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구원투수' 김병준, 전원책에게 왜 칼자루 내줬나?

박정양 기자 2018. 10.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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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세 약한 김병준 대리인 내세워 '물갈이'시도
자신의 손에 피 묻히지 않으려는 속내 분석도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지목된 전원책 변호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잇따른 선거 참패로 사실상 궤멸수준이던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에게 당의 인적쇄신 칼자루를 넘기려고 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당 쇄신을 위해선 인적청산이 핵심인데 김 위원장은 자신에게 부여된 이 권한을 또 다른 외부인사에게 맡기려고 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는 속내가 담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당 비대위는 지난 1일 전국 253명의 당협위원장 전원을 사퇴시키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가동해 본격적인 물갈이 작업에 돌입했다. 조강특위는 당협위원장을 심사한다. 오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물갈이의 신호탄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 조강특위 위원으로 최근 외부인사인 전 변호사를 영입에 성공했다. 김 위원장은 조강특위 위원으로 당에 참여하는 전 변호사에게 당의 인적쇄신을 위한 유례없는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조강특위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라고 언급한뒤 "결국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법은 누가 봐도 신뢰할 수 있고, 객관적이라고 생각되는 분이 와서 전례없는 권한을 부여하는 게 공정성 시비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변호사 영입에 대해 "본인도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하고 포기해야 하는 만큼 참여하게 되면 전례없는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 변호사는 외부위원 3명의 인사권과 실질적 결정권 등을 갖고 조강특위를 이끌게 된다. 조강특위는 당연직인 김용태 사무총장과 김석기 전략기획부총장, 김성원 조직부총장 외에 전 변호사가 추천하는 외부인사 3명이 참석해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지난달 중앙윤리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영종 전 검사와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임명된 황윤원 중앙대 교수가 전 변호사와 함께 인적청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8.10.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전 변호사는 각종 인터뷰를 통해 인적청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전 변호사는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욕을 먹더라도 칼자루가 있으니 할 일은 할 것이다", "온실 속 화초, 영혼 없는 모범생, 열정 없는 책상물림만 가득했던 한국당의 인재선발 기준을 송두리째 바꾸겠다"며 인적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스펙트럼을 넓게 보면 범자유주의 정당으로, 좁게 보면 보수정당으로서 국민적 지지를 받는 대안정당으로 다시 구성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아주 쉬운 일이 아니고 말로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인적쇄신의 칼날이 1차적으로 친박계와 홍준표계를 겨냥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전 변호사를 영입해 인적청산을 시도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관측들이 나온다.

당내 세(勢)가 약한 김 위원장이 당내 반발을 감안해 정면 대결을 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당내 뿌리가 약한 김 위원장 본인이 직접 나설 경우 당내 반발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전 변호사를 통해 물갈이를 하려는 것"이라며 "전 변호사를 데려와 뭔가를 바꾸려고 했다는 노력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으로 지금 상황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큰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큰 꿈을 꾸고 있는 김 위원장이 당내 의원들과 직접적으로 척을 지지 않으려는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 선거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런 물갈이의 한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리스크에 대한 책임 분산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대권욕이 있다고 주장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전날 KBS TV에 출연해 "이제 와서 단물 다 빨아먹고 자기 손에는 물도 안 묻히겠다는 거 아니냐"고 김 위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이이제이(以夷制夷)다. 오랑캐의 칼로 오랑캐를 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정치 관련 학살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며 전 변호사에게 조강특위 위원 고사를 주문하기도 했다.

내년 2월쯤 마무리될 비대위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이 의도하고 있는 인적쇄신이 전 변호사를 통해 얼마만큼 실현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pj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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