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출 뺀 경기지표 추락해도..정부는 10개월째 "회복세"

하남현 2018. 10. 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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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선행지수 1년 넘게 동반 내리막
수출 제외한 거믜 모든 경기 지표 부진
그럼에도 정부는 "경기 회복세 유지"
전문가들은, "경기 하강세 뚜렷"

현재와 미래의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1년 넘게 동반 내리막을 걷고 있다. 당장의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은데 앞으로의 경기 사정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경기 회복세’라는 공식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기도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뉴스1
3일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의 실물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모두 장기간 내림세를 걷고 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5월 100.7을 고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올 8월 98.9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8월(98.8) 이후 최저다. 1년 3개월 동안 정체하거나 떨어졌을 뿐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최근 내림 폭은 더 가파르다. 이 지수는 올 5월 99.6에서 6월 99.4, 7월 99.1, 8월 98.9를 기록하는 등 5개월 연속 하락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광공업생산지수, 소매판매, 수입액 등 7개 지표를 종합해 산출한 동행종합지수에서 추세 변동분을 제거한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현재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99.8) 이후 9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흐름도 비슷하다. 지난해 7월 101.2를 정점으로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 8월까지 1년 1개월간 반등 없이 내리막을 타 올 8월 99.4에 머물렀다. 특이 7월보다 8월에 0.4포인트 낮아졌는데, 2016년 2월(0.4포인트 하락)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소비자기대지수 등 경기순환에 앞서 나타나는 8개 지표를 반영한 선행종합지수에 추세변동분을 제거한 지표다. 가까운 장래의 경기 상황을 예측한다. 수출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경기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성장의 발판이 될 투자마저 줄며 향후 경기 전망마저 암울한 셈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낙관적 전망을 견지하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경기동행지수가 5개월째 하락 흐름을 보인 것은 분명 안 좋은 모습”이라면서도 “경기 국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 등 다른 지표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적 경기 판단이 담기는 그린북(경제동향)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9월까지 10개월 연속으로 ‘회복 흐름’ 또는 ‘회복세’라는 표현이 담겼다.

전문가의 판단은 다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체적인 투자 여건을 비롯한 경기 상황이 지속적으로 하강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특히 전ㆍ후방 연관이 큰 자동차 산업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경기가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표와 엇나가는 낙관적 전망을 버리고 경제 정책의 궤도를 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정책이 성장 동력은 떨어뜨리고 오히려 취약 계층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 정부와 여권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이라며 “민간 투자 유도를 중점에 두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의 궤도를 완전히 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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