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유모차에게 대중교통은 가시밭길..'극한 외출' 동행

입력 2018. 10. 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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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끈 부모들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은 큰 모험입니다.

엘리베이터를 찾느라 헤매기 일쑤고, 주변 시민들에게 눈총을 받는 일도 많습니다.

전혜정 기자가 '극한외출'에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어린 아이를 안고 지하철을 타려는 김은지 씨.

아이를 태웠던 유모차 안에는 짐이 가득합니다.

[김은지 / 서울 관악구]
"기저귀랑 휴대전화랑. 분유는 없고, 우유도 있고요. (무게가 상당하네요.) 네. 이게 젖병 끊어서 이 정도지…"

목적지는 서초역.

퇴근길 시민들 사이에 끼어 힘겹게 열차에 올랐습니다.

유모차가 열차 틈에 걸린 아찔한 상황.

주변사람들 도움으로 무사히 강남역에 내렸지만,

[김은지 / 서울 관악구]
"엘리베이터가 어디있지? 없군.
(엘리베이터 찾고 계셨던 거예요?) 네."

돌고 돌아 겨우 도착한 2호선. 

[김은지 / 서울 관악구]
"(빨리 가는 건 포기하신 것 같아요.) 그런 날은 지하철 못 타요. 택시 타야 돼요. 병원 가고 이런 건 택시 타요. "

유모차가 승객들에게 방해가 될까, 아이가 울까, 은지 씨는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일반인이면 20분이면 충분하지만 유모차를 끌었다는 이유만으로 1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쌍둥이 엄마 박혜빈 씨에게 지하철은 공포 그 자체입니다.

지하철 역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박혜빈 / 경기 고양시]
"(엘리베이터로 가세요.) 어느 쪽에 있어요? (저쪽에)"

쌍둥이들은 평온하지만 개찰구를 본 혜빈 씨의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박혜빈 / 경기 고양시]
"(여기 아슬아슬하네요.) 네. 지나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

엘리베이터에서도 맨 마지막에 눈치를 보고 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혜빈 / 경기 고양시]
"좁고, 정원초과라고 '삐' 울려서 내린 거예요. 이거(유모차) 한 대 들어가면 거의 사람 못 타고 눈치 보여서 내려야 하고… "

서울 지하철에서 유모차를 실을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은 여전히 27곳이나 됩니다.

계단 앞에서 망설이다가 위험을 무릅쓰고 에스컬레이터에 타는 부모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버스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텅 빈 버스 안에서도 유모차를 최대한 밀어넣게 됩니다.

[박상미 / 서울 노원구]
"(매일은 못 나오시겠어요.) 네. 일주일에 한 번 버스 타고 나올까 말까? 아저씨가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아니니까 한정거장 전부터 흔들리는데 서서 기다려야하고… "

외국에선 사회적 약자가 겪는 불편함을 줄여주자는 배리어프리 운동이 나타난지 오래지만,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멉니다.

탁상행정은 유아를 둔 부모들을 더 맥빠지게 합니다.

내년으로 시행이 유보됐지만 유아용 카시트를 놓지 않으면 버스와 택시에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입니다.

[택시 운전사]
"아기 있는 사람 있으면 안 서야지, 뭐. 카시트가 없으면 걸리니…"

유모차를 가지고 나와도, 마음 편히 대중교통을 탈 수 있는 세상은 불가능할까요?

"(아이를) 업고 나오는 게 되게 힘들거든요. 유모차가 아무데나 다닐 수 있으면 좋겠고."

채널A뉴스 전혜정입니다.

hye@donga.com
연출 : 천종석
구성 : 지한결 이소희
공동취재 : 황규락(미국 특파원)
그래픽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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