년 6월 11.9%로 하락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이 임기 말에 성사되면서 분기별 종합 지지율이 2007년 3분기에서 4분기로 넘어가는 동안 27%로 유지됐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로 지지율이 단기간 반짝 상승했지만,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휘발성 높은 ‘감정지지율’, 급락할 수도”
여권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오른 대통령 지지율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진 결과여서 실제 북한의 비핵화 진전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 지지율이 회복 불능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0년 총선이 문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면서 일종의 ‘중간평가’ 성격이 된 상황이라 여권에서는 지지율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북한 이슈로 상승한 지지율은 ‘감정 지지율’로 휘발성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나 경제 여건 등 다른 변수가 함께 좋아지지 않으면 금방 소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2000년 4분기에는 다시 30%대의 지지율로 돌아와 임기 말까지 반등하지 못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DJ는 외환 위기라는 큰 산을 넘은 다음에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 반대이기 때문에 일자리와 부동산 등 경제 이슈가 지지율에 타격을 주기 더 쉬운 상황”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으로 끌어올린 지지율과 국정 운영 동력을 이어나가려면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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