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돈빼돌려 빈곤층 도운 伊 은행 지점장, 징역 모면

7년 간 약 13억원 빼돌렸지만 자신 위해선 한푼도 착복 안해
국민들 "현대판 로빈후드" 영웅시..언론도 연대감 표시
"예금 보호 못지 않게 도움 필요한 빈곤층 돕는 것도 은행의 중요한 책무"

【서울=뉴시스】부호들의 계좌에서 몰래 돈을 빼돌려 대출을 받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현대판 로빈 후드로 칭송받은 이탈리아의 한 작은 마을 은행 지점장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아 징역행을 면제받았다. 길베르토 바시에라는 7년 간 100만 유로(약 13억원) 가까운 돈을 빈민들의 계좌에 몰래 입금시켰다. <사진 출처 : ADN크로노스닷컴> 2018.10.5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지난 7년 간 부호들의 계좌에서 약 100만 유로(약 13억원)의 예금을 빼돌려 신용이 없어 대출을 받기 힘든 가난한 사람들의 계좌에 몰래 입금시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이탈리아의 한 은행 지점장이 징역형을 면제받았다고 영국 BBC 방송이 4일 보도했다.

인구 1000명이 조금 넘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포르니 디 소프라에 있는 은행 지점장 길베르토 바시에라라는 이러한 범행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아 교도소행을 모면했다.

바시에라가 거액의 돈을 빼돌린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단 한푼도 착복하지 않은데다 그가 지금까지 아무 범죄도 저지른 적이 없다는 점도 집행유예형 선고에 도움이 됐다.

바시엘라가 처음 부호들의 돈을 빼돌리기 시작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9년. 그는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러 온 한 사람이 신용이 부족해 대출을 받을 자격이 안 되자 부자들의 계좌에서 조금씩 돈을 빼돌려 이 사람의 계좌에 입금시켜줌으로써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만들어주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은 바시에라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나중에 바시에라가 자신의 계좌에 몰래 입금시킨 돈을 모두 갚았다. 바시에라는 이러한 방법으로 7년 간 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 많은 사람들이 바시에라가 자신의 계좌에 입금시킨 돈을 갚았지만 일부는 그러지 않았다.

빼돌린 돈이 100만 유로에 육박하면서 바시에라의 범행은 더이상 계속될 수 없게 됐고 결국 들통나고 말았다.

바시에라는 "고객들의 예금을 보호하는 것도 은행의 중요한 책무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징역형은 모면했지만 이로 인해 집과 직장을 잃은 바시에라는 "도움받은 사람들이 돈을 갚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 같은 일은 두번 다시는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시에라는 자신의 범행이 드러난 뒤 돈을 빼돌린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죄했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전했다.

그의 행동은 분명한 범죄 행위이지만 이탈리아 국민과 언론들은 그의 행동에 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바시에라에 대해 "현대판 로빈 후드"라고 영웅시하며 칭송했고 일부 언론에서의 바시에라의 행동이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시에라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고객의 필요는 고려하지 않은 채 컴퓨터만을 통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고 비판했다.

dbtpwl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