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성관계 문제, 알고 계신가요

한승곤 2018. 10.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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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Mnet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 중인 15세 래퍼 디아크가 전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했다고 알려지면서 청소년들의 성관계 실태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관계를 한 청소년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자살 위험률이 더 높다고 알려져, 제대로 된 성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청소년 68,043명을 대상으로 한 ‘2016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 5%이며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만 13.2세로 조사됐다.

이는 2010년 조사 때(13.6세)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남자의 비율(7%)이 여자의 비율(2.8%)보다 높았다. 또 임신을 경험한 청소년의 70~80%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연합뉴스

◆ 청소년 10명 중 절반 이상 피임 전혀 하지 않아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10명 중 절반 이상은 피임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는 청소년들이 피임에 대해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 이동윤 교수(산부인과) 연구팀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피임실천율은 2013년 39%에서 2015년 48.7%로 10%p 가까이 증가했으나, 여전히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피임법은 콘돔으로, 2015년 조사에서 69.3%가 사용하고 있었고, 2013년에 비해서 4.4%p 상승했다. 하지만 체외사정이나 자연피임과 같이 실패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약 20% 정도로 나타났다.

이동윤 교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서구에 비해 성경험이 있는 비율은 아직 적지만 낮은 피임실천율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면서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청소년들이 피임법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받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 청소년 성관계, 각종 성병 노출에 자살 시도 위험성도 높아져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청소년들은 성경험 과정에서 결국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이어지면서 각종 성병이나 우울증 등에 노출, 심하면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도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수경 안산대 간호학과 교수팀이 보건복지부 2014~2016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20만5631명을 분석한 결과, 성경험이 있는 중·고생의 9.7%가 임질·매독·클라미디아 등 성병에 감염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현식(사회학과) 경희대 교수가 대한간호학회지(2015)에 게재한 ‘청소년 성관계 경험이 자살행위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2010∼2013년 21만4535명)를 통해 성관계 경험이 있는 7500여 명(약 3.8%)의 중·고등학생을 분석한 결과, 성관계 경험의 강도가 커질수록 자살 행위(생각, 시도 등) 위험성이 높아졌다.

김 교수는 성관계 경험을 △키스, 애무나 성관계 경험이 없는 경우 ‘무경험 청소년’ △키스, 애무 경험은 있으나 성관계 경험은 없는 경우 ‘낭만적 이성 관계 경험 청소년’ △성관계 경험은 있으나 키스 및 애무 경험은 없는 경우 ‘일회적 성관계 경험 청소년’ △키스, 애무 경험에 더해 성관계 경험도 있는 경우 ‘낭만적 성관계 경험 청소년’ 등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최근 1년간 자살을 시도해 본 경험’이 있는지를 확인한 결과 남학생의 경우 무경험 청소년은 2.7%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회적 성관계 경험 청소년은 13.1%, 낭만적 성관계 경험 청소년은 15.1%로 증가했다. 반면 성폭력 피해 경험을 제외할 경우 ‘낭만적 성관계 경험 청소년’에서 자살위험은 크게 줄었다.

연구팀은 “특정 연령대에 금기시된 사회적 행위를 하게 되면 심리적·사회적 압박을 받는다는 연령규범이론처럼 청소년기 성관계 경험은 청소년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사진=연합뉴스

◆ 청소년 성관계 시작 연령 지속해서 낮아져…올바른 성교육 시급

또 다른 문제는 성관계 시작 연령이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청소년들의 성경험 연령 저하 대응방안(2010)’을 보면 지난 2006년 9월을 기준으로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13~18세의 재학생 78,593명을 조사한 ‘한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성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관계 시작 연령은 14.2세(남학생 14.0세, 여학생 14.5세)로 나타났지만, 2016년에는 13.2세까지 낮아졌다.

청소년들의 성경험 연령 저하의 원인은 △신체 성장의 가속화 △유해환경 노출 △빨라진 이성교제의 시기 등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신체는 2008년 12세 남자 청소년의 경우 158.1cm로 1980년(144.2 )보다 13.9,cm 자랐고 여자청소년은 155.9cm 1980년(146.5cm)보다 9.4cm 자랐다.

또 유해환경의 경우 중·고등학생 중 성인용 영상물을 접한 청소년은 약 37%, 음란 사이트에 접속한 경우는 약 36%로 나타났다.

이성교제의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었다. 서울의 초등 6학년 2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008)에 따르면 63%가 이성 친구가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20.6%가 포옹을, 14%가 뽀뽀, 4%가 키스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연구원은 “청소년들의 이성교제 시기가 빨라졌고 부모나 교사의 구속과 규제 금기에서 벗어 나려는 경향도 강해졌으며 유해환경에 쉽게 노출되어 있고, 이는 바람직한 성정체성이 미처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탈의 가능성을 높이고 이른 성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2013~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여성 청소년의 성교육 경험률은 75.7%로 나타났다.

특히 중학교 1학년의 성교육 경험률은 84.9%로 나타났지만, 고등학교 3학년은 61.0%로 낮은 수준이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성교육을 받은 학생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반면 다른 나라의 성교육은 연령별로 다르고 세부적으로 교육 운영하고 있다.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지침서’는 5세부터 성교육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유치원 때부터 성교육을 하는 등 체계적인 성교육을 실시한다. 핀란드는 1970년부터 성교육을 필수 교과로 채택하고 있다. 캐나다는 학교에서 역할극을 통해 청소년들의 성관계 관련 위험 상황 대처법을 알려주고 위생적인 자위 방법 등을 교육한다.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성교육을 의무화한 나라로, 만 4세부터 성교육을 하고 15세부터는 피임을 교육한다. 중학교 때부터 학생들에게 사용이 가능한 콘돔을 무료로 나눠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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