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소행성으로 가는 이유는..지구 방어와 자원 확보까지
지구 떠난지 3년 반, 32억km 긴 여정
지름 1km 소행성 충돌 땐 지구 멸망
소행성 천연자원은 우주탐사 에너지
지난달 22일 지구와 화성 사이, 지구에서 2억8000만㎞ 떨어진 우주공간의 소행성 류구(龍宮)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지상 탐사로봇 미네르바Ⅱ 1A, 1B 로버를 성공적으로 내려놓은 것이다. 하야부사와 로버가 찍은 소행성 류구 표면의 사진과 동영상은 지구로 생생하게 전송됐다.
JAXA의 소행성 탐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에도 하야부사1이 지구를 떠나 20억km를 비행한 후, 수차례의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소행성 이토카와에 착륙해 시료를 채취하고 2010년 지구로 돌아왔다. 달이 아닌 다른 천체의 물질을 가져온 세계 최초의 기록이었다.
우선 ‘지구 보호’부터 풀어보자. 사실 태양계 내 소행성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은 화성과 목성 사이다. 100만 개가 넘는 소행성들이 무리를 이뤄 궤도를 돌고 있다. 이른바 ‘소행성대’로 불리는 곳이다. 또 한 곳, 지구 주위에서도 최근까지 약 1만900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소행성들이 발견됐다. 이들은 지구 가까이 있다고 해서‘근(近)지구천체’라고도 불린다.
근지구 소행성의 고향은 바로 화성~목성 사이의 소행성대다. 소행성대를 돌던 이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궤도를 이탈해 지구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이중 극히 일부는 지구상에 떨어져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65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존재도 지구와 충돌한 소행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조중현 한국천문연구원 위험감시센터장은 “지름 1㎞ 이상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멸종할 수 있고,
100 m급이라 하더라도 한 나라가 사라질 정도”라며 “이 때문에 미국 등 우주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구 위협 소행성을 로켓으로 밀어내거나 핵폭탄으로 파괴하는 등의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만큼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미국도 소행성 탐사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국가다. 소행성에서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돌아온 것은 일본이 최초이지만, 탐사선의 소행성 착륙은 미국이 먼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96년 2월 소행성 탐사선 니어 슈메이커를 쏘아올렸으며, 5년 뒤인 2001년 2월 근지구소행성 중 하나인 에로스에 착륙시켰다. 인류의 우주탐사선이 소행성에 착륙한 최초의 기록이다. 에로스는 최대 직경 34.2㎞로, 근지구 소행성 중 둘째로 크다. NASA는 2016년 9월 소행성 탐사선 오시릭스-렉스도 쏘아 올렸다. 이 탐사선 역시 근지구소행성 중 하나인 지름 500 m의 베누에 직접 착륙해 약 2㎏의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베누는 앞으로 1세기가 더 지난 뒤인 2135년엔 달과 지구 사이를 지나갈 것으로 계산돼,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근지구천체이기도 하다.
한국도 ‘선언’뿐이긴 하지만 소행성 탐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2월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을 세웠다. 여기에는 달탐사 일정 뿐 아니라, 2035년을 목표로 소행성에서 암석을 채취해 오는 ‘소행성 귀환선’계획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소행성 탐사를 위한 인력과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2015년 소행성 관측과 이론 연구에 본격 착수했으며, 미래 소행성 탐사를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정도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구의 우주자원 채굴기업들은 2020년대 중반이면 지구 아닌 다른 천체의 자원추출 실험이 가능하고 2040년경이면 산업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과거 대향해시대가 시작될 때 앞선 나라들이 미지의 바다를 넘어 신대륙을 향해 도전에 나섰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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