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원전 한빛4호기 가동 전부터 격납건물 '공극' 있었다

2018. 10. 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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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타설 부실공사 원인
철판 부풀어 뜯어보니 콘크리트 빈공간
깊이 60cm쯤에 매설된 쇠줄통 보일 정도
"작은 아이가 들어갈만한 크기였다"

1994년에 보수하고 2년 뒤 상업운전
최근 같은 격납건물서 공극 잇따라
한수원 "위치·크기 다른 공극들"

[한겨레]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자료사진

전남 영광의 원자력발전소 한빛4호기를 건설중이던 1994년 격납건물 콘크리트 벽에서 콘크리트 타설 부실공사로 대형 공극(빈 공간)이 발견돼 보수 공사를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발견된 공극은 콘크리트 되채움 작업 등의 보수공사를 거쳤지만, 최근 들어 해당 격납건물에서 깊이 6∼38㎝짜리 또다른 공극들이 다시금 줄지어 발견되고 있다. 원전 가동 전 시공 막바지 단계에서 이미 부실공사 문제를 확인하고도 부분적인 보수에 그쳐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종훈 의원(민중당)이 공개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의 1994년 6월24일 자 ‘영광(한빛) 4호기 원자로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CLP) 변형’ 기술검토의견서를 보면, 한창 시공 중이었던 그해 2월 두께 1.2m짜리 콘크리트 벽 안쪽에 둘러쳐진 두께 6mm 철판에서 배불림 현상이 발견됐다. 변형된 철판 부위는 가로 5.5m, 세로 4.8m로 상당히 컸다. 이에 기술원과 사업자(문서엔 한국전력으로 적힘. 현재는 분사돼 한국수력원자력)가 철판을 뜯어내고 벽 안쪽을 살펴보니, 대형 공극과 기계 윤활유 ’그리스’가 발견됐다.

원전 격납고 콘크리트벽 한가운데(주로 깊이 50∼60cm 부위)에는 시스관이라는 철강재 원통이 수평과 수직으로 여럿 매설되고, 그 안에는 쇠줄이 들어가 격납건물을 단단히 잡아주는 기능을 한다. 이 쇠줄을 시스관에 넣을 때 쓰인 다량의 그리스가 충진압력 때문에 시스관을 빠져나왔고, 부실공사로 생긴 공극을 만나 벽면까지 흘러 철판을 밀어냈던 것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철판을 뜯어서 확인한 공극은 작은 어린 아이가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고 한다. 실제로 기술원 보고서에도 “텐돈 덕트(시스관)의 그리스 누출 부위가 육안으로 직접 확인됐다”고 적혀 있다. 발견된 공극의 깊이가 텐돈이 매설되는 위치인 깊이 50∼60cm에 이르렀단 얘기다. 안전기술원은 석달간의 원인조사와 콘크리트 되채움 등 보수공사를 마친 뒤 해당 보고서에서 ‘콘크리트 타설불량’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국내에 발생한 사례가 없는 기술적 중요사안”이라는 표현도 썼다. 한빛4호기는 1996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한빛4호기의 쌍둥이 원전인 한빛3호기에서도 공극이 무더기로 발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빛 3호기 시공 마지막 단계에서 작성된 1994년 원자력안전기술원 ‘사용전 검사 보고서’에도 콘크리트 공극과 관련된 대목이 곳곳에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보고서에는 “일정규모 이상의 콘크리트 Void(공극)로 추정되는 위치가 다수 확인됐다”는 검사자의 지적을 담은 ‘검사지적사항표’가 포함돼 있다. 이에 한수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은 공극에도 불구하고 구조물이 충분히 튼튼한지 자체 계산식에 따른 ‘건전성 검사’를 실시했으며, 검사 결과 건전성이 충분히 확인됐다고 보고 마무리했다. 1994년 한빛4호기에서 발견된 공극과 최근 발견되고 있는 공극이 생긴 근본적 원인은 같다. 콘크리트 타설공사가 불량하게 이루어진 게 원인이다. 당시 타설을 맡은 시공사는 현대건설이었다.

이에 대해 한수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은 “1994년 발견된 공극과 최근 발견된 공극의 위치가 다르다”며 “1994년 공극 문제가 대두했을 때 지금 발견되고 있는 공극들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공 때 발견된 공극은 격납건물로 사람이 들어가기 위해 높이 43m 지점에 설치된 지름 2m가량의 대형 원통형 통로 ‘퍼스널 에어락’(인원 출입구) 아래에 콘크리트 다짐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했고, 최근 발견중인 공극은 철판벽에 수평으로 설치된 길이 7.5∼20㎝의 매설판 보강재 아래에서 같은 이유로 발생했다. 퍼스널 에어락과 달리 매설판 보강재 등은 작은 설치물이라 콘크리트가 제대로 채워질 것으로 보고 당시엔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앞으로 한빛 3·4호기격납건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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