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독감백신 불법으로 싸게 산뒤 되판 중앙의료원 직원들

이에스더 2018. 10.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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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가 4만원 백신 1만5000원에 사들여 불법 투약
영업사원 수술 참여, 마약류 사고 등 의혹 잇따라
"NMC, 공공의료 핵심 역할 담당할 자격과 능력되나"
[중앙포토]
국립중앙의료원(NMC) 직원 100여명이 독감 백신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동 구매한 뒤 재판매하거나, 지인 등에게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반인의 의약품 거래와 투약은 약사법ㆍ의료법 등을 위반한 불법 행위다.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NMC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NMC 내부 감사 보고서를 2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NMC 건강증진예방센터 소속 직원 A씨는 지난달 초 같은 센터 직원 102명과 독감 백신(SK케미칼 스카이셀플루 4가) 550개를 개당 1만5000원에 공동 구매했다. 이 백신은 일반 병ㆍ의원에선 4만원대에 맞을 수 있다. A씨 등 103명은 지난 7일 주문한 백신을 NMC로 배달받아 나눠가졌다. 연루된 직원 103명 중 23명은 백신을 외부로 가지고 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독감 백신을 주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불법 행위가 상습적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NMC 직원들은 지난해 약 200개, 2016년 50~70개 가량의 독감 백신을 불법 공동 구매해왔다.
국립중앙의료원

NMC 건강증진예방센터장 B씨는 지난 18일 주동자 A씨가 배달받은 백신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이 사실을 진료부원장과 의료원장에게 보고했다. NMC 측은 그 직후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건강증진예방센터의 한 직원은 감사에서 “지난해에도 직원들의 백신 불법 구매 사실을 알았지만 소량이라 묵인했다. 가족들에게 접종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번에는 백신량이 많아 불법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뒤늦게 백신 회수 작업에 들어갔지만 550개 중 126개는 이미 접종 완료 돼 회수하지 못했다.
NMC직원들이 불법 공동구매한 것으로 확인된 SK 케미컬의 독감 백신 [중앙포토]

NMC는 내부 감사 결과 직원들이 ▶독감백신 불법 거래 및 유통(약사법 44조, 47조 위반) ▶불법 투약(약사법 23조, 의료법 18조) ▶무면허 의료행위(의료법 27조) ▶의료기관 외에서의 의료행위(의료법 33조) 등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심각한 불법행위가 확인됐음에도 의료원 측은 이러한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또 불법구매를 주도한 직원 A씨와 불법 투약한 직원 23명만을 징계하기로 결정해, 약품 반납자 79명은 주의ㆍ경고 등 처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의료원 관계자는 “독감 백신을 불법으로 판매한 사람에 대해서는 지난달 28일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직원들에 대해서도 고발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연루된 사람의 숫자 등을 미뤄보면 과거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관행처럼 이뤄져온 것으로 보인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 부탁을 받아 ‘나도 사줘라’하는 식으로 불법이 자행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영업사원 수술 참여, 마약류 관리 부실 의혹도
최근 NMC는 여러차례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달 12일 NMC 신경외과 전문의가 진행한 척추 수술에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이 참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의료 전문지 ‘청년의사’는 NMC 내부 제보자를 인용해 이 영업사원이 수술 보조 수준을 넘어 봉합 등 의료행위를 했고 이러한 불법 행위가 수년간 이어져왔다고 1일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응급실 간호사 A씨가 차량에 마약류 의약품을 자체 보관하다가 뒤늦게 자진 신고하는 사고가 있었다. 법적으로 마약류 분실 등 사고 상황이 확인되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NMC 측은 3개월 가까이 이를 묵인하다가 뒤늦게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4월에는 또다른 응급실 간호사가 화장실에서 약물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의약품 관리 미비까지 도마에 올랐다.

NMC는 정부가 1일 발표한 공공의료강화 종합대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2022년 3월 개교하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의 교육 병원과 필수의료 국가 중앙센터로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김순례 의원은 “ NMC에서 황당한 도덕적 해이가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국가의 공공의료 정책을 주도할 자격과 능력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 직원의 강력한 처벌은 물론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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