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방부, 국군의 날 시가행진 의무화 훈령 삭제 추진 왜
국방부가 향후 국군의 날 행사에서 열병, 시가행진 등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기존 국군의 날 훈령을 개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현재 5년 주기로 규정된 대규모 국군의 날 행사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새 훈령을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1일 국군의 날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재 훈령이 “융통성 있는 행사개념 적용을 제한한다”며 “안보정세 등 다양한 상황 변수를 고려해 행사 전반에 대한 탄력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내부 입장을 정했다.
국방부가 문제를 삼은 현재 훈령은 국방부 훈령 부대 제2088호 부대관리 훈령에 담겨 있는 국군의 날 행사 규정 제313조(대규모 행사)와 제314조(소규모 행사)다.
이에 국방부는 서울공항 등으로 규정된 행사 장소 항목에 변경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추가하고, 시가행진 등을 담은 부칙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또 5년 주기로 열기로 돼있는 대규모 행사는 대통령 취임 첫해 ‘대통령 주관 행사’로 명칭이 변경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열리는 대규모 열병식과 시가행진이 적절한지 문제인식을 갖고 기존 훈령 검토에 들어갔다”며 “그 결과 특히 시가행진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투입되고 있어 향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설명했다. 제314조에는 소규모 행사를 계룡대 이외 다른 장소에서 치를 수 있다고 규정할 방침이다.
실제 국방부는 내부 논의에서 “급변하는 안보환경을 감안해 대북 억제력 과시를 위한 무력 시위성 행사를 지양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사를 시행한다”고 훈령 개정 이유를 들었다. 또 지난해와 올해 자체 훈령을 어긴 사실이 부담스런 눈치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의 자체 훈령을 어길 경우 형사처벌을 받진 않지만 나중에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국방부가 훈령을 개정하려는 것은 이런 이유와 상관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013년 건군 65주년 국군의 날 행사단장을 지낸 권태오 전 수도군단장은 “시가행진은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시가행진에 대해 “전방의 실전 병력과 장비를 3개월 동안 대규모 행사에 동원하는 건 전투력 측면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이라며 “훈령에도 변화된 시대상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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