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에 맞췄다고?" 엄마들이 유은혜 임명 강행 반대하는 두 가지 이유

천금주 기자 2018. 10. 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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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자 청와대 국민청원엔 항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기혼 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맘카페’에서도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위장전입과 방과 후 영어 금지 정책 등을 이유로 유 부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요청한 인사청문 보고서 재송부 기간이 끝나자마자 유 후보자를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유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업무에서 아주 유능하시다는 걸 보여줘 인사청문회 때 제기됐던 여러 가지 염려들이 기우였다는 것을 잘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임명 강행 배경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비춰 결정적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교육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한시적 장관’ 이라는 지적에 대해 “과제 해결에 중요한 건 시간의 길고 짧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위장전입 등 의혹을 충분히 소명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야당 뿐 아니라 온라인 곳곳에선 반대 여론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물론 기혼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맘카페’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비판 여론은 사회부총리라는 직함보다 교육부장관에 쏠린다.

학부모들이 유은혜 신임 장관을 교육부 수장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딸의 위장전입이다. 1997년 딸의 덕수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을 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둘째 출산을 앞두고 엄마로서 아이를 세심하게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딸이 처음으로 시작하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친구들과 같은 초등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나 명문학군으로의 진학이 목적이 아니라고 해명했었다.

당시 유 신임 장관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거주했지만 주소지를 성공회 소속 신부의 집으로 옮겨 덕수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덕수유치원에 다녔던 딸의 교우관계를 위해서 서대문구에서 중구로 위장전입했다는 설명이다. 위장전입을 도운 성공회 신부는 유 장관에 대해 특혜가 아니라고 반박하며 당시 덕수초등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이 없어 정원이 미달 될 정도로 학생들이 부족했었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덕수초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전년보다 10명이나 증가할 정도로 인원이 많았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고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연보에도 1997년 덕수초 신입생이 전년보다 10명이나 증가한 86명으로 기록돼 있었다. 신부의 설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맘카페에선 명문학군 때문에 위장전입한 게 아니라는 유 장관의 해명이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당시 유 장관은 “민주화운동과 정치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경제적 여건과 보육‧교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일과 가정을 함께 꾸리면서 이사를 반복했다”는 해명했었지만 이마저도 비난거리가 됐다.

덕수초는 강남이 아닌 강북에 위치했지만 서울에서 손꼽히는 ‘명문’ 공립초등학교다. 특히 서대문구에서 중구까지 가깝지 않은 거리를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등‧하교를 했다는 건 경제적으로 어렵고 바쁜 워킹맘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유 장관의 이런 해명은 핑계에 불과하며 엄마들을 기만한 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두 번째 논란은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다. 과거 유 장관은 “경제력 차이로 말미암은 교육 양극화가 심해져 이를 없애자는 것이 기본적인 정책의 목표”라며 “정책 방향이나 취지가 전혀 부각되지 않은 채 방과 후 수업을 금지한다는 내용만 나오니 학부모는 불안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영어 교육은 부모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측면이 더 크다”고 한 유 장관은 “영어교육 자체가 과거보다 덜 중요해 질 것이며 수학능력시험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돼 중요성이 희석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교육비는 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중 초등학생은 24만1000원에서 25만3000원으로 1만2000원, 약 4.8%가 늘었다. 영어 방과 후 수업 금지가 올해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맘카페에서도 학교에서 영어 방과 후 수업을 금지하면서 영어 학원을 보내야 했다는 의견과 교육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1년 간 유예한 유치원 방과 후 영어 금지까지 시행한다면 유 장관에 대한 반대 여론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 교과 과정에 영어가 포함된 상황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한다는 이유로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한다면 공교육 정상화는 오히려 후퇴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 장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앞당겨 내년부터 실현해 고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대여론을 잠재우긴 역부족인 상황이다. 온라인 곳곳에선 “청문회는 왜 했냐” “고교 무상교육도 좋지만 방과 후 영어 금지 먼저 해결하라” “유치원까지 금지시키면 교육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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