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요트 무덤' 철거 논란..한강 신곡수중보 운명은

전익진 2018. 10.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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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가동보 상시 개방 계획 세워
철거 후 환경변화 사전 모니터링 목적
환경단체 철거 찬성 "한강 재자연화"
한강 어민 반대 "오염 원인은 서울"
김포시 "철거 또는 가동보 중앙 이동"
고양시 "농업용수 확보 및 어민 대책"
김포 시민단체 철거 찬성 "안전 중요"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자유로변에서 바라보이는 한강 신곡수중보. 150m 상류에 김포대교가 있다. 전익진 기자


[현장기획]‘보트ㆍ요트의 무덤’ 한강 신곡수중보…철거 논란
‘보트·요트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강 하류 신곡수중보의 철거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신곡수중보는 염수 피해 방지와 용수확보 등의 목적으로 정부가 1988년 설치했다. 김포대교 하류 150m 지점인 한강 하구를 가로질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과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구간에 1007m 길이로 조성됐다. 김포 쪽으로는 길이 124m의 ‘가동보(수위·유량을 조절하는 보, 높이 5m, 수문 5개)’에 댐처럼 수문을 설치했고, 고양 쪽은 물속에 길이 883m의 ‘고정보(높이 4.2m)’를 쌓은 형태다. 가동보와 고정보는 작은 섬으로 연결돼 있다.
수중보 위아래의 낙차가 최대 2m에 달해 배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다 추락하면 사고를 피하기 어려운 곳이다. 지난달 10일 신곡수중보 강화 방향 하류 10m 지점에서는 A씨(63) 등 4명이 탄 요트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가 구조됐다. 앞선 지난 8월 12일엔 소방 수난구조대 보트 전복사고로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곡수중보는 소유권은 국토교통부에 있고, 가동보의 운영과 관리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한다. 각 부처 및 지자체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계에 있어 사실상 안전 대책 사각지대에 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자유로변에서 바라보이는 한강 신곡수중보. 150m 상류에 김포대교가 있다. 전익진 기자
지난달 10일 오후 5시 24분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한강 신곡수중보. 하류 10m 지점에서 요트에 탄 채 고립된 A씨(63) 등 4명을 구조대원들이 구조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이와 관련, 서울시는 최근 가동보를 상시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인근 지자체와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가 가동보를 상시 개방하려는 이유는 수중보 철거에 대한 환경변화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수중보에 막혀 있던 한강 물길이 30년 만에 열리게 된다.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관계자는 “지난달 수중보 개방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경기도 김포시, 고양시에 직접 만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가 파악하기로는 김포시에는 수중보 ‘철거’ 민원이 대다수지만, 고양시는 찬반이 갈리고 있다. 국토부, 환경부, 지방국토관리청 등은 수중보 상시 개방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류 쪽 한강에서 바라본 신곡수중보. 강바닥이 상류 쪽은 높고 하류 쪽은 낮아 썰물 때면 2m에 가까운 낙차가 발생한다. [사진 행주어촌계]
신곡수중보 위치도. [중앙포토]

서울시는 이달 중 수중보 개방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할 방침이다. 수중보를 1개 또는 2개 개방할 경우 58개에 달하는 한강 수상시설의 수심과 깊이가 어떻게 달라지는 등 환경 변화를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런 모니터링은 1년간 실시하며 계절별 변화까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김포시는 농업용수 확보를 전제로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라는 의견을 서울시에 냈다. 김포시는 차선책으로 김포 방면에 설치된 가동보를 한강 중앙으로 옮기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상권 김포시 안전총괄과장은 “김포시는 수중보 철거를 원하고, 더불어 농업용수 대책도 함께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토부도 서울시가 신곡수중보 철거에 찬성하면 언제든지 철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곡수중보 상류 약 2㎞ 지점의 경인아라뱃길 갑문. 요트ㆍ보트 등이 갑문을 통해 한강으로 드나든다. 전익진 기자
신곡수중보 위험.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고양시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시는 개방 시기 등을 사전에 조율할 경우 한시적 개방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통보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수중보의 한시적 개방은 양질의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내년 3월 이전 중단해야 한다”며 “수위 저하에 따른 어민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한강 어민(행주어촌계)과 사전 조율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곡수중보 철거 주장을 줄곧 해왔던 환경단체는 찬성 입장을 표했다. 이영강(50)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신곡수중보 상류는 물길이 막혀 퇴적층이 쌓여 부유물이 많지만, 기수지역인 하류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물이 순환하면서 하천 바닥이 자연스럽게 정화되고 있다”며 “한강의 재자연화를 위해서는 신곡수중보를 터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포대교 교각에는 ‘전방 150m 수중보’라는 내용의 작은 위험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전익진 기자

고양시 어민들로 구성된 행주어촌계는 지난 2일 신곡수중보 상시 개방 추진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채택, 서울시 등에 제출했다. 이들은 “가동보의 물 빼기는 철거를 위한 사전절차적 작업이기에 반대한다”며 “한강 오염의 주원인은 행주 어장에 있는 서울시의 하수와 분뇨처리장 등인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4일 오후 긴급모임을 갖고 금명간 한강 행주대교 일대에서 선상시위를 벌이며 집단 반발하기로 했다.

심화식(64)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가 한강의 녹조와 오염이 신곡수중보 때문인 양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수중보 철거로 한강 수심이 낮아지면 물고기가 사라지게 돼 어민들은 생계터전을 잃고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그는 “수난사고 방지를 위해 철거를 추진한다면, 위험 안내판 추가 설치 등으로 충분히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포 지역 시민단체들은 철거 찬성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철거 이유로 잇따른 안전사고와 재해를 이유로 꼽고 있다. 이들은 “폭우 및 장마 상황에서 소양강댐·팔당댐에서 방류량을 늘리면 밀물 때 가장 물 피해를 보는 곳이 김포 지역이다. 파주와 고양 지역은 거대한 규모의 자유로가 방파제 역할을 하지만 김포 지역은 강변에 왕복 2차로(폭 11m)가 전부여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김포=전익진·임명수 기자, 박형수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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